반 길냥이가 된 턱시도...
집냥이가 된 줄 알았던 턱시도.... 다시 길냥이가 된 걸까요?
지난 1년 6개월간 데크 위 현관 앞에서 살던 '턱시도'가 집을 나가다니... 너무나 충격이고 걱정이었습니다.
그간 하루도 외박(?)을 해본 적이 없는 성실한 집돌이인 '턱시도'가 대체 왜 나간 건지... 안 보이니 걱정이
말이 아닙니다. 개냥이가 되어 나를 보면 졸졸 따라다니고 퇴근땐 주차장까지 와서 내게 머리를 비비며 아양을 떨며 강아지처럼 행동하여 집냥이가 되었다고 생각한 '턱시도'인데 집을 나가다니...
다행히 며칠 후 저녁때 왔는데... 이상합니다. 와서는 주차구역에 머물고 차 밑에 들어가 있습니다.
부르면 오긴 하는데 내가 같이 있을 땐 데크에 머물지만 내가 집에 들어오면 다시 차 밑으로 갑니다.
예전처럼 데크 위에 머물지는 않습니다. 혼자 있을 땐 차 밑에 들어 가 있거나 주차장에 머뭅니다.
그곳이 더 안전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이렇게 이 애가 집을 나갔다 며칠 만에 왔지만 집으로 완전히 들어온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내가 마당에 있거나 데크에 있을 때만 머물고 내가 들어가면 어디론가 다시 가는 것 같습니다. 이젠 여기에 상주하지 않나 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 애가 데크를 벗어나게 한 이유... 가 궁금합니다. 추측해 보자면....
일단 '고등어'가 자기 새끼들을 데려오려 패악을 떨며 데크에 오는 다른 애들을 공격했을 때 '턱시도'는 그때마다 피해 있거나 데크 밑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후 '고등어' 새끼들이 데크밑에서 발견되자 '턱시도'는 데크 밑에 지낼 수 없으니 집을 나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고요... 아니면 수컷들이 여기저기 오줌을 갈기며 냄새를 풍기자 중성화된 '턱시도'가 머무는 쉼터며 집이며 다 수컷 테러에 노출되자 집을 나간 것... 이 두 번째 생각이고 세 번째는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일어나 데크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집을 떠난 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내가 있을 때만 데크에 있다가 내가 들어가면 다시 어디론가 갔다가 다음날 다시 오고...
이러는 게 아닐까요
데크는 요즘 예전처럼 서너 마리, 많게는 대여섯 마리가 붐비는 곳이 아닙니다. 아침에 나오면 '고등어'는 늘 있고 가끔 '치즈 2호'가 있거나 저녁땐 '고등어'와 '턱시도', 그리고 간혹 '블랙이 2,3호'가 있곤 합니다.
한꺼번에 와서 냐옹거리고 자기들끼리 하악질 하고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밥 달라고 하는 풍경은 없어졌습니다. '고등어'만이 홀로(새끼들은 다시 어디론가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아침, 저녁 늘 와 있습니다.
'턱시도'는 요즘 내가 잔디를 관리하는 시간에는 잔디밭에 엎드려 있거나 전용의자에서 나를 바라보다 내가 일을 마치고 들어가면 다시 차 밑으로 가는데 그나마 새벽에 나와보면 차 밑에도 없습니다. 왜 1년 반을 살던 데크를 떠난 것인지 정말 궁금하고 다시 돌아와 얼굴을 보니 다행입니다만 어디서 잠을 자고 여기는 출근하듯 오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 더운 여름에, 비 오는 장마에... 어디서 해를 피하고 비를 피하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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