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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Jun 07. 2024

8화: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고...

고등어 가족이 차지한 데크

데크의 여왕이 떠난 자리엔...

1년 6개월을 데크 중앙, 현관 앞에서 자릴 잡고 살던 '턱시도'가 떠나고 데크엔 다시 이상하긴 하지만 평온한 기운이 찾아왔습니다. '턱시도'는 이 자릴 비우고 떠난 게 확실합니다. 다만 아예 먼 곳으로 떠나지 않고 

이 동네 주변에 있다가 내가 보이면 나타나 밥도 먹고 데크에 머물다 가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짠하고... 아프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습니다. 묶어 놓을 수도 없고... 그간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게 '턱시도'였고 저녁 퇴근 때 차가 마당으로 들어오면 데크에서 쪼르르 주차장

으로 달려와 반겨주던 게 '턱시도'였는데... 이제 그 '턱시도'는 없습니다. 

'턱시도'만 없는 게 아니라 '치즈'들이나 '블랙이'들도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극인 애들이 안 모여서 이상한 평화 같은 게 왔습니다. 이 애들이 따로 간혹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고등어 가족이 차지하고...

대신 마당과 데크 위에는 '고등어'와 그 새끼들이 놀고 있습니다. '고등어'는 결국 자기 새끼들 5마리를 데리고 왔습니다. 지난번에 3~4마리인 줄 알았더니 새끼들이... 어미 '고등어' 닮은 애 4마리, 흰 장화 신은 '블랙이'가 1마리 도합 5마리의 애들을 데려왔습니다. 얼마 전 애들을 데려왔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애들을 어디론가 다시 데려다 놓았었는데 이번엔 애들은 다 데리고 데크 밑에 자릴 잡은 것 같습니다.  내가 퇴근 후 들어오자 마당에서 어미와 놀고 있던 이 애들이 후다닥 데크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데크 위에서 자기들끼리 놀라다가도 나를 보면 애들은 재빨리 데크밑으로 들어가고 어미만 내게 와서 아양을 떨며 자발적 발라당을 합니다. 

아마도 새끼들에겐 철저히 교육을 시켜 인간은 무조건 피해라... 이 에미가 막아줄 테네... 하는 것처럼요.

이렇게 이 데크는 이제 '고등어' 가족의 데크가 되었습니다. 그간 여길 터 잡아 살던 '턱시도'는 이 '고등어' 

가족에게 집을 비워주고 나간 거 같습니다. 


길냥이가 되어 다시 만난 턱시도...

그러던 어젯밤, 늦은 산책을 자두와 가게 되었습니다. 하루종일 '턱시도'는 집에 오지 않았고요...

깜깜한 밤길을 가는데(있던 외등이 공사 중이라 

떼어 내고 길을 막고 공사 중인 깜깜한 곳)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고양이 소리가 나는 겁니다. 익숙한 소리... 그리고 자두도 낑낑거리기 시작했고요... 

어딘지 몰라 "턱시도  맞지? 시도야~~~"를 마구 

불러댔는데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납니다. '자두'는 자꾸 허공 쪽을 향해 낑낑거리며 어쩔 줄 몰라해서 플래시를 위로 비추나 높은 축대 위에서 우릴 내려다보며 '턱시도'가 냐옹대며 있는 겁니다. 너무나 반가워 이름을 부르니 애가 내려오는 겁니다. 그렇게 집까지 같이 와서 자두 우리에서 

밥을 먹였습니다. 세상에 산책 중에 우릴 발견하자 소리 내고 소릴 '턱시도'라고 알아챈 '자두'... 

그렇게 '자두'네 집에서 밥을 먹이고 '턱시도'는 

한동안 데크에서 그루밍을 하고 나는 곁에 쪼그리고 앉아 간식도 주고 하다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보니 역시 그 앤 없습니다. 아침에 '고등어'만 나를 보고 밥 달라 아우성입니다. 애는 그렇게 밤에 잠깐 와서 밥을 먹고 어디론가 홀연히 떠났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이렇게 라도 녀석을 보고 있다는 확인하니 다행입니다.


새끼들의 천국이 된 데크 밑...

꼬물이들이 장난치며 마당에 몰려나왔다 나를 보면 쪼르르 데크밑에 숨고 데크에서 어미랑 놀고 있다가 또 

나와 마주치면 일제히 데크밑으로 들어가고... 어미만 내게 와서 발라당을 하며 아양을 떱니다. 이렇게 객이 와서 주인을 내 보내고 자릴 차지한 뻔뻔한 '고등어' 가족... 이 애들의 세계는 정말 알 수 없습니다.

좀 걱정되는 건 여기 오는 그 수컷들을 어찌하려고 새끼들을 데려 온 건지... 이 용감무쌍한 '고등어' 엄마는 다 준비가 되어있겠지요? 데크엔 시차를 두고 '치즈 1,2호'가 가끔 오고, 역시 시차를 두고 '블랙이' 들이 가끔 오니 데크는 언제나 조용하고 평화 롭습니다. 그래서 이 데크 위는 이 새끼 냥이들이 노는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안타깝지만 그렇게 이상한 평화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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