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우리동네 오일장
우리 동네는 3.8장이 열린다.
매월 3일, 8일, 13일, 18일, 23일, 28일에 열리는 장이다.
면마다 장날이 다 달라서 거의 일주일 내내 장날을 따라다니며 장 구경을 할 수도 있다.
우리 읍내 장날이 3.8장인데... 지난 주말 장이 열려서 가봤다.
시골장이니 뭐 대형마트의 잘 가공되고 세련되게 진열된 상품들이 아니고
길거리에 좌판을 펴고 또는 임시 판매대를 설치하고 파는 물건들이지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장날엔 먹거리판도 열리는데 사실 이런 길거리 음식이 왜 그렇게 당기는지...
추운 날이라 철판에서 전 익는 소리와 함께 기름기 좔좔 흐르는 전집도 맛있어 보이고
국숫집도 뿌연 김이 올라오는 국수를 삶아 멸치육수에 말아내는 것도 그렇고
즉석 도너스 집에 막 튀겨낸 도너스도 먹고 싶어 진다.
아무튼 시골장엔 눈요깃거리가 많다
그중에서 이 추운 날 쪼그리고 앉아 좌판에서 나물 몇 가지며 늙은 호박이며
팔고 계신 할머니들 앞에선 같이 쪼그려 앉아 이건 뭐예요.. 이건 뭐고요?
하며 말을 붙여 본다
그리고 난 그 할머니들 물건은 꼭 한 가지 라도 사고 온다
이번엔 완두콩 한 됫박과 늙은 호박을 손질하여 오신 할머니 걸
두 봉지나 샀다.(한 봉지만 사려 했으나 할머니께서 두 봉지 다 사라 하셔서)
그런데 요즘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니 이 할머니들 물건을 살 땐 카드도 안되고
계좌이체도 안된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옆집 건어물집 계좌에 입금하라 하신다
오호... 이런 방법이.... 물건을 받고 입금하니
그 건어물집에서 할머니께 현금을 주시는
참 기발한 협조관계다.
집에 와서 장에서 산 물건들을 펴놓고 보니 꽤나 많이 샀다.
그러나 이번 장날은 날이 추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평소 같으면 시장통을 걸을 때 어깨를 부딪히며 걸어야 하고
인기있는 품목의 물건을 사거나 먹을 걸 살 땐 줄을 서야 했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나는 장에 가면 주로 사는 게 즉석구이 김, 떡집에서 약식이나 무떡, 일본식 과자인 센베... 그중 오란다
를 사는데 이번엔 할머니의 좌판에서 늙은 호박도 샀다.
그리고 돌아오려는데 아무래도 추운 날이니
김이 무럭무럭 나는 국밥집에서 파는 국밥도 먹고 싶어 지고... 그런다.
이렇게 가끔 장날에 가면 구경거리가 꽤 많다.
꼭 뭔가를 사러 가는 게 아니라 구경삼아 가게 된다.(물론 그러다 충동구매를 한다)
저걸 누가 살까 싶은 유치한 중국산 생필품부터
꽃무늬 일복바지(일명 몸뻬바지)도 있고
이상한 먹거리들도 나오는데 이번 장날엔 소와 돼지의 특수부위들이 나왔다.
겨울이니 가능한 것 같았다. 더운 여름날엔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봄 장날엔 각종 화초의 묘목들도 나오고 각종 농기구들도 나온다.
지난 초겨울 장에선 구근들을 팔길래 사 왔다.
달리아, 수선화 등등 여러 가지 구근도 파는데 튤립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를 샀다.
튤립 종류가 열댓 가지가 넘는데 잘 모르니 종류별로 여러 가지를 샀다
이것들을 겨울에 땅에 심어 놓으면 이 애들이 스스로 월동하여 봄에 싹을 틔워 낸다.
추위를 이겨낸 애들이 더 이쁘고 탐스런 꽃을 피워낸다니... 자연의 섭리도 참 대단하다.
마당가에 이 애들을 쪼르르 심었으니 올봄을 기대해야겠다.
재래시장에 가거나 장날에 장구경을 가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삶의 치열한 현장도 보고... 만난 것도 있고 하니
시간이 될때 가끔 가고 마침 장날에 지인들이 오면 함께 장구경을 하기도 한다.
#동네장날 #오일장 #시골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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