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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일상

7. 스토커 + 이중성격 자두 그리고 고양이

by James 아저씨

1. 자두

20241221_121745[1].jpg 푹 잠든 자두

자두는 스토커가 되어 지난번 얘기처럼 나만 졸졸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내가 TV를 보면 자두는 나만 뚫어지게 봅니다.

그런데 내가 자기한테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으면 앓는 소릴 합니다.

그러다 내가 눈을 돌려 쳐다보면 갑자기 귀가 뒤로 바짝 붙여지고

몸은 납작 엎드려 시선을 피합니다 마치 부끄러운 듯 말이죠.

내가 화장실서 양치질을 하다 혀 깊숙한 곳에 칫솔이 닿아 '우웩~'하고

큰 소리가 나면 욕실 열린 문틈으로 쑥 머릴 디밀며

"왜요? 무슨 일이에요? "하는 듯 놀란 눈을 하며 들어오려 합니다.

또한 창피한 이야긴데... 화장실에서 문을 닫고 오래 있으면 낑낑대서

일을 보는 순간에도 문을 조금 열어 놓고 자두가 문 앞에 앉아

나를 쳐다보며 앉아 있게 합니다.

그 참... 민망하지만 말이죠...

재채기를 해도, 기침을 해도 무슨 일이냐는 듯... 와서 핥고 낑낑거리고

한 번은 노트북에 깔린 카드뒤집기 게임을 하다 잘 안 돼서 혼잣말로 "에잇~ C ~"이라고

나도 모르게 욕하며 소릴 질렀더니 발밑에 엎드려 자고 있던 자두가 낑낑대며 일어나

나를 쳐다보며 걱정 어린 눈으로 나를 막 핥습니다.

"왜~ 무슨 일인데요... 흥분하지 마요~" 그러는 것처럼요

이 애 때문에 집에서는 기침도, 욕도 맘대로 못합니다.


며칠 전엔 지인가족들이 와서 집안이 벅적거릴 때 잠깐 밖에 내놓았더니

이땐 또 의젓하게 밖에서 잘 지내고 들어 오라고 문을 열어도

들어 올 생각을 하지 않고 밖에서 잘 있고 이때 그분들이 참 대견한 애네...라고 하지만

막상 그들이 가고 나니 본색을 드러내고 낑낑대며 보챕니다.

아주 사회성 있는 처신(?)을 하는 자두! 영악한 건지~~

집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매너 있고 얌전하게 구는 자두는

보는 사람마다 얼굴이 너무 슬프게 생겼어요... 왜 그러죠?라고 묻습니다.

모두 다... 하나 같이 내게 그렇게 말합니다.

그러면 "자두야...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니?" 하고 묻고 싶기도 합니다.

내가 오해를 받잖아~

택배아저씨께도 짖지 않고, 집안에 CCTV설치하러 온 기사분께도, 정수기를 점검하러 온 분께도

너무나 살갑게 대하니 모두들 칭찬을 합니다.

"어찌 이리 순해요?"

동네분들 모든 분들께도 인사성도 밝아 만나기만 하면 꼬리를 흔들고요

밖에서 또는 남들에겐 이렇게 아주 천사고 매너 좋고 착한 아이인데

내게만 보채고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며 치근대는 것 같습니다

남들은 모릅니다.

착하고 매너 좋은 아이인 줄로만 알고 있지만

집에선 지독한 스토커에 아이처럼 보챈다는 걸...


2. 고양이

터줏대감들이었던 턱시도와 치즈 1호

고양이를 두고 온 게, 내내 이 겨울 죄책감처럼 나를 괴롭히는데

날이 추워지니 그게 심해져서 급기야 꿈에도 나타나고

애들이 늘 머릿속에서 나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이 추운 날.... 애들이 밥은 제대로 먹고 있을까

이 추운데 어찌 지낼까... 특히 새끼 고양이들이 너무나 눈에 밟히고 그럽니다.

무릴 해서라도 고양이들을(포획틀을 사용해서-어디서 구해서?) 데려 와야 했나?

하는 자책감... 아무튼 고양이들이 너무나 눈에 아른거리고 있습니다

자두만 고양이 앓이를 하는 게 아니라 나는 자책감 같은 거에 시달리며 지냅니다.

어린 새끼들이... 집냥이처럼 따르던 턱시도가... 자두와 찰떡궁합인 호피... 가

눈에 계속 밟힙니다.

고양이를 못 만나 우울증처럼 활기를 잃은 자두는

산책 시 고양이 냄새를 맡으면 자두는 그 자릴 떠나지 않고

낑낑거리며 배회를 하고 매번 그 자리만 가면 그런 행동을 합니다.

물론 그러면 고양이는 도망갑니다.

처음 보는 개가 나타났으니 고양이는 당연히 피하죠...

그럼 나는 그게 더 안타깝습니다.

고양이 아지트가 자두한테 발각되었으니 여기 다시는 안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던 어제저녁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주차를 하자마자 내 차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마도 차의 온기 때문에 들어온 것 같아 급히 들어가 개 간식을 가져와 차 밑을 보니 없습니다.

그러자 자두가 고양이 냄새를 맡고서 낑낑거리고 난리가 났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이 겨울, 어린 새끼들은 겨울을 잘 나고 있을까...

큰 성묘들은 뿔뿔이 흩어져 어디서 밥을 먹고 어디서 잠을 자고 있을까...


가뜩이나 모지리가 나라를 고통의 나락으로 밀어 넣어 괴로운데

이 겨울 고양이들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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