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대충대충.... 빵 만들기의 즐거움
드디어 제빵 수강강좌 등록~~~
군청 학습센터에서 운영하는 제빵과정에 작년 봄에 지원했다가 떨어지고(추첨) 올해 재수를 하여 이번 봄
강좌에 다시 지원했는데 이번엔 합격(?)하는 영광을 누렸다. 아마도 추첨이면 또 떨어졌을 텐데... 이번엔
온라인에서 선착순으로 모집하길래 그 공고를 보자마자 지원하는 선착순 모집이라 선정이 되었다.
물론 이건 지난 3월의 일이다. 아무튼 재수 끝에 되니 얼마나 기쁜지...
사실 작년 봄과정에 선정이 되긴 했었다. 실수로 평일 오전반에 등록을 하는 바람에 된 것인데... 나는 평일
오전은 근무 때문에 안되니 눈물을 머금고 취소를 했고 그해 가을 강좌를 지원했는데 떨어져서 다시 1년을
기다려 재수를 해서 된 것이니 그 기쁨이 클 수밖에... 무슨 대입도 아니고 이런 걸로 재수를...(그래도 무지
기뻤다) 사실 그 후에 채식베이킹 과정을 하긴 했었다. 이 채식빵이 건강에 좋을지는 몰라도 이게 맛은 없었
는데... 이번엔 정통 빵을 만드는 걸 하고 싶은 거였다. 이 제빵과정은 지난 3월 11일 개강하여 지금 두 달이
넘었다. 실제 수업이 시작될 때 얼마나 떨리고 그랬는지... 내가 만든 빵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마치 제과점
에서 파는 빵을 내가 만들어 먹으니 이제 빵집에 안 가도 될 것 같은... 성급함까지~~ㅎㅎㅎ 난 완전 빵돌이
라 커피와 빵만 있으면 살 수 있을 만큼 나는 빵을 좋아하는데 그 빵을 내가 직접 만든다니... 하는 생각에
떨리고 그랬다. 그러나... 실제 빵 수강시간에 나오는 빵들은 내가 좋아하는 그런 빵들이 아니었다. 제빵사
과정의 시험용 빵들은 주로 반죽의 방법을 배우는 식빵종류와 기타 만드는 과정의 기법들을 습득하는 것이고 그 반죽의 방법과 발효시키는 과정을 통해 이러저러 다른 빵들이 나오니 그걸 배우는 건데 솔직히 내 입맛에는 맛이 없다. 그건 우리나라만의 좀 특이한 것일 수도 있어 내 입맛이 그것에 길들여진 것이기도 하다.
일테면 우리나라는 크루아상에도 각종 토핑을 얹고 장식을 하고 바케트에도 그렇고... 프랑스사람들이 보면 경악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무튼 떨리는 손으로 내가 만든 빵을 가져가 먹어보니...
세상에 내가 생각하는 그런 빵이 아닌 것이다. 물론 과정이 이제 두 달이 지났으니 앞으로도 더 다양한 빵을 만들 텐데 일단... 지금까지 만든 빵들은 가족들에게 먹여봐도 그저 그런 반응이다. 나 또한 그다지 내가 만든 것이라는 것 빼면 맛있다... 하는 마음이 아니다.
하지만 재미만큼은 정말 최고다. 그러다 보니 수강 요일에 다른 약속이 잡힐까 봐 요리조리 머리도 굴리며
결석하지 않으려 애를 쓰고 늦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다. 물론 그래도 다른 일 때문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 반에는 남자들이 4명 여자들이 9명이다. 확실히 남자들은 뭔가가 어설프고 우왕좌왕한다. 나 또한 그렇다. 다만 내가 발견한 내 특성이 있는데... 뭐든지 빨리 한다는 것이다. 선생님 말에 의하며 손이 빠르다고
한다. 문제는 뭐든 빨리 하는데 그게 예쁘게 정확하게 그 모양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빨리하고 다른 분들이 마치기를 기다리는데 정작 그 결과물은 언제나 좋지 않다. 이래서 내 성격을 알게 되었다.
나는 빨리빨리 후다닥 해치우는 걸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니 이런 빵 만드는 데서도 그 성격이 나타나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시험 봐서 자격증을 따고 뭐 그럴 게 아니니 후딱 만들고 하는 게 괜찮지만 만약 시험장에서는 그 과정 하나하나 다 점수에 들어가고 결과물의 모양이나 상태 등도 점수에 들어가니 나 같은 경우는
불리하단다. 하지만 속도만큼은 무지 빨라서 남들보다 늘 빨리 만들고 시간제한이 있는 과제에서 나는 늘
여유가 있다. 사실, 이렇게 빨리빨리가 좋지 않음은 분명하다. 보다 더 정확하고 좋은 품질로 만들어내야 함에도 이러니 나는 그야말로 이태리 장인 정신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내는 그 명품 같은 건 절대 만들지 못할
것 같다(나는 엉킨 실타래 푸는 걸 못한다. 그냥 가위로 뚝뚝 끊어 낸다. 참을성 있게 그 매듭을 하나하나 요리조리 풀어내는 건 하다가 혈압 올라서 쓰러질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즐겁다. 내손으로 빵을 만들고 그게 모양이 좀 안 나면 어때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지... 하는 마음 말이다. 그러나 이번 달 고혈압과 당뇨로 정기진료를 하는 날, 의사가 또 그랬다. 밤중에 여전히 빵 드시나요? 제발 그것만 끊어도 좋아질 텐데... 하고 말했다. 나는 3년 전에도 이 말에 담배는 끊었는데 커피와 빵은 여전히 못 끊고 있다. 빵돌이의 비애 아니 빵중독자의 비애다.
내가 만든 빵들이다. 모양이 일단 그럴듯하게 나와야 하고 개수도 정확하게 정해진 분량만큼 나와야 한다
지급된 재료를 정확하게 계량하는 것부터 주문된 개수와 기법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나는 시험 볼 생각이
없으므로 슬렁슬렁 만들고 그러다 보니 모양이 꽝이다. 일정한 모양에 정확한 g으로 만들어야 한다. 재료가 남아도 부족해도 안된다니... 하지만 내가 이 자격증을 따서 취업할 것도 아니고 이걸 만들 줄 안다는 것에 만족하니... 그냥 만드는 거다. 다만 집에서 복습(?)을 안 하니 그 방법을 정확하게 내 것으로 익히지 못하고 있다. 오븐이 없다는 핑계로~~
가끔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게 내가 만든 빵을 시식하게 하는데 어떤 건 반응이 좋기도 하다. 대개 달달하고 토핑 된 빵을 만들었을 때 그랬고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 빵 종류들은 내가 먹어도 그다지 맛이 없다. 심히 애석한 건 내가 좋아하는 빵인 크루아상은 수업에 없다는 것... 나는 크루아상을 엄청 좋아한다. 진한 커피와 버터 풍미 그득한 갓 구운 크루아상.... 이걸 먹을 땐 행복해진다. 나는 몸에 좋다는 건강빵 종류는 맛이 없고 이처럼 버터 듬뿍 들어간 빵들을 좋아한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라는 잘 못된 믿음으로 말이다.
올 6월 말까지가 빵 수업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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