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es 아저씨 Nov 06. 2023

[#19: 어느 날, 고양이]

19화: 구역 깡패? 구역 경찰? 턱시도와 새로운 빌런 블랙이

고양이는 내 삶 속에 없던 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2022년 12월 겨울 어느 날 고양이가 내 삶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치즈 1호를 공격하는 턱시도(왼쪽)와 싸우곤 옆집으로 피신한 치즈 1호(오른쪽)

무슨 심보인지 턱시도는 가끔씩 절친인 치즈 1호에게도 냥 펀치를 '파바박~~' 날리기도 합니다.

치즈 1호는 참는 건지 힘이 약해서 맞고 있는 건지 그냥 당하고 맙니다.

왼쪽 사진은 그러고는 옆집으로 피신한 치즈 1호입니다.

턱시도는 같이 사는 애에게도 이러고 있습니다.

이상한 건 그래도 먹을 건 다 치즈 1호에게 양보합니다.

추르를  먹다가도 치즈 1호가 머릴 디밀고 들어 오면 양보하고 통조림을 먹다가도 치즈 1호가 오면 양보하고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애들의 마음은...

다행인 건 치즈 1호의 외모가 조금 나아진 것 같습니다.

얼굴의 상처와 딱지들이 가라앉고 눈곱도 많이 없어졌습니다(다만 안타깝게도 귀 뒤엔 아직도 털이 없이

빨갛게 살이 보이고 매일 긁어 피도 흐르곤 합니다)

하지만 외양만 보자면 일단 털도 예전보다 깨끗해진 것 같고 무엇보다 살이 올랐습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몸을 긁는데 소비하고 있거나 그루밍을 하고 있습니다.

암튼, 외모가 좋아지고 있는 치즈 1호입니다(귀 뒤 상처가 걱정이긴 합니다)

호피를 쫓아 내는 턱시도(왼쪽)와 서로 대치하다 자릴 뜨려는 호피(오른쪽)

호피는 턱시도에게 유일하게 쫓기는 상태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호피영역인 테이블에서 같이 식사도 하고 또 자두 지붕 위에는 블랙이 들이 와서 밥을 먹고

쉬기도 합니다만, 그런 맘씨 좋은 호피를 턱시도는 호시탐탐 쫓아낼 궁리만 하는 것 같습니다

호피는 밥을 먹으면서도 턱시도 쪽을 경계하고 있고 그나마 내가 있는 시간에 와서 밥을 먹고 있다가 내가

자두를 데리고 나가면 따라서 나옵니다. 그래서 산책을 같이 하게 되는 거죠...

이 아이도 다행인 건 처음보다 살이 오르고 많이 자랐다는 겁니다.

처음에 왔을 땐 왜소하고 마른 아이였는데 지금은 덩치도 커지고 성묘가 되어가는 것 같고 살도 올라 제법

통통해졌습니다.  일단 식성이 좋아 아무거나(자두 밥도, 자두 간식도 먹었습니다) 먹으니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 호피에게 푹 빠진 건 자두만이 아니라 저도 호피에게 빠졌습니다.

발라당 하며 만져달라고 하는 건 물론 산책 가서 부르면 쪼르르 달려와 내 다리 가랑이로 들어가거나

내가 만지는 손길도 거부하지 않고 아주 즐기는 상태가 돼버렸습니다.

어쨌든 턱시도와 둘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엎드려 공격자세를 하고 경계하는 턱시도

이 애 턱시도는 우리 집 전체 구역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곳곳을 뒤져 다른 냥이들을 색출해 냅니다.

일단 데크 위로 못 올라오게 하는 건 기본이고 집 근처에 배회하는 애들까지 다 경계하고 겁을 줍니다

지금 풀숲에 엎드려 누군가를 노리고 있습니다. 나중에 가서 보니 풀 속에 호피가 숨어 있더군요...

호피는 이래서 마당이나 데크 위로 못 오고 자두네 집 담을 타고 넘어와 테이블 위를 자기 영역으로

삼았습니다. 또 저 데크 밑에는 어떤 블랙이가 숨어 있었습니다.

턱시도는 이 구역에서 자기 허락 없이 오는 애들은 죄다 색출하여 쫓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구역 경찰?

혹은 깡패 노릇을 합니다.


그럼에도....

새벽에 대치를 하며 특유의 고양이 울음소리로 서로 겁을 주고 있는 어떤 블랙이와 치즈 1호로

문제는 요즘 나타난 블랙이중 한 아이가 지존인  턱시도와 그의 친구 치즈 1호와 대적하며 데크 중앙 현관을 접수하려 든다는 것입니다.  정말 이상한 아이입니다.

이 블랙이는 아마도 새로 나타난 아이거나 기존의 마당에서 어슬렁 거리던 아이가 대오각성(?) 하여 턱시도와 치즈 1호에게 맞서보리라~~ 맘을 다잡고 요즘 저런 깡다구를 부리는 게 아닐까... 합니다.

 데크 위에서 서로 울음소리로 대치를 하는데 내가 가서 중재를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보통의 경우엔 내가

나가면 움칫하거나 도망을 가거나 또는 내가 밥그릇을 따로 준비해 마당가로 보내면 이 중앙에 올라온 애들은 대부분 갑니다만... 이 블랙이는 내가 다가가도 이 대치를 풀지 않고 서로 냐옹~거리며 하악질과 함께

버티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블랙이가 치즈 1호와 또 붙었습니다. 게다가 턱시도까지 가세하여 대치를 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코를 맞대고 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면서도 비켜나질 않습니다.

결국 내가 블랙이를 먹을 걸로 유인해 마당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이상한 건 턱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 같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었을 텐데 웬일인지 치즈 1호와 하악거리며 싸움일보직전까지 가도 덤비지 않고 있는 겁니다

아니면 고수는 고수를 알아봐선지 이 블랙이에겐 치즈 1호도 턱시도도 공격하지 않고 저렇게 대치만 하고

있습니다. 이 블랙이는 일단 치즈 1호나 턱시도에게 싸움을 거는 걸 봐서는 아주 강한 아이가 분명합니다.

이 사진들은 오늘 아침사진입니다.

이 블랙인 얼마 전 나타나 자유로운 영혼처럼 이곳 질서를 흩트린 최강신예와는 달리 여기 지존인 두 아이들과 대적을 하며 중앙 현관을 안 물러나고 있습니다. 이 블랙인 그래서 밥을 이 중앙현관에서 먹곤 합니다.

내가 밥을 주차구역으로 가져다주어도 굳이 여기서 밥을 먹습니다.


[브런치북] 시골 냥이들과의 날들-2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

감정소모 매거진 (brunch.co.kr)

사람과 사람들 매거진 (brunch.co.kr)

뱁새의 찢어진 다리 매거진 (brunch.co.kr)   


이전 18화 [#18: 어느 날, 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