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턱시도는...
내겐 원조 길냥이이고 우리 집에 처음으로 찾아온 1호... 턱시도, 만 1년이 되었으며 첫날부터
사람에게 먼저 다가오고 밥 달라고 현관문밖에서 기다리던 애... 이 애가 턱시도 1호입니다.
이 애의 올 겨울은 내가 몰랐던 비밀이 있었습니다. 늦게 알았을 뿐...
우리 집에 오는 애들 중 지존이며... 터줏대감이고 자기 영역 사수가 자기 삶의 기본이라 생각하는 애입니다.
날이 따뜻한 날의 대부분은 데크 위에서 뒹굴거리고 근처 나타나는 길냥이들을 쫓아내거나 저 낡은 의자에서
지나가는 사람들, 고양이들을 감시하며 종일 시간을 보냅니다.
내가 차를 타고 들어 오는 시간이면 저 의자 위에서 폴짝 뛰어내리며 다가와 나를 반기기도 하고...
처음부터 사람손을 타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특이한 애였으며 데크 위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잠잘 때만 어디론가 간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겨울.... 턱시도는 어디론가 가서 잘 집이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사실 그간 이 애는 데크 밑에서 생활하고 있었던걸 내가 몰랐던 것 같습니다.
냥이들이 박스를 워낙 좋아해서 가끔 현관밖에 박스를 놓아두면 들어가 있고 그랬습니다.
현관에서 자릴 잡고 사는 치즈 1호는 나무박스에서 살다가 집을 사서 놓아주었더니 밤에
그곳에서 잠을 자곤 해서 턱시도는 밤엔 자기 집(?)에 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턱시도는 데크 밑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박스를 임시로 놓고 그 안에 깔개를 깔아 주었더니 그 박스 안에서 밤에 잠을 자는 겁니다.
세상에... 나는 지금껏 밤엔 자기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오는 줄 알았더니(어쩐지 밤이고 낮이고 내 목소리를
들으면 금방 현관으로 달려오고, 그랬습니다) 어느 날 보니 데크 밑에서 나오고 다시 들어가길래 봤더니
데크 밑에 어느 지점을 자기 집으로 삼고 살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10월부터 밤에 추워지기 시작하여 문을 열어 놓고 들어오게 했더니 최강신예까지 가세하여 셋이 가끔
들어와 놀곤 합니다. 그러나 잠을 같이 자거나 하지는 않더군요.....
문을 열어 놓으면 가끔씩 들어와 쉬곤 하는데 요즘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턱시도와 치즈 1호는 들어오긴
합니다. 그러나 애들이 들어왔을 때 문을 열어 놓아야지 문을 닫아 놓으면 불안해하고 문 앞에서
계속 냐옹대서... 열어놓아야 합니다. 애들이... 갇혀있다고 생각을 하나 봅니다....
으구... 녀석들 남의 속도 모르고....
그래서 비닐로 문을 만들고 현관문을 조금 열어 놓으면 저 비닐문을 닫아 놓고 밑에만 조금 열어 놓습니다.
조금이라도 찬바람이 들어 오는 걸 막아 보자고...
추워지기 시작한 요즘 현관문을 열어 놓고 어느 날 중문도 열어 놨을 때 안에 들어와 오자마자 쓰러져 잠이
든 날도 있었고 어느 날은 깔개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말을 걸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기도 문을 닫아 놓으면 열어달라고 하도 냐옹대서 조금 열어 놓고 비닐로 막을 쳐봤습니다.
여기도 바람을 어떡하든 좀 막아 보자고...
역시 문이 닫혀 있으면 갇혀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쓰럽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안에 있어도 잠시 쪽잠을 자고는 금방 나가버리더군요...
그러한 턱시도는 정의용사가 아닌, 좀 치사한 행동도 합니다.
같이 사는 치즈 1호를 가끔 때리는 건 물론이고 자기보다 크고 센 놈이 오면 앞장서서 막기보다는 치즈 1호가 하악질과 함께 울음소리로 경계를 하면 자기는 뒤에서 보고만 있거나 뒤에서 경계울음소리를 냅니다.
자기보다 작고 싸움에서 밀리는 애들에겐 적극적으로 쫓아버리거나 뒤에서 습격을 감행하면서도
요즘 매일 데크 중앙위로 올라와 신경전을 벌이는 블랙이 3호에게는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경계를 안 하고
치즈 뒤에 있거나 어떤 날엔 아예 현관 안에 들어와 있기도 하는 등... 아주 얄미운 행동도 합니다.
블랙이 3호는 내가 말려도 꿋꿋하게 치즈 1호와 대치를 하고 겨우 먹이로 유인하여 멀리 내보낼 때까지
치즈 1호만 악을 쓰며 우는 고양이 특유의 울음소리로 경계를 합니다.
이 턱시도는 이럴 땐 나서지 않고 피해있기도 하는 등... 아주 기회주의자처럼 행동도 합니다
생존 전략이겠죠... 나름대로...
뭐 이렇튼 저렇튼, 아무튼 겨울나기를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연재를 읽어 주시는 독자분께 양해말씀드리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앞으로 이 연재는 매주 금요일로 변경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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