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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Dec 26. 2023

2. 김승옥

-내 스무 살 무렵의 어두운 터널에서 만난...

이 이야기 들에 나오는 분들은 내게 문화적 영향을 준 사람들입니다

좀 더 이야기하자면 내 코드가 맞는 사람들...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내 영혼의 팬? 

그냥 쉽게...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이 이야기들은 나의 십 대 말부터 지금까지 내 감성의 심연에 들어온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음악, 미술, 문학, 혁명가, 대중예술, 스포츠 등 여러 방면에 걸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글들입니다

그래서 깊이 없는 그저 내 감정, 내 마음대로 쓴 글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둡니다.


                        두 번째: 김승옥

1941~

1979년 10월 26일 긴 암흑 세상의 종말을 알릴 것 같던 총소리는 우리가 바란 '서울의 봄'으로 연결되지 

않고 세월은 거꾸로 긴 어둠의 터널을 향해 가고 있었다.  1980년 5월이 되자 전국의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졌고 갈 곳도, 할 것도 없던 스물하나의 나는 방구석에 틀어 박혔다. 수많은 사람들과 학생들이 죽어 

나간다는 흉흉한 소문이 남녘에서 들려왔고 나는 그해 무기력하게 골방에 틀어 박혀 책나부랭이나 읽고 

있었다. 주먹을 쥐고 밖으로 나가기에는 용기가 없었고 나는 겨우 식은땀을 흘리며 방구석에 누워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읽어 내려갔다. 마치 글자를 먹는 벌레 같았다. 그때 우리 집은 책들이 꽤 많았던 기억인데... 

많은 형제가 있어 형님 누님들의 책이 많았던 것 같고 아버님 또한 책이 많았던 것 같다. 

그때 기억에 '한국문학선'이란 전집을 읽기 시작했는데 감명 깊고 뭐고가 없이 그냥 활자란 활자는 다 읽어

버릴 요량처럼 읽었다. 거긴 그 유명한 김동리부터  우리나라 소설가들은 거의 다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러다 한국 소설가들을 더 찾아 읽게 되었고 그렇게 송기원, 전상국, 김승옥... 등을 알았다.


그때 만난 김승옥...  '무진기행'이었는지.... '서울, 1964년 겨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이 작가의 책을 이번엔 닥치는 대로 구해서 읽었다. 그렇게 '환상수첩', '서울의 달빛 0章', '역사', 

'생명연습', '염소는 힘이 세다', '육십 년대 식', '강변부인'등을 찾아 읽었던 것 같다. 대개 단편이었고 

해서 묶음집으로 나온 소설집을 읽었던 것 같았는데... 솔직히 지금은 그 내용등이 기억에 별로 없다. 

그럼에도 내게 그의 소설이  이렇게 오랫동안 나를 지배하게 된 건, 내용도 기억에 없지만 당시 60년대

-이분의 글 배경이 대개 60년대고 실제 그때 집필을 했다- 에 어떻게 그런 문체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정말 충격에 가까운 감각적인 문체였다. 지금 문체라 해도 될 만큼 언어적 구성력과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그 배경들과 모든 묘사들이 정말 기가 막히게 감각적이었다.  그의 소설 '무진기행'은 그 후 

여러 상을 받았으며 문학지망생들의 필독서 또는 옮겨 쓰기 등으로 그의 문장을 공부했다고 하고 이소설은 여러 명의 평론가들로부터 김승옥 평론으로 자주 등장했었다. 후에 찾아 읽은 평단의 글을 보니 

' 4.19 혁명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문학적 언어로 환치시킨다', '전후 세대 문학의 무기력증을 뛰어넘었다'는 등의 평이 있지만 나는 그런 평보다는 그저 내 스물 초반의 내 감성이 몽땅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사실 기억나는 내용은 대부분 '불륜'이고 '일탈'이고, '도시민의 무기력함'... 

뭐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주인공의 상태나 심리묘사등이 이토록 아름다운 문장으로 나오니 너무나 매력적이고 문장 하나하나가 내겐 심지어 충격적인 감수성으로 남아 있는 데 그것은 마치 한 카피 문구 

같은  "세기의 감수성"이란 것으로 대체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아마도 그때 숨 막히는 사회와 환경에서 꼼짝 못 하고 무기력하게 방구석에서 

틀어 박있던 내가 감각적 문체에 빨려 들어 현실도피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튼  그는 소설뿐 아니라 그림도 그렸고(서울대 신문 만화) 나중엔 그 유명한 '영자의 전성시대', 

'어제 내린 비, '겨울여자'등의 각본을 썼고 나중엔 영화감독까지 했다고 하니... 천재들은 한 분야에서만 

특출 남을 보이는 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그 뛰어남을 보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건 

순전히 먹고살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였다고 한다. 나는 완전 '선데이 서울' 쪽으로 옮겨간 듯한 그의 행보에 좀 의아해했다가 먹고살기 위해서라니 배고픈 문학가의 삶은 그에게도 어쩔 수 없었나 보았다라며 그를 

이해하기도 했다. 그때 서울대 60학번 문리대 동기들은 쟁쟁한 사람들이 즐비했고(소설가 이청준, 평론가 김현, 시인 김지하 등) 그가 제일 먼저 등단했다고 한다. 그런 그는 80년 전두환의 등장 이후 원고가 검열당하자(또는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군부정권에 분노하여) 동아 일보에 연재하던 소설을 중단해 

버리고 절필 선언하고 칩거에 들어갔는데 그 후 술과 담배에 빠져 살다가 신을 만나서 목자가 되려고 신학교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나 신은 그를 그대로 두지 않고 어쩌자고 말을 빼앗아 갔는지... 그것도 하필 

문우 이문구의 부고를 들은 날 그를 뇌경색으로 쓰러뜨렸기 때문인데...  그는 그 후 말 대신 그림을 그려 

전시회도 하고 산문집도 내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는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몇 번 출판사 또는 언론사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필담으로 나눈 인터뷰조차도 글을 알아볼 수 없어 기사가 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그에 대해 소설가 최하림에 의하면 '가수보다 노랠 더 잘했고 문학과 지성사 책 

표지를 그리는 화가이기도 했고 만능 스포츠 맨이기도 했다'라고 글천재 김승옥을 칭송했는데 사실 내가 

이분께 빠져 있을 땐 이런 것들을 잘 몰랐다.  오로지 그의 감각적인 문체로 쓰인 문장으로 기억했었다.


사실, 그가 80년  절필했다는 것도 후에 알게 되었고(한때 선데이 서울 감성에서 전두환에 대한 거부로 

절필하다니) 그 후 마침 다시 이분 책이 나왔는데  이게 95년도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김승옥전집' 

5권이었다. 너무나 뿌듯했고 이분을 다시 만난 듯했다. 이땐 나도 30대 중반이 넘었을 때였다.

그리고 나는 그 후 몇 번의 이사로 책장 정리 때 제일 먼저 희생당하는(?) 책들이 주로 소설이었는데 

자꾸 솎아 내는데도 이 김승옥전집은 늘 책장에 다시 꽂히는 책들 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 책뿐 아니라 이상하게도 못 버리는 책들이 있었는데 우리 아버님 살아생전 내게 '나이 40이 넘으면 

그 이전의 읽은 책들은 다 버려야 한다'라고 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그건 순전히..... 문화적 허영심인지 지적 열등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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