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나를 증명하는 시그널 잡 크래프팅

"AI가 초안을 만들었고, 제가 혁신 관점에서 수정했습니다!"

by 제이미

"이 업무…직접 했을까, AI가 했을까?"


네덜란드의 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주니어들이 ChatGPT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고, 이메일을 쓰고, 리서치를 한다.

아웃풋은 훌륭한데, 매니저들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 사람의 실력인지 AI의 실력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이다. 어떤 시니어는 대놓고 "주니어들은 경험이 부족하니, AI가 만든 엉터리 내용도 구분하지 못하고 쓰는 거 아닌가?" 말하기도 했다.


솔직히, 좀 억울하지 않은가. 주니어들은 새로운 행동을 시작했다.


잡 크래프팅(Job Crafting, JC)이 잡 크래프팅했다: 내 기여를 신호하는 Signal Crafting


잡 크래프팅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업무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디자인하는 행동이다. 어떤 업무를 더 하고 덜 할지 우선 순위 등을 조정하는 과업 크래프팅(Task Crafting), 누구와 어떻게 일할지 바꾸는 관계 크래프팅(Relational Crafting).과업 및 관계 크래프팅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두 가지 핵심 영역이라면, 내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의미 크래프팅도 중요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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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AI 시대가 되면서, 전통적인 잡 크래프팅 전략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이 일을 했다"는 걸 보여주는 행동.

AI와 함께 일하면서도 "이건 내 기여"라고 신호를 보내는 행동.

연구자들은 이 행동을 시그널 크래프팅(Signal Crafting)이라고 이름 붙였다. (Anne-Sophie Mayer팀의 연구, 2025)


시그널 크래프팅(Signal Crafting): 나의 가치를 눈에 보이게!

시그널 크래프팅,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건데?


시그널 크래프팅은 한마디로, AI 시대에 '나'의 가치를 눈에 보이게 만드는 주도적인 행동이다.

연구에서 발견된 네덜란드 컨설팅회사의 주니어 직원들이 활용하는,

시그널 크래프팅의 세 가지 핵심 행동을 쉽게 풀어보면 이렇다.


1. "이건 내가 이렇게 생각해서 한 거예요" — 나의 기여를 강조하기

AI로 결과물을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를 드러내는 행동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한 주니어 컨설턴트는 클라이언트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전체 구조와 스토리라인은 직접 설계했다.그리고 AI를 활용해 클라이언트에 맞는 시각 자료와 아이콘을 만들었다. 매니저 앞에서 발표할 때, 이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줬다. "제가 이렇게 접근했고, AI는 이 부분에서 이렇게 활용했습니다."

핵심은 AI 사용을 숨기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사고 과정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2. "AI? 저한테 물어보세요" — GenAI 개척자 되기

AI를 남들보다 잘 쓰는 것 자체가 전문성이 되는 시대다.

어떤 주니어들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깊이 파고들어, 복잡한 요청도 AI에서 정확한 답을 뽑아내는 기술을 익혔다. "예전에는 맞는 문서를 찾는 게 능력이었는데, 이제는 맞는 질문을 하는 게 능력이 됐다."

더 나아가, 어떤 주니어는 팀 전용 AI 도구를 직접 만들어 공유했다.

이런 사람은 자연스럽게 "AI 전문가"로 인정받고, 더 높은 수준의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3. "제가 알려드릴게요" — GenAI 교육자 되기

재미있는 역전 현상이다.

원래 주니어가 시니어에게 배우는 구조인데, AI에 관해서는 주니어가 시니어를 가르치는 일이 벌어진다. AI를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매니저에게 제안하고, 조직 전체에 도움이 되는 AI 솔루션을 먼저 찾아낸다.

이렇게 되면 주니어의 역할이 단순한 "일 받는 사람"에서 "AI 시대의 혁신가"로 바뀐다.



잡 크래프팅 연구자로서 든 생각


논문에서는 시그널 크래프팅을 과업, 관계에 이은 세 번째 차원으로 제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새로운 행동이 하나 '추가'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과업 크래프팅도, 관계 크래프팅도, 본질은 그대로라는 생각이다.

AI라는 도구가 새롭게 들어오면서 과업과 관계 크래프팅의 내용이 달라진 것이지, 과업과 관계를 디자인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시그널 크래프팅이 특별한 점은, 과업 + 관계+ 일의 의미(나의 기여)까지 통합하여 녹여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제 일어나는 행동을 아주 적절하게 잡아냈다는 생각이다. (실생활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이런 연구가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제가 이렇게 접근했고, AI는 이 부분에서 이렇게 활용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내 기여를 보여주기'을 디자인하는 것. 잡 크래프팅의 전략이 한층 넓고 깊어진 셈이다.


Easier & Merrier 팁


오늘 바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시그널 크래프팅!


다음에 AI를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면, 결과물만 보내지 말고 이 한 줄을 같이 보내보자.

"AI를 활용해 초안을 만들었고, 제가 최근 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반영하여 혁신 관점에서 수정했습니다."


AI 사용을 숨기지 않으면서, 내 기여를 명확히 하는 것.


그리고 이 글이 바로 시그널 크래프팅의 사례다.

- 논문을 읽고 "이건 혁신이다, 이 관점으로 풀자"고 방향을 잡는 것은 내 몫이었다.

- AI와 대화하며 글의 구성을 만들고 초안을 클로드가 완성했다.

- 최종 편집, 연구자로서의 해석, 논문 인용을 넣은 것은 다시 필자가 했다.


여러분이 이미 하고 있는 업무를 어떻게 '시그널' 크래프트 해보실지 무척 궁금하다.


"사람을 바꾸지 않습니다. 일하는 방식을 디자인합니다."

Easier & Merrier

조직심리학자 제이미


[인용한 논문 ]

1. Mayer, A. S., Baygi, R. M., & Buwalda, R. (2025). Generation AI: Job Crafting by Entry-Level Professionals in the Age of Generative AI: A.-S. Mayer et al. Business & Information Systems Engineering, 67(5), 595-613.

2 다운로드 (오픈 엑세스로 누구나 다운 가능):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2599-025-00959-x

3. 핵심내용: Anne-Sophie Mayer 교수팀이, 2024년 네델란드 글로벌 컨설팅 펌의 <경력 초기>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며 AI를 업무에 사용하는 세대의 변화에 주목한 결과 '시그널 크래프팅(Signal Crafting)'이라는 새로운 행동을 제시했다. 시그널 크래프팅은 AI 도구를 활용하며 자신의 기여 가치를 신호(증명)하는 주도적인 행동으로, 기술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자신의 일을 재정의하는 잡 크래프팅의 진화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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