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위로 - 선데이 아이스크림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일상 선물

by 길 위의 앨리스




종종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에 들른다. 주로 퇴근길에. 기분이 울적하거나, 껄쩍지근 하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간다. 그리고 800원짜리 선데이 아이스크림을 시킨다. 바닐라맛이 나는 새하얀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난 후엔 운전대를 한 손으로 잡아야 하는 위험함을 부담하고서라도 그 부드럽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맛보면 하루의 찌든 영혼의 때가 전부 날아가진 않더라도 조금은 위로가 된다.

물론, 기분 좋을 때나 뭔가 고된 일을 해서 뿌듯할 때도 들러서 사먹곤 한다. 800원짜리 사치는 그래도 왠지 그리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진짜 코딱지만큼 올라가는 내 월급 빼고는 쑥쑥 올라가는 물가에도 이 아이스크림만큼은 부담없는 가격이어서 너무 좋다. 내가 어릴 때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백화점쯤 가야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이었다. 물론 나중에는 놀이동산이나 유원지쯤 가면 먹을 수 있게 되고 분식집이나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기도 할 만큼 서민적인 음식이 되었지만 내 기억에 늘 그 아이스크림은 좀 더 고급이었다. 슈퍼에서 파는 같은 맛을 내는 하드라 불리우는 아이스크림들은 이 촉감을 흉내낼 수가 없었다. 빵빠레라는 보급형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있지만 고급진 그 맛은 아니다. 혀로 쓱쓱 핥아가면서 먹는 보드랍고 적당히 달콤한 그 맛. 40이 다 된 이 나이에도 그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면 조금은 어린 사람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린이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어린이가 되고 싶다는 게 좀더 맞는 표현 같다. 어린이가 되어서, 아무 걱정도 스트레스도 없이 만화영화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시절을 보냈으면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힘들 때 그냥 멍때리면서 어린이용 만화영화를 틀곤 한다. 생각없이 화면을 보고 있으면 머리아픈 일이나 근심이 잠깐은 잊혀진다. 그러면 잠깐은 마음이 가벼워진다.


돈이 아주아주 많은 사람은 이 일상의 근심과 피로, 쓸쓸함을 느끼지 않을까? 난 그렇지가 못하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비슷하게 피로한 일상을 살아낸다.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800원짜리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은, 손닿기 쉽고 부담없는 소소한 위로거리는 좀 있어야 오늘을 버틸 수 있는 것 아닐까. 오늘도 씁쓸한 한편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맥도날드를 찾았다. 그곳엔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여전히 800원짜리 하얀 아이스크림이 있다. 안녕? 너 그곳에 여전히 똑같이 있구나.


너를 보니 조금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다. 많이 오르진 말고, 부담없이 그렇게 좀 있어주라. 소주 걔는 너무 올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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