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난 어릴적 오락실을 그리 즐기지 않았다.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어른들이 오락실 가는 걸 불량하게 생각하기도 해서 그랬다. 오락실을 즐기기 시작한 건 서른이 넘어서부터다.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갔다가 시간이 남아서 극장 옆 오락실에 들러 시간을 때우던 것이 거의 첫번째였다.
그때 친구가 아무생각없이 지폐를 바꿔서 농구대 앞으로 갔다. 그래서 내 첫 게임은 농구게임이다. 사실 다른 게임들은 오락기 조작도 해야 하고 구력이 좀 붙어줘야 점수도 나고 재밌지만 농구나 던지기 같은 종목들은
그냥 하면 된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오락실을 거의 가본 적 없다던 내 말에 친구는 농구공을 내 손에 쥐어줬다. 그냥 링에 들어가게 던지란다. 나는 계속 던졌다. 나중에는 농구대 링이 좌우로 움직였다. 몸을 움직이니
활기도 돌고 신이 났다. 자리에서 몇판 더 했다. 친구는 내 눈에서 레이져가 나오는 줄 알았다고 놀렸다.
그 이후로 종종 무료하거나 영화를 볼 때면 오락실에 들러 짬짬이 농구실력(?)을 키웠다. 거기서 두더지 게임으로, 볼링게임으로, 사격으로 종목을 넓혔다. 주로 몸을 쓰는 게임들이다. 컴퓨터 게임도 거의 안 해보기도 했고 뭔가 섬세한 조작과 요령을 필요로 하는 게임은 경험도 자질도 없다. 그런 걸 했다가는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두더지를 두들기고, 볼링핀을 쓰러뜨리고, 사격으로 목표물을 쓰러뜨리는 것은 단순하고 가시적이어서 초심자들도 점수가 잘 나온다.
좀 웃기긴 하지만 만원짜리 한장 들고 가면 한 15~20분은 즐겁게 논다. 너무 짧긴 짧다. 그런데 게임에 온 몸과 신경을 몰두하고 있으면 정말 그때만큼은 즐겁다. 그래서 게임 중독이 생기나보다. 중독될 만큼 나의 체력이나 실력이 되지는 않아 다행이다. 길어야 30분 그 정도의 시간과 돈 투자로 근심과 짜증나는 일들을 날려보낸다. 너무 과하게 농구게임을 하고 돌아온 다음날엔 종아리 뒤편이 알이 배기기도 한다. 그래도 기분좋은 통증이다. 그만큼 몰입해서 놀았다는 증거니까.
요즘은 콘도나 호텔에 가도 지하층에 노래방과 함께 오락실이 꼭 있다. 그래서 놀러가도 하루에 한번씩 참새방앗간처럼 들러 놀곤 한다. 요즘은 카트라이더에 꽂혔다. 다음 번엔 전쟁 사격 시뮬레이션 게임을 도전할 생각인데, 한번엔 만원 갖곤 해결을 못할 거 같아 걱정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늙은 여자 한명이 놀고 있다면 그게 나다. 남이 볼땐 꼴이 웃길 것 같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가끔 혼자 놀고 있을때 주인이 보너스로 한번 더 해보라며 무료게임을 하게 해주기도 했다) 딱히 말로 풀어내기도 누군가에게 토로하기도 어려운 걱정과 피곤함이 있을 때, 일이 내뜻대로 풀리지 않을때는 과감하게 조퇴해서 한가한 오락실에 들러 공을 던진다. 미운 사람 얼굴도 상상하면서. 그러면 뭔가 모르게 통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