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위로 - 흘러가는 구름 보기
구름에 내 영혼 실어 보내기
살면서 시간이 그정도로 없진 않지만 하늘을 올려다볼 심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랬다. 회사를 다닐 땐 창문 밖의 하늘을 볼 시간이 물리적으로 없는 건 아닌데 그럴 여유가 안 생긴다. 과업이 있으면 그때그때 처리하기 바쁘니까. 휴직을 하고 나서 그렇게 소중한 내 시간이 넘쳐나니
무엇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좋았다. 그래서 누워있다가 아무일 없이 흐르는 그 시간 속에서 창밖의 하늘과 구름을 보며 꽤 자주 오랫동안 멍때리는 시간을 가졌다.
일상속에서 책상 앞에나 소파에 앉아서 하늘이 예쁜 날 그냥 창 밖을 본다. 그럼 푸른색 바탕에 하얀 구름이 천천히 흘러간다. 쟤들은 어디로 흘러갈까. 바람 부는 대로 때로는 무슨 규칙인지 모르게 제각각 흐른다. 그렇게 멍하니 목적도 한계도 없이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렇게 많던 상념도 걱정도 사라진다. 머리도 맑아진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을 뚫고 올라가다보면 아 이게 구름이구나. 멀리서 봐서 뭉쳐있는 듯한 뭉게구름도 알고보면 그저 투명한 수분 공기들일 뿐이다. 하지만 그 안을 벗어나서 높이 올라가 하늘에서 구름을 내려보게 될 때면 또다시 그 공기들이 한데 똘똘 뭉쳐있는 흰 솜사탕 덩어리처럼 보인다. 아닌 걸 알면서도 상상을 한다. 저기 누우면 폭신하지 않을까. 그런 쓸데없는 상상.
또 이런 것도 상상한다. 구름 모양을 보면 뭔가가 연상된다. 저 구름은 강아지같이 생겼고, 저 구름은 화난 할아버지 같다. 그런데 그 모양이 계속 보면 유지되면서 흘러가기도 하고, 할아버지 모양 구름이 변화하면서 살찐 소로 변하기도 한다. 어린애들이나 하는 상상을 하면서 구름을 보는데 의외로 재미있다. 할아버지가 강아지를 만났네? 그러다 화난 소가 된건가?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 혼자 그런 상상을 해도 아무도 내 머릿속 생각을 판단하거나 지적하지 않으니까 더 자유롭다.
구름은 얼마나 좋을까. 그냥 가는대로 흘러가다 무거워지면 비가 되어 땅에 닿아 생명을 틔운다. 흘러가는 대로 존재하다가 또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라지고. 그리고 또 생겨나고. 멀리 떨어져 인간세상을 보면 우리들도 그런 존재이긴 하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면, 또 그 긴 시간동안 생존하려다 보면 복잡하고 치열하고 상처도 받는다. 그런 세계가 구름 수분 사이에서도 있을까. 있겠지? 하지만 인간인 내 눈엔 그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좋아보인다. 마치 남의 세계를 보듯. 구름을 본다. 아 흘러가는구나. 너는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내가 힘들다고 할때 많은 사람들이 이것저것 좋다는 걸 추천했다. 명상도 있고 나 자신을 돌아보란 말도 있고뭐 다 좋다. 그런데 나는 이 하늘보기가 마음의 찌꺼기나 머리를 비우는 데 효과적이었다. 생각 외로 목적이 없고 경제적으로 비생산적인 그런 일들이 치유에 도움이 된다. 생산성을 고려하고 한 일은 아니었다. 그냥 시간이 많으니까 하늘을 본 건데 그런 여유가 있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는 게 나에게는 기쁨이자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쉬고싶을때, 진짜 마음에 여유를 찾고 싶을 때 혼자서 하늘을 본다. 그리고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상상한다. 내 몸은 여기 땅에 닿아있지만 내 영혼을 저기에 실어 자유롭게 하늘을 떠다니고 있다고. 그렇게 하면 신기하게 몸도 마음도 이유없이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