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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앤 J AND Dec 04. 2019

나 같은 게으름뱅이가 운동이라니요? 2

그래서 진짜 이유가 뭔데?

두통    


    사실 두통은 일상이었다. 음식을 조금만 먹으면 (아니다, 돼지시절의 나는 늘 많이 먹었었다) 머리가 아파 약을 먹고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다. 그러다 억지로 잠이 들어 몇 시간이 지나면 조금 괜찮아졌었고, 이런 두통이 몇 달 째 하루 걸러 한 번 씩 왔었다. 


    그러던 지난 6월 말, 나는 아주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영화 편집 마감일이 6월 26일이었고, 거의 매일 편집실에서 살았다. 하루종일 한 평 남짓한 공간에 갇혀 근처 레스토랑에서 픽업해 온 음식을 먹으며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던 날들. 어느 날 새벽 2시가 다 되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데 두통이 너무 심해 숨 쉬기가 힘들고 시야가 뿌옇게 흐릿했다. 일단 집으로 안전히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을 붙잡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친구의 어머니


    그 운전 중에 갑자기 뇌리를 스친 기억. 스캇 친구 약혼자의 어머니께서 몇 달 전에 운전 중 심장마비가 와서 돌아가셨던 것. 너무나도 젊으신 나이에 생긴 일이었는데 평소 고혈압 등 심장, 혈관에 문제가 있으셨다 했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너무 갑작스런 사고라 정말 안타까웠다.


고혈압


    우리 친가는 고혈압 유전이 있다. 아빠는 40대 초반부터 고혈압 약을 매일 복용하고 있고, 엄마와 아빠는 늘 내 혈압에 엄청 신경을 곤두서고 있었다. 나는 그 유전과 함께 고도비만이라 고혈압이 아닐 수가 없었고, 한국에 갈 때 마다 엄마가 보건소나 병원에서 혈압을 재게 하는데 늘 140이 넘었다. 엄마는 내게 "길 가다가 갑자기 쓰러질 수 있는 수치"라며 기겁을 하고 나를 병원에 데려갔지만, 병원에서는 아직 약을 먹기엔 너무 어린 나이니 체중 감량부터 한 번 해보라며 나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나는 엄마에게 미국 돌아가면 꼭 살을 빼겠다고 약속했으나... 계속 미루고 미뤘다. 

뭐, 내일 당장 죽겠어? 

    이게 내 마음이었다. 그래, 내가 혈압도 높고 고도비만이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몸의 다른 문제들도 많겠지. 근데 뭐, 내일 당장 죽기라도 하겠어? 나 아직 젊은데. 


    7월 초 어느 일요일. 거실 테이블 아래에 있던 전자 혈압 측정기를 꺼냈다. 막내 이모가 내 혈압이 걱정되어 선물로 준 것이었는데, 종종 측정해봤었고.. 뭐 거의 늘 135~140 이상이었다. 이 날도 거실 쇼파에 앉아있다 문득 측정기가 눈에 들어와 재봤는데.. 1 6 2. Whaaaaat? 162? 역대 최고 혈압이었다. 전 날 저녁에 틈새라면이라는 엄청 매운 라면을 먹고 또 야식으로 후라이드 치킨까지 먹긴 했지만, 그렇다고 162가 나올 정도야? 다시 재어봐도 비슷했다. 




    이 여러가지 일이 비슷한 시기에 겹치니, "뭐 그럴 수도 있지."하며 무디게 살던 나도 꽤 충격을 받았다. '고혈압'을 검색해봤다. 두통도, 흐려지는 시야도 모두 고혈압의 증상이었다. 고혈압은 심해질 때 까지 딱히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데 나는 이미 증상까지 갖고 있으니 이제 큰일이겠구나 싶었다. 아직 이 어린 나이에 약을 먹긴 싫었다. 아니, 더 엄밀히 말하자면 '약을 먹게 돼서 엄마를 걱정 시키기가' 싫었다. 지금도 수치상으로는 빼박 고혈압이지만 약을 먹기 시작하는 순간 정말.. 공식화 되는 거니까. 


    우선은 식단 조절부터 시작했다. 저염, 저탄수, 저지방, 적당한 저칼로리. 고혈압에 좋다는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해 번거롭지만 집에서 직접 요리했다. 늘 시켜먹는 것 좋아하고, 짜고 매운 것, 탄수화물 킬러였던 나에겐 엄청난 변화였다. 지속 가능한 식단을 위해, 아주 절식보다는 적당히 단백질과 과일 위주로 먹었다. 


    그리고 2019년 7월 10일, 나는 운동화를 꺼내 들었다. 



7월에 먹던 건강식. 저염, 저지방, 저탄수화물, 저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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