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
새로운 한주가 또 밝았네요.
늘 새롭긴한데...월요일이 살짝 피곤한건..머..어쩔 수 없졍!
즐거운 일이 있으셨는지 모르겠어요.
전...늘 그렇듯 교회 동생들이랑..꼬맹이들이랑 아주 알차고 분주하고 보냈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거..
나를 위한.....남에게 자랑이 되어주는 사람이 된다는거..
늘 그런 작은 동기들이 우리들의 오늘을 더 활기차게 하리라 생각해요.
갑자기..그런 생각이 나면서..예전에 우크라이나에서 있었던..일을 살짝 생각해봤져.
그때 써 둔 글인데.. 오늘은 슬쩍 그 이야기로 한주를 나눠보고 싶네요.
가끔 심하게 자랑하지만...저 우크라이나 시골마을에서...나름..골목대장 노릇 톡톡히 했다는..
ㅋㅋㅋㅋㅋ 한주도...진심으로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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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월 15일 느닺없이 소장님께 돈봉투(^^)를 전해받고는 바로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했습니다.
주문한 물건들이 준비되는동안 슬쩍 여행을 다녀오고 그리고 난 이후에는 매일 매일 학교에 출근하며 이전과는 조금 다른 일상을 살고있답니다.
월요일날 컴퓨터가구가 들어왔습니다.
교실이 이층이라 어떻게 옯기나 고민했는데, 학생부대가 한번에 가볍게 옮겨줬답니다.
학교에선 보기 힘든 좋은 컴퓨터 책상과 의자를 보며 저마다 한마디씩 하더군요.
너무 좋다고.. 심지어는 학교 서무과장(그쯤되는) 선생님은 재미 교실에 놀러와서는
매번 의자에 앉고는 너무 좋다고 나도 컴퓨터 배우러 올꺼라고 아이같이 신나하신답니다.
드디어 수요일.. 컴퓨터가 도착했습니다.
컴퓨터아저씨가 도착했다고 알리러 와서는 자기네 두사람으로는 다 못옮긴다고
혹시 다른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둘이서 복도에서서 잠시 고민하는 찰나........
어김없이 우리 학생부대들이 이미!!! 벌써!!! 모니터상자를 한사람씩 들고는 이층으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 반가움이란~~~~~
문에는 새로운 자물쇠를 다느라 컴퓨터를 뜯고 책상에 설치하는 동안 문을 닫을 수가 없었습니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은 저마다 문앞에 몰려와서는 도대체 이게 뭐하는 교실이냐,
컴퓨터 공부하는거냐, 누가 와서 배우는거냐,
쪼그만 아이들이 어찌나 질문이 많은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못알아듣는척 아무 대꾸도 안해주고, 가끔 슬쩍 미소만 지어주었습니다.
자물쇠를 다 달고는 아저씨가 시험을 해보라고해서 문앞에서서는 열쇠로 잠궜다 열었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이 시작해서 복도엔 시끄럽게 쫑알대던 아이들이 모두 사라져서 참으로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쪼그마한 꼬맹이가 복도 저쪽끝에서부터 마구마구 나에게로 달려왔습니다.
그 꼬맹이는 머리는 삭발에서 조금 자란...까실까실한 귀여운 밤톨모양이었고
얼굴은 다소 꾀재재했으며 요즘 유행하는 이나라 감기가 걸렸는지 콧물을 훌쩍거리는데
이미 이전에 흐른 콧물골짜기가 여실히 드러나는 까만머리, 까만눈동자
귀엽다고 말하기에는 그 꾀재재함에 약간의 측은함이 먼저드는 고려인 남자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뒤로는 그아이를 쫓아 하얀피부, 노란머리, 파란 눈동자의 이나라
전형적인 우크라이나 아이가 따라왔습니다.
얼마나 빨리 달려왔는지, 열쇠를 돌리던 제가 차마 열쇠를 뽑기도 전에 옆에와서는
제 다리에 착~~붙었습니다.
'저도 컴퓨터 배워도되요?'
'언제부터 배울 수 있어요?'
'우리 엄마가 선생님이 가르쳐줄꺼라고 했어요?'
(이미 고려인들 사이에는 제가 컴퓨터를 가르칠거라고 이미 6개월전부터 소문이 나 있었답니다.)
"곧 시작할꺼야. 그때 다시 오렴" 아이의 쫑알거리는 러시아어가 너무 이쁘게 들렸습니다.
쫓아온 우크라이나 아이가 친구에게 물어봅니다.
'이거 고려인들만 배울 수 있는거야?'
사실은 그런게 아닙니다. 누구나가 와서 들을 수 있는거고,
나이에 상관없는 이 작은 시골마을을 위해 대한민국이 만든 교육장이랍니다.
'응, 우리엄마가 그랬어. 고려인들을 위한 컴퓨터 교실이야!!'
꾀재재한 당돌한 꼬마아이가 친구에게 자신있게 대답했습니다.
제 다리에 착...달라붙어서 말입니다.
얼마나 제가 자랑스러웠을까요?
그 꾀재재한 꼬맹이.
이 시골마을 학교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커다랗고 좋은 컴퓨터
책상에 뽐내듯 올라서있는 새 컴퓨터들을 보면서
같은 까만머리, 까만 눈동자, 노란 피부 그 일을 하는 제게 착 달라붙어서 친구에게 뽐낼만큼 자랑스러웠겠죠?
그 노란머리 친구에게 아니라고, 너도와서 공부해도 된다고... 그 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꾀재재하지만 마음이 먼저가는 꼬맹이의 이상한 자랑스러움을 무시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수업을 시작하고도 잘 해야할텐데요.
이 꾀재재한 꼬맹이의 뿌듯한 자랑스러움을 위해서
그리고 다른 곳에 태어났지만 그들이 원래 태어났어야하는 그 땅이, 그 나라가
아주 자랑스러운 곳이라는걸 알려주기 위해서 말이에요.
한동안 있는듯 없는듯 왔다갔다 했던 그곳을 이제는 시끄럽게 들락거립니다.
지금의 마음, 변하지않길 바래봅니다.
아니, 오히려 더 열심히 하고 싶고, 더 많은걸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