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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잼 Sep 18. 2023

키워드로 보는 일본(9) - 우동, 소바, 라멘

일본의 면요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일본의 면요리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제각각 다른 답을 할 수 있겠지만, 우동, 소바, 라멘으로 대표한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요리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어쩌다가 일본인들은 이러한 면요리를 먹게 된 것일까.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면요리인 우동, 소바, 라멘에 대해 탐구해 보도록 하겠다.



귀족의 요리에서 모두의 요리로 - 우동



일본의 우동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것이 보편적이다. 특히 나라 시대, 당나라에 파견한 사절인 견당사를 통해 밀가루 제면술이 들어와 우동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주력설이다. 헤이안 시대 무기나와(麦縄)라는 이름이 붙었고, 무기나와에서 파생된 칼로 썬 면을 의미하는 키리무기(切麦)가 현대 우동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듯 일본에서 밀가루는 귀했기 때문에 주로 귀족층이 먹는 음식이었다. 특히 교토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역에서 많이 먹었는데, 이는 현대에도 이어져 간사이는 우동, 간토는 소바라는 문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아즈치-모모야마(安土桃山) 시대와 에도 전기를 거치며 후추가 들어오며 육수에 양념을 하기 시작했고, 에도 중기 이후에는 고추가 들어오며 고춧가루를 뿌려먹기 시작했다.


제국 시절까지 밀가루는 귀한 음식이라 중요한 날에 먹는 전통음식이었다.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미국으로부터 밀가루 원조가 들어오자 밀 음식이 흔한 음식이 되었고, 이 시기 이후부터 우동 역시 서민의 음식이 되었다.


흔히 간사이에서는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로 우린 육수(다시, 出汁)에 소금을 넣은 우동을 즐겨 먹었고, 간토에서는 간장을 넣어 진한 색의 우동을 즐겨 먹었다. 또, 우동이 일본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하카타에서는 우동을 푹 퍼져서 먹는 문화가 있고, 시코쿠의 사누키에서는 우동현(うどん県)이라 불릴 정도로 우동 점포수가 많은 특징이 있다.



메밀이 소바가 되기까지 - 소바



우리는 소바라고 하면 흔히 메밀로 된 면으로 만든 음식이라 알고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메밀로 된 면요리뿐만 아니라 중화소바(中華そば) 등 일반적인 면요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일본에 메밀이 들어온 것은 조몬 시대(신석기시대) 이후로 당시에는 메밀을 끓여 익반죽 형태로 먹는 소바가키(蕎麦がき)를 주로 먹었다.


메밀을 면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에도 시대 이후이다. 메밀은 찰기가 없어 제면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중국 혹은 조선에서 기술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가운 간장 베이스의 장국에 와사비, 간 무 등을 곁들여 먹는 경우도 있으나, 따뜻한 간장 베이스의 육수에 오리고기 등을 올려 먹는 경우도 많다. 교토에서는 오리고기 대신 청어를 올리는 니신소바(にしんそば)가 유명하다.


소바를 먹을 때에는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먹어야 하는 게 하나의 문화로 잡혀있다(이는 라멘 등 다른 면요리도 마찬가지다). 이는 국수 요리가 사찰에서 발전한 것이라는 설이 있는데, 항상 몸가짐을 조심해야 하는 사찰에서 유일하게 국수를 먹을 때는 소리를 내며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면요리에도 깃든 육식의 향기 - 라멘



앞서 육식 편에서도 설명했듯, 일본에 육식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메이지 시대 이후부터이다. 이러한 육식의 확산은 면요리에도 영향을 끼쳤다.


20세기 초, 일본인이 중국인을 데리고 중화 요리점을 개업하였는데, 이곳에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쇼유 라멘의 시작이다. 당시에는 시나소바(支那そば), 난킨소바(南京そば) 등으로 불렀는데, 라멘이 중식에서 영향을 받은 음식임을 잘 알 수 있다.


쇼유 라멘은 중국의 탕면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기 육수로 면요리를 하는 탕면과는 달리, 육식을 즐겨하지 않았던 일본인의 입맛에 맞춰 다시마, 가쓰오 등으로 낸 육수에 고명으로 고기를 올리는 식으로 만들었다.


이후 점포 내 판매와 배달 위주로 판매되던 라멘은 전국 각지로 퍼졌다. 홋카이도(삿포로)에서는 미소 된장을 넣은 미소 라멘이 만들어졌고, 남쪽 하카타(규슈, 후쿠오카)에서는 돈사골을 베이스로 하는 돈코츠 라멘이 만들어졌다. 이외에도 지금은 간을 세게 한 국에 적셔먹는 츠케멘 등 다양한 형태로 라멘이 판매되고 있다.


2차 대전 종전 후에는 닛신(日清) 식품에서 인스턴트 라멘이 개발되었고, 1958년 닭육수를 베이스로 하는 치킨라멘이 발매되었다. 이후 1980년대 이후부터는 미소, 참깨, 조미유 등 액상 스프를 붙인 인스턴트 라멘이 판매되었고, 1971년에는 닛신식품에서 최초의 컵라면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스턴트 라멘은 한국으로 넘어와 삼양식품에서 처음으로 삼양라면을 만드는 등 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로 보급되었다.




입맛이 없더라도 면요리는 잘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감기몸살이 걸렸을 때 보통 죽을 끓여주는 우리와 달리 목 넘김이 편한 우동을 만들어주는 장면을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일본인에게 있어 면요리는 귀족의 요리이자 서민의 요리, 또, 일품요리이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역할을 해왔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우동, 라멘 등 일본의 면요리를 즐겨 먹을 수 있는 것은 현지의 재료를 토핑으로 삼아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일본뿐 아니라 세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고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면요리 역시 일본의 소프트파워로 작용하고 있다 본인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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