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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잼 Mar 02. 2023

료칸과 온천으로 보는 일본의 목욕 문화

다이마루 별장의 온천수 교체 사건을 통해

다이마루 별장(다이마루 별장 공식 홈페이지)


일본 문화를 생각해보라고 하면 어떤게 떠오르시나요? 무사, 와쇼쿠(和食),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것들이 떠오르실 겁니다. 많은 일본 문화 중에서도 일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진심이고, 우리 역시 일본으로 여행을 가면 많은 이들이 즐기다 오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온천'입니다. 일본의 목욕 문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독특하면서도 진심인 부분이 많습니다.


일본인들의 온천을 향한 진심은 얼마 전 일어난 '다이마루 별장 온천수 교체 사건'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후쿠오카현 후쓰카이치에 위치한 다이마루 별장이라는 료칸에서 현의 조례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 바꿔야하는 목욕물을 1년에 2번 밖에 바꾸지 않아 논란이 일었던 사건입니다. 거기다 레지네올라균이 기준치의 3700배가 발견되어 더욱 충격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찜질방이나 목욕탕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다면 행정처분을 받는 등 비판과 벌칙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일본인들의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운영회사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하는 일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인에게 온천과 목욕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본 글에서는 일본 목욕 문화의 흐름과 일본인들이 목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탐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대부터 이어져온 온천과 목욕 문화


온천욕은 고대부터 발달했습니다. 화산지대인데다 고온다습한 일본에서 각 지역에 자연적으로 발생한 온천은 개인위생과 의식을 정화하는데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일본서기에 의하면 아스카 시대 조메이 덴노와 고토쿠 덴노가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온천을 찾았다는 기록이 있을만큼 온천은 일본인에게 있어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현재도 일본 각지에 온천이 있고 그 수는 3,000여 곳에 이른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이 목욕에 진심이 되기 시작한건 나라시대였던 7세기 이후입니다. 쇼토쿠 태자가 불교를 공인한 이후, 각 사찰에서 시욕이라하여 목욕을 중요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도 전에 몸을 깨끗이하고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욕탕을 설치하고 목욕을 중시한 것입니다. 그러나 무로마치 시대에 이르러 서민들에게도 시욕이 보급되며 이용자가 급증하였고, 사원들이 시욕을 위해 돈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계급까지 퍼진 온천욕과 시욕은 일본인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후 에도시대가 되면 탕치를 위한 온천욕이 성행하고, 도시가 발달하면서 대중 목욕탕인 센토(銭湯)가 활성화됩니다. 사실 헤이안 시대부터 센토는 있었지만, 귀족을 비롯한 소수의 인원만 이용했고, 황실이 있는 교토를 중심으로만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에도시대에 들어오며 서민들이 이용하는 센토가 보급되고, 그만큼 센토 문화가 활성화 한 것입니다. 당시 센토는 계급 간의 탕 분리는 있었지만, 남녀간의 탕 분리는 없었다고 합니다.


에도시대 말기의 센토의 모습(江戸ガイド)




센토에서 가정으로 옮겨간 목욕


일본 가정의 욕실(テラモト)


메이지 시대에 들어오면 혼욕금지법이 제정되어 남여탕이 분리되기 시작합니다. 개항 이후 일본으로 들어온 서양인들의 눈에는 일본의 혼욕문화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던 탓이 컸습니다. 이후 근대화를 겪은 일본은 다이쇼 시대에 들어 집에 욕실을 만드는 것이 대중화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 중산층이 성장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여전히 집에 욕실이 없어 센토를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센토가 쇠퇴할 것은 자명했습니다. 점점 사람들 사이에서 목욕은 "집에서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전후에는 대부분의 가정에 욕실과 욕조가 보급됩니다.


현대 일본에서 목욕은 하루의 피로를 푸는 일종의 의식과 같은 행위입니다. 저녁이 되기 전 욕조에 목욕물을 받아두고, 손님 → 아버지 → 아들 → 딸 → 어머니 순으로 목욕을 합니다. 특히 목욕물은 2~3일 정도 사용하기 때문에 꼭 욕조에 들어가기 전 샤워를 해야합니다. 


일본 집이 변기와 욕조가 한 곳에 있는 한국과 달리 분리해놓은 것도 목욕의 중요성 때문일 것입니다. 하루의 피로를 푸는 장소에 더러움을 모으는 장소를 함께 놓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때문에 한국처럼 변기와 욕조가 한 욕실에 있는 집은 일본에선 피하고 싶은 집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이런 일본인들에게 온천은 일상을 벗어난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휴식입니다. 3,000 여 곳이 넘는 온천을 돌아보는 온센메구리(温泉巡り)라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요.


피로를 풀고 충분한 휴식을 위해 찾은 온천의 위생은 그만큼 일본인에게 있어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여론의 비판을 사기엔 충분했을 것입니다. 위생을 중요하게 여겨야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당연시 되는 문제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유독 온천과 목욕의 위생에 신경쓰는 것은 앞서 설명한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배경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들을 이해한다면 왜 일본 온천을 찾을 때마다 지켜야하는 에티켓들이 많은지, 일본 집의 구조는 왜 그런 것인지, 왜 일본인들이 목욕을 좋아하게 된 것인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기사


福岡 老舗旅館 社長 “大浴場の湯 年に2回交換は自身が指示”

https://www3.nhk.or.jp/news/html/20230228/k10013993571000.html?utm_int=nsearch_contents_search-items_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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