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삶 - 4

내 자존감은 나를 얼마나 담고있나

by 잠실섹시

얼마전 누나와 대화를 하다가 본인 직장의 신입 사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누나는 전문직 종사자다. 좁은 업계 특성상 어디서 공부를 하였고, 어떤 교수 밑에서 트레이닝을 받았는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백그라운드를 충분히 숙지할 수 있어 신입 직원에 대한 리스크가 적단다. 또 정식 입사 전에 의례적으로 타 기관에서 인턴기간을 통해 충분한 트레이닝을 거친다고 한다. 그래서 신규 직원이 경력은 없을지언정 기본적인 업무 골조를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들어온단다. 그리하여 신입 사원들의 업무를 슈퍼바이징 하는 경우에도 주로 피드백 형태가 주를 이룰뿐, 특별히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는 희박하다고 한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이번 신입의 업무를 슈퍼바이징을 하였는데 형편없는 결과물에 다소 당황하여 불러다 놓고 야단을 쳤단다. 헌데 그 사람은 전혀 동요되지 않은 태도로 '아 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자리로 돌아가 태연하게 자기 업무를 마쳤단다. 다행히 피드백은 잘 반영되어 향후 진행된 업무에 대해서 같은 문제로 다시 질책받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사람의 태도가 새롭고, 신기하였으나,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또한 같은 경험을 했다면 다소 생소한 기분이 들것 같았다.


나와 우리 누나는 다소 나이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생각한다. 잘못했으면 혼이 났고, 혼이 났으면 반성을 했어야 했다. 억울하게 혼이 나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꾸중은 멈추지 않았다. 혼 내는 사람의 분이 풀릴 때까지, 혹은 그 사람이 납득할 수 있을만큼의 반성의 피드백이 오지 않으면 안됐다. 그래서 꾸중을 들으면 '죄송합니다'로 이어지는 것은 디폴트 값이었다.


게다가 위 사례는 내가 경제활동을 하는 집단에서 이루어진 평가다. 그러니 내 실수는 곧 집단에게 끼치는 피해다. 그러니 사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전문직'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업무 평가는 곧 나 자신에 대한 평가였을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러한 질책을 받았다면 얼굴을 붉히고 참을 수없는 수치심으로 자존감이 바닥을 칠만한 경험이었을테다. 그러나 우리 누나의 야단은 그 사람에게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 같았다.


*이 이야기를 하며 누나랑 이게 요즘 MZ의 '어쩔티비' 태도인가? 하고 깔깔대고 웃었다.


내 안의 나를 분리시키는 삶


나는 내 일과 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따금씩 나 자신에게 과몰입을 하고 산다. 내 행동들에 대해 사소하더라도 하나하나 의미부여를 하고, 그러다보니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애를 쓰며 학대에 가깝도록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그러니 누군가가 나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내 삶의 방식이나 업무에 대해 피드백 하는 것을 뭐랄까, 일종의 시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단순한 피드백이거나 의견에 불과할 수 있는 것들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이다.

(사실 피드백이랍시고 잔소리하고 훈수 두는 것들 치고 제대로 된 사람들 본적이 별로 없기도 해서 그런것도 있다.)


신입 사원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자부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부심이라는 강한 특질의 태도 이면에 강한 열등감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간신히 붙잡고 애쓰는 라이프스타일. 그렇다면 나는 이 '라이프스타일' 없이는 바로 설 수 없기 때문에 타인의 간섭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아주 큰것들까지.

나를 구성하는 것들 중 너무 큰것들만 집중하다보니 사소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어버리곤 한다. 비교대상이 겉잡을 수 없이 양산되는 현대 사회에서 '열등함'을 견딜 수 없는 민족의 특성이 만나 우리는 내 가치를 땅에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가까스로 애쓰며 살아간다. 그러니 내 삶을 이루는 다양한 것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업무평가, 피드백, 등을 나 스스로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신입사원은 내 존재, 내 삶, 그리고 내 커리어는 분리된 성질의 것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에서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던 것이 아닐까? 또한, 상사로써 피드백이 부하 직원의 절망을 기대하였던 (우리 누나가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나의 모습에서 타인의 삶에 내 영행이 과도하게 끼치길 원하는 것은 아니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뭐라고.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길 희망하는 태도는 과도한 욕심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내 삶이나 똑바로 살아야 한다.


타인과의 경쟁에서 성취하여 얻어낸 가치가 자존감에 전혀 작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올바른 자존감은 갖고 싶은 것을 위해 애쓰는 태도에 나를 형성하는 것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작은 것부터 감사할 줄 아는 태도가 더해져서 나오는 것. 신입 사원의 이야기를 통해 깨달은 메세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청춘 선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