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를 연주하다 보면 간혹 음표 머리에서 머리로 연결된 줄을 볼 수 있다. 줄이 시작되는 음표의 머리 위치와 줄이 끝나는 위치가 같은지 다른지에 따라 연주법이 달라진다. 음표의 위치는 곧 계이름이 되는데, 계이름이 다른 음표를 연결하는 줄을 '이음줄', 계이름이 같인 음표를 연결하는 줄을 '붙임줄'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줄이 시작되면 손목의 위치를 낮게 유지하다 끝나면 손목을 가볍게 들어 올려 주어야 한다.
음표 머리에 줄이 나타났다면 일단 손을 떼지 않고 누르고 있는 것이 좋다. 그다음 계이름이 다르다면 다음 음을 누르면서 손을 떼주어야 한다. 그러면 음과 음 사이가 끊기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 연주할 수 있다. 하지만 계이름이 같다면 음표의 길이만큼 떼지 않고 눌러주어야 한다. 만약 2분음표 '도'를 눌렀는데 그다음에 줄로 이어진 4분음표가 같은 '도'라면 2분음표 길이만큼 2박, 그리고 4분음표 길이 1박을 합쳐 총 3박 동안 누르면 되는 것이다.
여러 개의 음표를 줄로 이어놓을 때도 있다. 여러 마디를 한 이음줄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일러 때는 음과 음 사이가 아주 찰싹 붙은 채로 연주를 해야 하는데 이때 손목의 위치를 염두에 두고 연주하면 더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다. 이음줄이 시작되면 건반을 누를 때 낮아진 손목의 위치에서 줄이 끝날 때까지 양 옆으로 중심을 이동시키며 연주하면 음들을 부드럽게 연결해 연주할 수 있다. 그리고 이음줄이 끝나면 손목을 그대로 살짝 들어 올려준다. 손가락을 짚었다가 올리면 짧게 끊는 스타카토 주법으로 들리기 쉬우니 손끝에 힘을 주어 도약하지 않고 그대로 부드럽게 위로 들어준다고 생각해 보자.
이음줄 주법은 음악에서 아주 많이 사용된다. 흘려들으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집중해서 들으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단순히 진도를 넘어가기 위한 수업이 아니라면 분명히 알려주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연주 기술이다. 나는 수강생들에게 이음줄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정말 연주 잘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점점 커지는 소리, 짧게 끊거나, 갑자기 큰소리를 내고 다시 줄어드는 소리 등은 아주 확실히 들리는 소리이기 때문에 화려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힘들이지 않고 배울 수 있는 연주 기법이다. 하지만, 이음줄은 아주 섬세한 작업이어서 손목의 위치에 집중하고 호흡과 음의 연결을 같이 하며 온 감각을 손끝과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에 집중해야 하기에 잘 연주해 내기가 쉽지 않다. 이음줄마저도 잘 표현하는 연주자는 다른 악상 또한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으리라는 믿음도 있다.
티 나지 않는 것, 작은 것, 사소해 보이는 것을 섬세하게 다루고 매만지는 사람은 악기를 연주하지 않더라도 예술가를 닮았다. 집을 돌보는 것, 아이를 돌보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약한 사람을 소중히 지키려는 마음과, 티 나지 않는 소박한 것에 충실히 하는 마음. 이 모든 것이 예술이다. 음악을 통해 삶의 마음마저 아름답게 만드는, 이 작은 책의 글을 소중히 들여다보는, 당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