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치는 일이 커리어가 될 때
영업과 비즈니스의 세계에는 정해진 공식이 없다.
특히 전문가를 상대하는 시장일수록, ‘정답’보다 중요한 건 그때 그때 가장 나은 과정을 찾아가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공식처럼 정해진 길이 없다보니, 결과를 도출하려는 과정에서 팀 내부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보통 아주 사소한 질문들에서부터 의견의 다름은 시작된다.
“이 분야의 KOL(Key Opinion Leader) 을 누구로 정의할 것인가?”
“현황 보고의 범위와 대상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이런 지점에서 리더가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이 있다.
바로 ‘나는 다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정답이어야 한다’는 강박.
그러나 모를 때 모른다고 말 할줄 아는 리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1.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무능이 아니라 신뢰의 방식이다.
리더가 가장 어려워하는 행동 중 하나가 ‘도움 요청’일 때, 팀은 서서히 소진된다.
“이 부분은 저에게도 어렵네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한 문장을 말하지 못하는 순간, 리더는 점차 혼자가 되고 팀은 분리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모른다' 라는 말을 들은 팀원은 리더를 무시하지 않는다. 아니, 무시하지 못한다.
오히려 함께하고 있다는 감각을 우선적으로 든다.
자신의 약한 부분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리더, 성급하게 아는 척 하지 않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충분하게 공부하려는 태도는 반드시 팀원들에게 귀감이되기 마련이니까.
도움을 요청받은 팀원은 일이 번거롭더라도 '왜 나에게 이 손을 내밀었을까?'라는 맥락을 한 번 더 생각한다.
이 경험이 반복될수록 팀의 사기는 자연스럽게 단단해진다.
그리고 팀원들도 절대 모르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로 드러내고 토론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중간 단계를 보다 더 리더에게 보고하게 된다.
좋은 팀의 문화를 쉽게 만들어가는 가장 첫번째 길은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리더의 태도다. 왜냐고?
2. ‘모르는 걸 숨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초라한 태도다
“내가 팀장인데, 내가 대표인데 이것도 모른다고 하면 체면이 깎이지 않을까?”
이 생각으로 아는 척을 시작하는 순간, 비즈니스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특히 우리 회사가 취급하는 플랫폼이나 제품을 전문가 고객에게 설명해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산업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고객이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아니라 전문가 집단인 경우가 있다.
B2B 제품이거나, End user가 전문가인 경우 ㅡ 그들은 이미 그 분야의 고수다.
어설픈 아는 척은 고객의 신뢰를 잃는 가장 빠른 지름길일 뿐.
대표니까, 팀장이니까 아는척해서 고객의 신뢰도 잃고 그로 인해 영업의 가치 창출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리더의 오만함이야 말로 결국 가장 피해야할 태도이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것,
실수했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도움을 받았을 때 고맙다고 말하는 것.
처음에는 이런 태도가 조금 ‘짜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진짜 짜치는 순간은, 아는 척을 하다가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고객을 아쉽게, 팀을 지치게 만드는 때다.
3. 솔직함은 결국 가장 강력한 영업력이다
길게 보면 커리어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실력 부족’이 아니라 정직하지 못한 태도다.
모르는 걸 들킬까 두려워 계속 가면을 쓰고 있다면, 나의 말도, 마케팅도, 제품의 가치도, 영업력도 조금씩 생기를 잃게 된다.
모를 때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리더.
그런 리더 곁에서 팀원들은 비로소 안심하고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밖에 없다.
심리적 안정감이 든다는게 얼마나 좋은 조직인가.
완벽한 척하는 리더보다, 솔직하게 도움을 구할 줄 아는 리더가 훨씬 더 단단하고, 훨씬 더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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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직을 하고 외부에서 매니저로 들어갔을 때 몸소 체험했던 것 중에 가장 중요했던 것.
모를 땐 모른다고 하고 도움을 요청하기였다.
해당 산업군에 막 첫 발을 디뎠는데 내가 제품과 고객프로파일을 어떻게 다 완벽하게 처음부터 알겠는가?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제가 잘 모르니 알려주세요' 라고 한번 말해보면 얼마나 일이 쉽게 풀리는지 모른다.
나에게는 마법과도 같은 문장이었다.
"저 이거 잘 모르는데 배우고 싶어요,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