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치는 일이 커리어가 될 때
큰 일을 맡기면 힘들다고, 사소한 일을 주면 내가 너무 작아보일까봐 징징댔다.
어쩌란 말이냐!
중요 프로모션 런칭과 동시에 대규모채용이나 온보딩 등 내 업무에 추가로 여러 개의 일이 더해져서 한꺼번에 몰려오면 ‘왜 나만 시켜!’ 하며 씩씩대기도 했다. 다른 동료들은 천천히 자기 페이스대로 움직이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허덕이나? 두 시간쯤 퇴근 시간을 넘겨서 일하다가 결국 못다한 일이 있어 맥북을 짊어지고 다시 운전해서 강변북로를 타고 집에 오는 길은 꽤나 멀었다.
그뿐이랴. 또 시간이 흘러 나는 테이블이나 바닥 카펫 따위의 시설 유지보수를 하고 있는데, 내 옆 동료는 다음 시즌 전략을 짜고 있으면 내가 하는 일이 형편없어보였다. ‘더 큰 일 하고싶어!’ 화장실 롤 휴지나 탕비실 정수기, 사무실 카펫의 얼룩 때문에 업체와 연락하며 씨름할때에는 왜 그렇게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동료가 멋있어 보이는걸까?
막상 회의때문에 하루종일 오피스에 앉아 있어야 할 때에는 좀이 쑤시면서, 나 혼자 모니터만 보고 있으면 벌떡 일어나 플로어에서 뛰어다니고 싶으면서도.
사소한 일은 하찮다고 생각해서일까, 서서 일하는 것 보다 아아를 마시며 키보드를 두드리는게 더 멋있어 보인다는 마음일까?
아아- 갈대같은 내 마음.
유난히 내가 맡았던 매장들은 화장실 배관에 문제가 많았다. 겨울엔 동파되고, 여름엔 넘쳐 흐른다. 골치 아프고 신경쓸 것은 많지만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화가 잔뜩 난 고객을 상대하는 것도, 갑자기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된 직원의 뒷 수습을 하는 것도 결코 큰 일은 아니었다.
우리의 일은 로켓 사이언스도,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뇌 수술도 아니니까.
그런데 그런 사소하고 짜치는 일도 못하면서, 내가 앞으로 살면서 얼마나 더 ‘큰 일’을 하겠나?
뭔가 있어보이는 일만 하면서 큰 회사의 이름 뒤에서 안락하게만 시간을 보내려고만 한다면 청년에서 장년으로 넘어갈 때의 내가 오히려 더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결국 모든 것은 태도의 문제였다. 내 태도와 마음가짐이 바뀌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사실 그때는 머리로만 알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부정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