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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Oct 15. 2020

또 새학기가 시작되고

일년차 석사과정은 그야말로 적응하기 급급해서 일기를 쓸 엄두조차 안났었다. 지나고보니 당시 어떤 생각들을 했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뭐가 좋았고 뭐가 힘들었는지 남겨둔 기록이 없어서 후회된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 지 3주가 지났다.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시기에 정말 천운으로 연구소 인턴 을 하게 되었고, 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개인 오피스도 배당받아서 수업이 없는 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도 생겼다.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진짜 배우고 싶었던 양적방법론을 써서 논문도 준비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무리라고 단번에 거절당했다.) 돌이켜봐도 운이 너무 좋았고, 그래서 절대 놓치기 싫은 기회이기도 하다. 넝굴째 들어온 복을내가 능력이 없어서 발로 차버리면 안되니까.

여전히 불어는 어렵고, 그래서 묻는 말에 엉뚱한 대답을 해서 창피당하고(진짜다. 첫날 내 지난 직장경력에 대해 묻는 질문에 난 앞으로 박사를 할지 일을 할지 고민중이라고 모든 학생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분위기가 싸해지길래 나중에야 뚱딴지 같은 대답을 한 걸 알았다..), 그래서 점점 더 프랑스학생들 사이에서 겉도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거리면서 산다.

이 와중에 박사를 할지 한국으로 돌아가 일을 할지 진로고민도 하고 있다. 박사진학고민은 1학년 입학과 동시에 줄곧 했었지만, 여전히 뚜렷하게 확답을 못찾겠다. 하긴 프랑스 유학 올 때도 확답은 없었다. 그땐 심지어 대학 입학도 전이고, 불어도 한마디도 못했었으니까. 내가 2년 전 유학을 고민하던 시기에 내가 지금처럼 외국에서 학업도 하고, 논문도 쓰면서, 원하던 연구소에서 인턴까지 할거라고 상상이나 해봤을까.


어쨌든 뭔가 한 스테이지를 끝내고 나면 모르던 기회들이 생기기도 하고 갖고있던 옵션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지금 내 스테이지의 끝판왕은 석사무사졸업이니까 그것부터 일단 잘하려고 노력 중이다.

스테이지의 마지막이 가까워지면 내가 그간 해왔던 게 뭔지, 또 앞으로 할 것이 뭔지, 새로운 밑그림이 생기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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