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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May 10. 2021

프랑스 연구과제 지원기

3월 달부터 현재 석사지도교수님과 박사과정 진학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연구과제 제안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지난 번 프랑스 석사대학원 준비 방법에 이어, 실질적인 도움글을 남기고 싶기도 하고 또 스스로도 이 과정에 대해서 피드백을 해보고자 지원기를 남겨본다. 특히 한국 대학원생들은 연구제안서, 과제참여가 상대적으로 빈번한 편인데 비해, 프랑스 대학원에는 그런 기회들이 거의 드물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시는 분들께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다.


프랑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각 정부기관들에서 연구과제 지원사업을 하는데 이를 Appel d'offres 또는 Appel à projets 라고 부른다. 또 신진연구자 지원사업처럼 프레시 박사들이나 박사과정생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사업도 하는데 이를 Appel à candidatures 라고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앞선 두 종류의 과제지원사업은 주로 연구팀이나 연구센터의 교수진들이 지원하는 사업인 반면, 후자의 경우는 나 같은 박사진학예정자나 단일연구자도 지원이 가능하다. 그래서 Appel d'offres, appel à projets 준비가 더 까다롭고, 요구되는 연구제안서 항목이나 조건도 더 많다.


내가 이번에 지원한 사업은 프랑스공중보건연구소(IReSP)와 프랑스국립암센터(INCa)에서 공동지원하는 Appel à candidatures 로, 약물 사용을 둘러싼 보건-의학문제에 대해 연구하고자 하는 박사진학예정자 또는 박사 1년차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전공불문이라, 임상의학을 뺀 나머지 모든 분야에서 지원이 가능하다. 


연구제안서에는 연구배경, 문제, 연구목적, 연구방법, 예상 연구결과 및 암예방 측면에서의 의의, 연구일정, 레퍼런스 등이 포함되고, 추가적으로 본 연구주제를 선정한 motivation letter, 지원자의 CV, 지도교수의 CV 및 추천서, 그리고 지도교수를 제외한 2인 이상 교수의 추천서를 제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학예정학교 대학원장의 서명이 들어가야 한다. 이 사업은 박사과정생에 대한 펀딩 개념에 가깝기 때문에 예산서까지 작성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지원한 사업은 공지가 4월 1일쯤 올라왔고 마감일이 5월 6일이었다. 어느 곳이든 일정이 넉넉하게 공지되지 않기 때문에, 작년도 공지를 참고해서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나 같은 경우는 2월 쯤에 박사진학을 결정하고, 3월 중순쯤에 이 사업을 준비해보고 싶다고 교수님께 제안을 드렸다. 알고보니 교수님이 본 사업의 참여인력이어서 사업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신터라 이야기 하기가 쉬웠다. 그럼에도 이 사업을 준비하기로 했을 때, 지도교수가 가장 먼저 언급했던 점이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1년전부터 사업을 준비하는 팀들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계획을 세워서 제안서까지 쓰기에 한달이라는 시간이 굉장히 짧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그 한달의 기간 동안 제안서에 매달리느라 논문이나 수업과제, 시험 등을 전혀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연구계획서 준비할 때는 몇 개월 이상의 충분한 시간을 갖고 미리 준비를 하거나, 기존에 연구 해왔던 주제에서 살짝 살을 덧붙이는 등 일관성을 갖고 개발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갑자기 주제를 틀어버리면, 짧은 시간 내에 계획서를 쓰기가 어렵다. 나도 연구 초안을 기존에 한번도 연구해본 적이 없는 암환자들의 약물사용을 주제로 삼았다가 아예 연구주제가 폐기됐었다. 연구배경이 없는 상태에서 그 짧은 시간안에 계획서를 완성도 있게 작성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나름대로 공지가 뜨기 전부터 준비를 했다고 해도, 마감 하루 전날에 가까스로 제출을 완료했다. 이런 연구계획서들은 교수의 피드백을 수시로 받아야 하고 또 추천서 받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무조건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또 어려웠던 점은 언어적인 측면인데, 현지 프랑스인들 2명에게 교정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도저히 읽을 수 없는(!) 표현들이 많다고 지적을 받았다. 교정을 부탁한 사람들이 각각 국회보좌관과 석사과정생이라 언어적 측면에서 문제가 덜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연구계획서에 사용되는 언어는 또 다른 수준인지라 결국에는 교수님이 거의 다시쓰다시피 교정해준 부분이 많았다.


솔직히 언어 교정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방법을 모르겠다. 외국인이라서 뿐만이 아니라, 공식적인 문서에 사용되는 표현 수준은 현지인 사이에서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완벽한 글쓰기를 구사하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전공에 따라서 같은 단어라도 뉘앙스가 달라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동일 분야의 교수나 리서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제안서를 제출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이공계의 경우에는 학생 이름으로 제출하는 사업이라고 해도, 연구제안서는 교수들이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각 랩실에서 이용 가능한 연구자재, 그리고 랩실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큰 틀에 대해서는 진학예정 학생들이 잘 모르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교수들이 작성하는 게 맞기도 하다. 사회과학 쪽에서도 관련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대부분의 appel à projets, appel d'offres 연구제안서들은 교수들이 쓰기 때문에 잘 찾아보면 참고할 만한 자료들이 있을 것이다.


쓰고 보니 별 내용이 없지만.. 어쨌든 본인이 잘 찾아본다면 이런 기회들이 종종 있으니 한번쯤은 경험 삼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준비하는 동안에는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하면서 땅을 치고(?) 후회를 많이 했는데, 끝내고 나니 미화된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굉장히 귀한 경험을 한 것만은 사실이니까. 외국에서 대학생활하면서 언제 이런 공공기관에 내 이름으로 연구제안서를 제출해 보겠는가.


무엇보다도 지도교수님을 비롯한 마스터 과정 교수님들의 여러 지원이 없었더라면 아마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겪어본 바로는, 이런 일을 제안한다고 해서 교수님들이 싫어하거나 나몰라라 하지 않기 때문에 뜻이 있다면 밑져야 본전으로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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