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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May 11. 2021

해외 박사유학 장학금 지원기

바로 지난 편인 프랑스 공공기관 연구과제 지원기에 이어서 해외 박사유학 장학금 지원기도 써보려고 한다. 어쨌든 시간이 많이 지나기 전에,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을 때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연달아 두 편의 생활 팁(?) 같은 것을 남겨본다.


이번 편에서 다루는 장학금 지원기는 전부 다 한국 기관에서 제공하는 장학금 기회다. 프랑스 정부에서 제공하는 가장 유명한 장학금인 Excellence 장학금(블레즈 파스칼) 같은 경우는 만 30세라는 연령제한...(!)에서부터 광탈하여 지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외에도 프랑스 기관이나 지역정부에서 제공하는 장학금, 그리고 Cifre 라고 공기관-사기관 등에서 박사과정생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 등이 있지만, appel à candidatures를 동시에 준비하는 내 입장에서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 정보를 찾아보고 있을 여력이 없어서 한국 기관들의 장학금을 더 중점적으로 찾아봤다. 또 내가 찾지 못했거나, 빨리 찾지 못해서 놓친 장학금 기회들도 많다. 예를 들어, 충청도나 전라도 등 지방정부에서 지원하는 장학금 기회가 있는데 빨리 찾아보지 못해서 지원시기를 놓쳤었다. 그러니까 박사 진학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장학금을 찾아보는 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어쨌든 이번 편에서는 내가 지원한 4군데의 한국 해외 박사유학 지원사업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지원한 곳 모두 해외 박사유학 장학금이자, 전공 불문, 유학국가 불문이라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큰 제약조건 없이 지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원한 곳은 관정장학금, 일주장학금, SBS문화재단, 용운장학재단 총 4곳이다. 각각의 장학재단마다 공통으로 요구하는 서류도 있고, 각기 다르게 요구하는 서류들도 있고 해서 역시 장학금도 연구제안서와 마찬가지로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본인의 심신 안정을 위해 좋다.


지원서류에 대한 정보는 각 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자세하게 나와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내가 준비하면서 느꼈던 특이한 점이나 깨달은 점 등을 중점적으로 적어보려고 한다.


먼저 지원 시기를 봤을 때, 대부분의 장학금 지원사업은 3월 말이나 4월 초 쯤에 공고가 올라온다. 2021년 기준으로 보면, 관정장학금은 4월 12일, 일주장학금은 4월 6일, SBS는 4월 19일에 공고가 시작됐다. 특이하게 용운장학재단은 2020년 12월에 공고가 올라왔는데, 마감일이 5월 3일이라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용운재단은 공식사이트에 들어가도 국외 박사장학금 지원 사업에 대한 공고가 없는데, 이상하게 각 대학들 공지사항에는 공고가 올라와 있다. 그래서 지원하고자 할 경우 여러 대학들 사이트에 올라온 공지사항을 확인해보면 된다.


지원 기간에 대해서, 관정의 경우 주의할 필요가 있는데 다른 기관들과 달리 관정장학금의 경우 온라인 지원기간이 일주일 밖에 되지 않는다. 다행히 관정장학금의 경우 다른 기관들에 비해 요구하는 서류가 굉장히 적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각 잡고 준비하면 지원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또 관정재단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나 연구계획서의 문항 등은 사이트를 찾아보면 사전에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가 가능하다.


관정에 비해 다른 기관들은 지원 기간이 길다고 했지만 길어봤자 사실상 2주에서 3주 정도에다가, 관정보다 준비해야 할 서류들이 많기 때문에 그게 그거라고 느껴졌다. 오히려 관정재단의 요구서류가 가장 심플해서 다른 재단에 비해 기간이 널널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예를 들어, 나머지 기관들은 온라인 1차 지원단계에서부터 박사(예비)합격레터, 지도교수 추천서, 연구세부계획서, 부모님 및 본인 재산세 및 소득세 증빙자료 등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이 많았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서류는 자기소개서(자기소개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항목은 각 재단마다 다르다), CV, 학업성적표, 연구계획서(요구되는 연구계획서 수준도 재단마다 다르다), 지난 연구증빙자료 등이 있다. 그리고 제출해야 하는 시기가 어찌 되었든 박사합격 또는 예비합격레터와 지도교수 추천서는 필요하다.


내가 가장 공들인 부분은 자기소개서 부분이다. 사회과학도라서 이공계에 비해 연구실적을 내세울 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석사성적이 엄청나게 좋은 편도 아니라서 승부를 볼 곳은 자기소개서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사를 결정했던 시기인 1월달부터 자기소개서를 준비했었다. (뭐 자기소개서를 몇 달 전부터 준비한다고 해서, 컨텐츠 자체가 넘사벽인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좋은 내용이 나올지는 미지수이지만...) 어쨌든 이제와서 갑자기 논문을 퍼블리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서류들이 제2외국어인 불어라서 번역하는 데에도 시간이 좀 걸렸다. 이런저런 사항들을 고려해보면 뭐든... (자꾸 똑같은 말만 반복해서 민망하지만) 작년 공고를 참고해서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또 서류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연구계획서였다. 모든 재단들에서 전공불문으로 학생을 뽑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스펙트럼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장학금 연구계획서가 기관의 연구제안서 수준으로 전문적일 필요는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누가 보더라도 연구의 필요성과 방식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공감할 정도의 수준은 지켜야 한다. 굉장히 어렵지만 중요한 지점이다. 그래서, 또, 어쩔 수 없이, 어휴... 미리 준비하는 게 답이다.


SBS재단의 경우 연구계획서에 연구배경, 연구 목표, 연구 방법, 일정 등을 포함하도록 요구한다. 반면, 관정의 경우에는 2페이지 내외로 연구계획과 진로계획을 모두 함축해서 써야한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연구계획서는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나중에 편집하기에 편하다.


준비 서류 중에서 다들 부담을 느낄 서류 중 하나가 교수 추천서 일텐데,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다. 그냥 무조건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몇몇 재단의 경우 반드시 지도교수가 아니라도 수업을 들었던 교수나 튜터를 했던 교수의 추천서도 받기 때문에 어떤 사정에 의해서 지도교수한테 추천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더라도 포기하지는 말자. 나도 교수-학생 위계관계를 굉장히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여러 교수들한테 추천서 부탁하는 게 가장 고역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냥 일단 그래도 최대한 공손하게 부탁해보고 안되면 다른 교수들한테 물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부탁했다. (내가 수업에서 개판 친것도 아닌데 추천서 써주기를 거절하는 교수들은 어차피 내용도 진실성 없게 써줄 확률이 높으니까 거르는 게 좋다는 아주 똑똑한 지인의 조언 덕에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박사유학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직장상사에게 추천서를 받는 게 뭐... (더이상의 말은 줄이겠다). 어쨌든 친한 동료들이나 자신을 잘 아는 사람들한테라도 받아서 제출하는 게 공란으로 두는 것보다 유리한 것 같다.


이 밖에 특이한 점은, 용운장학재단의 지원서류인데 동 재단에서는 3분 내외의 자기소개 및 향후 학업계획에 대한 동영상 발표자료를 요구한다.


나는 올 1월 중순부터 장학금 정보를 찾아봤는데도, 시간적으로 준비하는 데 버거운 부분이 있었다. 특히, 연구계획서를 준비하는 게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박사 결정이 빨리 나고 연구계획서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면 최대한 많이 정보를 찾아보고 여러군데 지원서류를 뿌리는 게 좋은 전략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심적인 부분에 대해서 짤막하게나마 느낀 바를 적자면, 처음에 장학금이 선정된 사람들의 스펙을 보고 지레 포기해야겠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많은 장학재단들에서 기존에 선정됐던 학생들을 보면 누가 들어도 아는 탑스쿨, 누가 봐도 잘 나가는 핫한 전공의 후보자들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지원하기도 전에 자격지심도 들었고 해봤자 시간낭비 아닌가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어서 지원했다. 박사 하려면 펀딩이 필요한데, 펀딩 없이 박사를 이어갈 수단이 없어서 일단 지원했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운 좋은 남자친구분(돈도, 배경도, 운을 이기지는 못한다)께서는 동기들과 학벌, 성적, 실적 등 대부분의 조건이 비슷한 상황에서 동일한 장학금에 지원했는데 본인만 합격하신 적도 있다. 그게 되려 힘이 됐다. 오 이거 운빨이 9할이구나 싶었다. 떨어져도 내 부족한 탓은 아니겠거니 해서 지원했다 하핫(농담이다).


어쨌든 장학금에 지원한다는 게 일단 포기하고 들이대면 편한 것 같다. 내가 알기로 일주재단의 경우 한 해에 7명을 선정하고, 용운의 경우 3명 내외였던 것 같다. 관정도 올해 코로나 때문에 35명으로 줄었다고 알고 있다. 전세계의 내노라하는 인재들과 이 바늘구멍을 두고 경쟁해야하는데 어려운 게 당연한거 아니겠는가. 뭐든 포기하지 않고, 완성도가 엉망진창이고, 내가 합격할 확률이 희박하다 해도, 자기 여력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 결과만 보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합격 확률이 제로인 사람이 탈락한 것과 합격 확률이 99퍼센트인 사람이 탈락한 게 그게 그거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은 0퍼센트의 사람과 자기 안의 최선을 다해 도전했던 99퍼센트의 사람 사이에는 분명 성장에 차이가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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