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Gray Mar 20. 2019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생일이 연초에 있기 때문에, 나는 내 생일이 지나야 비로소 2018년이 가고 2019년이 시작됐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나는 프랑스에 와서 전에 없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외국에서 사는 일은 나의 보는 눈을 다르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다. 한국에서 힘들어했던 이유가 정확히 무엇 때문이었는지 기억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숨막히고 부정적인 기운에서 벗어나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조금은 더 명확 보이고, 또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든다.


무엇보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더 이상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 취급을 당하지 않아서 좋다. 작은 일 하나에도 이유를 묻고, ''라는 질문을 하는 프랑스인지라 나 역시 내 일에 하나하나 이유를 묻고 그 이유에 대해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본다. 이유가 있는 일은 그 자체로 존중 받는다. 그 때문에 나 스스로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존중하게 된다. 물론 어딜 가나 전망 좋은 분야가 각광받는 것은 변하지 않으나, 적어도 여기서는 ‘야, 그거 하면 돈 되냐?’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질문하는 교육을 받지 않은 나로서는, 불쑥불쑥 들어오는 질문들이 여전히 버거울 때가 다. 심지어 나에 관한 주제임에도. 이를 테면, 대학 때 왜 그런 전공을 선택 했는지, 왜 프랑스에 오게 되었는지, 왜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지, 왜 일이 힘들었는지, 왜 그 분야가 나의 행복과 관련이 되는지 등등.


나름대로 그런 주제에 대해 글도 쓰고 생각도 많이 한다고 여겼는데 막상 설명을 하려니 정리가 잘 안되고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그 동안은 막연하게 좋아 보이는 이유들을 짜깁기 해서 모범 답안을 내놓으려고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도 잠깐 언급했듯이, 나는 내 일에 의미부여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의미가 스스로 납득이 돼야 게으름을 이기고 뭔가를 하는 아주 고집스러운 스타일이다. 나쁘게 말하면, 생각만 하느라 행동해야 할 시기를 왕창 놓쳐버리는 스타일이다. 그런 면에서 프랑스식 사고방식은 나의 고집스러움을 더욱 고집스럽게(?) 만든다. 또 그런 면에서, 좋아 보이는 이유가 아니라 진짜 이유를 찾기에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질문이 없는 사회,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회에서 엉기성기 지내보니,


왜라는 질문을 항상 하는 것도, 항상 하지 않는 것도 둘 다 역시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이유 없이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실천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이유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삶을 끌려가듯 살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이보다는 언제 그 질문을 해야 하고, 언제 그 질문을 거둬야 하는지 잘 분간하는 혜안이 생겼으면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자의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