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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Jul 08. 2019

마음의 균형

프랑스에 산 지도 어느덧 일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일년동안 여기서 뭘했을까 돌이켜보니, 시간이 쏜살같이 빨리 지나갔다는 것, 그리고 통장에 모아둔 돈도 쏜살같이 사라졌다는 것, 학교에 합격했다는 것, 불어가 처음보다 늘었다는 것, 친구들이 여러번 놀러왔었고 여행도 자주 다녔다는 것, 현지인 친구들이 생겼다는 것, 남자친구와 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


일상이 흘러가는 속도는 한국이나 프랑스나 너무나 빨라서 시간이 흐르는 것을 생각해보면 후회만 남는다. 잠을 너무 많이 잤고, 빈둥 거린 시간들도 많았다.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낼 절호의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게 내내 아쉽다. 유학 초반에 하루 30분씩 공부하기로 했던 파이썬을 지금껏 계속 했더라면 프로젝트라도 하나 끝마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학교에 지원하기 위해서 들인 시간들과 노력들을 생각하면 분명 한심하게만 지낸 건 아닌 것 같다.

 
지난 시간은 어쨌든 돌이킬 수 없으니 뒤로 두고, 앞으로는 어떻게, 오늘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꾸준히 유학기를 쓰겠다던 다짐이 무색하게도 계속 게을러지는 것을 바로잡고 싶다. 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를 반드시 구해야겠다. 억지로라도 밖에 나와 사람들 말소리라도 들으며 불어에 익숙해져야 겠다. 그리고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서지 말아야겠다.


무엇보다도, 주기적으로 늘어지고 우울해지는 기분을 잘 다스려서 마음의 균형을 잘 잡고 싶다. 초반에는 불어로 간단한 주문조차 못하는 상황이 우울했고, 수준도 안되는데 급하게 어학성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급함에 우울했고, 학교에 떨어져서 한국에 돌아가야 할까봐 우울했고, 학교에 붙은 지금은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까봐 우울하고, 생활비 마련할 방법을 못 찾을까봐 우울하다.


이처럼 해외생활, 아니 비단 해외생활 뿐만이 아니라 어디서든 살다보면 끊임없이 걱정되고 우울한 상황들이 닥쳐온다. 뭐든 사람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지만 문제를 직시하는 순간에는 걱정이 들기 마련이고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잠깐이라도 우울한 시간들을 거치게 된다. 그런 순간에 마음을 잘 다스려서 그래도 해보자, 찾아보자, 안되면 또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보자고 생각을 전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러번 그런 연습을 통해서 조금 더 강하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의 이 곳 생활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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