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강의 제 1강
우리는 본능적으로 단맛에 끌린다. Why?
태초의 우리로 돌아가 보자. 태어나자마자 인간의 유일한 식량은 모유다. 모유는 오로지 단맛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맛이나 쓴맛은 후천적으로 익혀야 하는 맛인데 반해, 단맛은 태어나자마자 우리가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맛이기 때문이다. 생존 본능일까? 아기들은 어른과 달리 혀 뿐만 아니라 입안 전체에 미각이 퍼져있다고 한다. 퍼져있는 미각에서 단맛은 아이가 받아들이고 그 외의 맛은 거부하며 우리는 그렇게 첫 번째 미각 훈련을 마친다.
이는 인간뿐이 아니다. 동물들도 꽃의 꿀은 빨아 먹지만, 쓴맛은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는 것처럼, 단맛은 누구에게나 '안전한 맛'이다. 사진 속 저 벌새만 하더라도, 생존을 위해 매일 자신의 몸무게만큼 과즙을 마신다고... 고로,
단맛은 우리에게 생존에 가장 필요로한 당을 제공할 뿐 아니라, 안전하다는 믿음을 제공하는 맛이다.
하지만 단맛도 정도가 있다. 어떤 사람은 김치찌개에 설탕이 왕창 들어간 맛을 선호하는 데 반해, 어떤 사람은 천연 재료의 단맛을 제외하고 설탕을 요리에 넣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부분에 정답은 없지만, 내가 어떤 '류'의 단맛을 좋아하고, 어떤 맛과 혼합되었을 때 만족을 느끼는지는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리 언급하지만, 미식을 말할 때, 건강한 음식 = 맛있는 음식이라는 편견은 버리고 싶다. 세상에 절대 악만큼 순수한 것이 없는 만큼, 미식 안에 우연히 건강한 음식이 포함될 수 있지만, 필수는 아니기 때문. 내가 바라보는 미식 안에 건강까지 챙기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오늘은 우선 단맛과 다른 맛의 상관관계부터 이야기해 보자.
단맛은 참 매력적인 맛이다. 홀로 쓰이기보다는 다른 맛과 혼합되어서 사용될 때 더욱 그 매력을 발산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신맛과 쓴맛, 그리고 매운맛은 우리가 후천적으로 훈련을 거쳐 (사람에 따라서) 좋아하게 되는 맛이다. 그래서 어린 아기가 모유에서 이유식으로 점점 다양한 맛을 시작할 때, '단맛'의 서포트가 필요하다.
설탕, 꿀, 과일 등의 단맛은 신맛을 상쇄시켜 준다. 둘은 특히 과일류에서 서로 자주 붙어있는 맛 조합이다. 단맛 하나만 있을 때와 신맛을 추가한 맛은 천지 차이인데, 적절한 신맛은 단맛을 물리지 않게 해주고, 침샘을 자극해 단맛을 깔끔하게 먹을 수 있게 도와준다. 요즘 인기있는 탕후루가 단맛과 신맛의 성공 사례이지 않을까?
하지만 단맛과 신맛이 뜨거울 때는 단맛의 세기를 신맛보다 줄여서, 되려 신맛을 서포트해 주는 방안으로 둘의 역할을 바꿔야 한다. 다시말해, 따뜻한 음식의 경우 주인공은 신맛이 되고, 그 뒤에 단맛이 신맛의 뾰족한 맛을 부드럽게 완화함으로써, 밸런스를 갖추는 거다.
단맛과 신맛이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와인이 있겠다. 물론, 와인 중에서는 잔당이 없는 드라이한 와인이 더 많은 선호도를 차지하겠지만, 아이스와인이나 리즐링과같이 적절한 당도는 되려 와인에 알코올 도수처럼 적당한 무게감을 실어주고, 한 모금 삼켰을 때 입안에서 시원하게 퍼지는 산미를 날카롭게 끝내지 않고, 부드럽고 우아하게 피니시를 잡아준다.
우리가 흔히들, 단짠단짠이라고 하는 이 맛의 조화는 디저트나 식사류나 어디서든 많이 사용되는 조합이다. 둘을 합치면 어떤 느낌이냐, 바로 무적이다. 그냥 단맛이 이제는 두 배의 단맛으로 입안에 강하게 남는다. 가장 중독성 있고, 팔레트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조화가 무엇이냐? 한다면 난 단맛과 짠맛의 조화를 선택할 것 같다. 인류가 가장 처음 먹어보는 맛인 단맛과 인류의 생존에 가장 필수요소인 맛인 짠맛 두 개가 섞였으니 더할 말이 없다.
하지만 단맛과 짠맛은 밸런스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맛을 내겠다고, 설탕을 5스푼, 소금을 5스푼 크게 척척 요리에 넣어봤자 더 최악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조합이 바로 이 단맛 + 짠맛 조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급 요리 혹은 신경을 많이 들인 요리일수록, 이 단맛과 짠맛을 어떻게 요리 안에 '자연스럽게' '있는 듯 없는 듯' 충분히 넣을 수 있을까?가 관건이라고 본다. 단맛은 설탕 대신 과일이나 천연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단맛으로, 그리고 짠맛은 소금으로 밸런스를 맞추면, 훨씬 더 두터운 레이어드로 단맛과 짠맛의 밸런스를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짠맛을 다른 재료가 아닌 소금으로 직접 명시한 이유는, 소금 자체가 천연재료기 때문이다. 설탕은 그에 비해 인류가 인위적으로 만든 산물에 더 가깝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조합이다. 영어로 괜히 soursweet 도 아닌, saltysweet 도 아닌 bittersweet 이 존재하는 지도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단맛과 쓴맛은 정말 매혹적인 조합이다. 그 이유는 둘이 가진 속성으로 인한 아이러니 때문이다.
인류에게 가장 '안전한' 맛인 단맛과 인류가 '독성'이라고 느끼는 쓴맛은 그 속성으로만 비교하면 정 반대를 위치한다. 반전 매력이라고 할까나? 한 입을 먹었는데 쓴맛이 내 혀를 탁-하고 자극하는 그 순간, 입 안 가장 아래에서부터 차츰 올라오는 단맛의 등장이 그 어떤 맛의 조합보다 가장 반전 있고, 단맛의 등장을 가장 운명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 맛이기 때문이다.
위의 단맛과 쓴맛이 주는 반전 매력처럼, 단맛과 매운맛도 서로에게 중독적인 관계다. 단맛은 우리에게 매운맛을 먹을 때 순간 맵기의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실제로 덜 맵게 만들어 주는 건 아니고, 순간적인 느낌만 전달해준다. 사실 단맛과 매운맛은 서로 조화를 이루는 맛은 아니다. 그냥 매운 맛의 통증을 줄여주는 일시적 해독제와 같은 역할로 단맛을 찾게 되는 연쇄반응을 일으키니 단맛과 쓴맛과의 차이와 구별 지음이 좋다.
단맛은 추가적로, 기름진 맛을 더욱 배가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지방 맛은 맛으로 느낄 때 딱히 아무런 맛이 없어서, 짠맛이든 단맛이든 넣어서 지방 맛이 제공하는 무게감이라던가, 풍미를 느껴야 하는데 이때 단맛이 지방이 가진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식빵에 무염버터를 올리고, 설탕이나 잼을 얹어 먹으면 버터의 부드럽고 묵직한 풍미가 더욱 입 안 가득 펼쳐지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단맛은 우리의 기본적인 맛의 요소에 다양하게 쓸 수 있는 만큼, 양 조절이 핵심이다. 특히 성분 특징상 우리는 '당'을 많이 섭취하면 할수록 당을 더욱 갈구하게 되고, 단맛 자체를 탐닉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설탕이 모든 동물의 즉각적인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설탕 중독의 위험을 인지하고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적당한 단맛은 우리의 두뇌 활동에 도움을 주고,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수 있지만 '과유불급'이라는 조상들 말 틀린 거 하나 없다. 모든 맛에 있어, 최상위권에 있는 단맛인 만큼 적절하게 조절하며 쓰는 것이 다양한 맛을 경험할 우리의 미식 생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다시 말해 모든 식사에 설탕량을 높이는 대신, 이 모든 설탕량은 마지막 디저트에 몰아, 제대로 된 '단 한 끼'를 몸소 즐기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내 추천 한국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핫초콜렛 카페를 알려드리려 한다.
핫초쿄의 핵심은 별거 없다. 바로 높은 퀄리티의 초콜렛을 얼만큼 쓰느냐, 이게 다다.
오늘 추천하는 성수의 카페, Comeno 는 고르게 스팀한 우유와 함께 찐덕한 초콜렛 원액을 옆에 사이드로 제공한다. 내가 직접 부어서 농도를 맞춰 마실 수 있기에, 더욱이 만족스러운 '나만의' 핫초콜렛을 경험할 수 있다.
감성 넘치는 이 곳은 이미 성수동 지역에서 유명한 카페다. 애견 동반이 가능하며, 공간 구석구석을 채우는 사장님의 취향을 염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저 에스프레소 머신이 탐난다.
오늘같이 추운 날, 따뜻한 핫초코가 최적이지 않을까 싶다.
앞 뒤 돌아보지 않고 Comeno 를 추천한다.
Comeno 의 이탈리아 뜻인 How Not? 처럼
서울에 살면서 어째서 안가는가!
Comeno 카페꼬메노
서울특별시 광진구 화양동 16-24 1층
02-468-5177
10:30 저녁 영업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