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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슐랭을 읽는 여자 Jan 13. 2024

NOMA가 세계 1위 레스토랑으로 4번이나 선정된 이유

2023년 세계1위 레스토랑을 차지한 페루의 Central 

미식 랭킹 혹은 별점을 매기는 대표적인 매체로 미슐랭 가이드,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뉴욕의 Zagat 등 다양하게 있다. 그 중 나의 미식 경험 초반은 주로 미슐랭 가이드를 따랐다. 공식 사이트의 평가 기준이 마음에 든 단순한 이유였다. 


미슐랭 가이드는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에 대한 셰프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을 기준으로 한다. 


미슐랭 가이드를 보고 4년간 뉴욕의 맛집을 다닌 내 시각에서 본다면, 미슐랭 가이드는 저 5가지 조건 중에서 유독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가장 높게 매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리 방식이 체계적인 프랑스 음식과 일본 음식에서 미슐랭 가이드는 두각을 나타냈다. 어찌보면 한계점이기도 하다. 



뉴욕의 거주하는 사람들은 미슐랭가이드보다는 자갓 서베이를 더 많이 신뢰하는 분위기였다 (지금은 망..트랙이지만) 자갓의 심사 기준은 뚜렷하다. 미슐랭과 달리 '회사에서 선정된 전문미식가'의 독단적인 평가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누구나' 자갓 서베이의 점수를 30점 만점에 매길 수 있고(이제는 5점 만점을 기준으로 하는 듯 보인다), 기준은 총 3가지: 맛, 분위기, 서비스를 채점한다. 장점은 대중성. 예를 들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오로지 맛이고, 서비스는 개판이라면 이 또한 '나의 기준에 맞추어' 레스토랑을 추천받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실제로 자갓의 도움으로, 가격이 저렴하여 분위기나 서비스도 별로지만, 맛 하나만은 박수받을 로컬 업장 몇 곳을 알게 되었다.) 



World Best 50 Restaurants는 어떠한가? 여긴 또 어나더 레벨이다. 2019년 그들만의 법이 바뀐 이래, 한번 우승을 차지한 (1위 등극) 레스토랑의 경우, 그다음 해는 실격 처리를 받는다. 따라 2010, 2011, 2012, 2014년 통틀어 4번이나 우승한 노마의 경우 19년에 실격을 박탈 받았다. 다시 말해, 월드베스트는 미슐랭에 비해, 매년 유행하는 Cuisine 그리고 선호하는 '특정 민족'이 있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자면, 내가 미식 활동을 왕성하게 했던 2010년 초반의 경우, Noma를 필두로 New Nordic 장르의 레스토랑이 1위부터 50위까지 수두룩 빽빽했다. 요즘은 페루가 대세다. Lima 의 Central을 시작으로, 월드 베스트 랭킹에 든 페루 레스토랑이 무려 4곳이기 때문이다. 여기 물은 항상 이런 식으로 논다. 


저번 글에서 여러분의 미각을 찾으라고 하면서, 이토록 재미없는(?) 세계의 미식 가이드, 서베이를 나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나만의 미각을 찾기 위해선 일단 꾸준히 '누군가'의 기준점을 중심으로 미식 경험을 시작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여기서 꾸준히 누군가를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내가 말하는 꾸준히 누군가는 개인보다는 단체가 좋고, 단체 중에서도 '변하지 않는'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어쩌면 어떤 뚜렷한 취향을 가진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는 곳이 좋다. (해당 매체에 취향이 뚜렷하면, 내가 그 취향을 기점으로 나의 미식 기준을 쌓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미슐랭 가이드는 내게 최적의 미식 가이드였다. (=아주 꾸준하게 프렌치와 일식을 편애했던 과거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자갓은 어떠한가? 어찌 보면 미슐랭 가이드는 결국 소수의 별을 가진 레스토랑만이 주인공인데 반해, 자갓은 내가 설계한 기준에 따라 레스토랑을 합리적으로 추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복적으로 자갓 점수를 보고 음식점에 간 뒤 자갓이 선정한 점수 대비 나의 만족도를 기록하는 것이다. 자꾸 쌓이다 보면, 내가 '대략 몇 점대에 음식점에 만족하는지'를 알 수 있다. 생각보다 내가 30점 만점에 15점도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대신 분위기가 30점 만점이어야 하거나 등등, '내가 이 레스토랑이 참 좋아서 다음번에도 또 오고 싶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들어간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적어도 맛/분위기/서비스라는 기준을 내가 조율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사실 제일 쉬운 건 돈이다. 비쌀수록 보--------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통은 맛있는 편이다. 적어도 재료에는 신경을 쓴 곳에 합당히 그 가격에 소비자를 모시기 때문이니. 하지만, 우리 모두 알지 않는가? 비싼 곳에 가서 드럽게 맛없는 음식을 먹고 기분만 온통 나빠진 채 집에서 라면 두 봉지를 끓여 먹고는 '다시는 가지 말아야지' 화장실에서 이제는 쓸모없는 비싼 똥이 된 내 변을 보며 물을 내려 흘려보낸 뒤 더 허무해져 버린 내 감정과 언제 먹었냐는 듯 꼬르륵 소리를 내는 내 뱃가죽을.... 


수없이도 많은 셰프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철학을 기록했지만, 모두가 자신이 믿는 '미각의 기준'은 제각기 달랐다. 극단적으로 둘로 나뉘는데, 한 부류는 재료와 요리 그 자체를 믿는 부류다. 몇몇 셰프들을 대화하다 보면, 요리 자체에 미친 듯이 집중한 셰프들을 볼 수가 있다. 


"좋은 음식은 스스로 드러나는 법" 


접시고, 서버고 다 필요 없다. 그냥 적당히 잘된 상태에서 최적의 밸런스, 최적의 우마미, 최적의 무게감, 밸런스를 맞춘 음식. 셰프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수없이 단련된 요리 테크닉과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아는 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계절에 맞는 신선한 재료를 찾는 일. 이런 부류의 셰프들은 요리를 내어주는 방식도 상당히 심플하고, 직관적이다. 또한 한 접시에 담긴 재료에 많은 생각과 철학을 담았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요리만을 중시하는 셰프는 아니었지만, Noma의 Rene Redzepi도 내 견해에선 '한 접시 안에 담기는 재료들의 하모니'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셰프 중 하나였다. 


 

Noma 의 육회 타르타르 

예를 들자면 이 육회 타르타르가 있겠다. 사실 그냥 보면 별거 없다. 모든 예술 작품이 그러하듯. 육회에 개미를 차분하게 한 마리씩 올려놨다. (TMI 를 말하자면, NOMA 는 매일 단 50명의 손님만 받았던 적이 있는데 한 손님마다 사용할 재료를 해당 손님 전용 '재료 박스'에 넣어서 보관했다는 이야기다. 즉, 나를 위해 저 개미 50마리, 그것도 다리 6개가 온전히 붙은 정상적인(?) 개미 사체만을 모아 나를 위해 셰프들이 야산에서 채집했다는 거다.) 



모든 것이 다 같다. 저 이미지는 이제 한국의 몇 파인 다이닝에서도 선보이는 걸로 안다. 나만 해도, 인스타그램에서 아이스크림 위에 개미를 올려준 이미지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개인피셜) 한국에서 백날 개미를 올린들 이는 절대 Rene처럼 의미 있는 행동이 될 수 없다. 왜냐?


코펜하겐이라는 미식에 비협조적인 생태 환경에서 레몬을 대신할 산미로 '개미'를 선택하여 디쉬의 밸런스를 잡겠다고 결정한 것이 바로 'Original' 개성이기 때문이다. 


코펜하겐은 알다시피 바이킹의 나라. 즉, 바람이 많이 불고 해가 빨리 지고, 나만 해도 일주일을 코펜하겐의 떠다니는 백조를 보며 없던 우울증이 심장에서 피어날 정도로 어둡고 축축하고 시퍼런 햇빛 들 날 없는 겨울 쿨 톤의 도시다. 미식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축복받은 떼루아의 나라 프랑스와 이탈리아 주변에서 전혀 미식 메리트라고는 1도 없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따스한 햇살 받은 향기로운 레몬을 수입하여 쓰지 않고, 주변 그린밸트 풀리지 않은 천연 야산에서 개미를 채취하여 산미 재료로 대체했다는 바로 저 생각이 대단한 것이다. 이게 바로 NOMA 가 세계 1위를 4번이나 수상한 이유다. 셰프가 저 나라에서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 뚜렷하고 확실하다. 과감한 New Nordic의 재료는 내게 불협화음으로 들리는 모던 클래식의 변주와도 같았다. 


이런 부류의 셰프는 언제나 재료의 밸런스를 생각한다. NOMA에서 스타지로 일했던 친구가 얘기해준 일화가 있다. 헤드셰프인 Rene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르네가 사찰음식을 경험하던 중 호박죽을 먹고 있었는데, 우리가 먹는 호박죽을 보며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 계란 노른자를 넣으면 밸런스가 맞겠는걸? 


태어나서 호박죽에 계란 노른자를 그것도 날 것으로 넣을 생각을 우리는 과연 할 수 있었을까? 못한다. 한국인이라면 절대 할 수 없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쌍화차에 계란 노른자를 넣어 먹었던 민족이 대한민국 민족인 것을 보면, 반대로 르네는 어떻게 이 생각을 한 것인가? 정답은 바로, 


산미와 피니시(무게감)의 밸런스. 그리고 탄단지의 밸런스를 생각하는 게 New Nordic의 특징 중 하나기 때문이다. New Nordic이라 할 것도 없다. Rene Redzepi가 사고하고 요리를 창조하는 방식이다. 



계란 노른자가 들어간 호박죽을 상상하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여기에 르네만의 산미 포인트인 개미를 넣어도 말이 된다. 은은하게 입 안을 띄워주는 호박의 단맛, 그 사이로 아래를 베이스처럼 깔아주는 계란 노른자의 무게감, 그리고 이 맛을 중독성 있게 이끌어줄 개미라는 산미까지... 르네라면 충분히 3박자를 맞추어 한식도 New Nordic으로 요리를 만들었을 거다. 


우리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 덕후가 되기 전에는 누구나 대중에서 시작한다. 음악도 멜론 100 차트, 빌보드에서 시작하듯이 음식도 이미 모두가 알만한 기준들이 있다. 나는 그 기준들에서 미식 경험을 시작하는 것을 말리지 않는다. 오히려 응원한다. 하지만, 여러 곳을 다양하게 탐험하는 것은 안 된다. 한 곳만 파고, 그 가이드의 특징을 나의 기준에 맞추어 끊임없이 비교해 봐야 한다.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은 어떤가? 과연 1위보다 2위가 별로일까? 전혀. 50위 이하는 1위보다 쿠킹 테크닉이 별로일까? 전혀다. 그들의 가이드를 참고하여, 내가 과연 어떤 철학을 가진, 어떤 맛을 가진, 어떤 분위기를 가진, 어떤 재료를 쓰는, 어떤 hospitality를 보여주는 곳을 좋아하는 지, 그 기준을 잡아놔야 한다. 분명 내가 특출나게 좋아하는 레스토랑에는 분명한 개성과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미식경험을 오로지 음식 하나로만 볼 필요가 없다. 


미식이란 종합 예술이자, 나를 알아가는 일종의 색다른 대화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통계에 놀아나고, 누군가의 기준에 놀아나면 안 된다. 누군가가 만들어 준 기준을 바탕으로 내 경험을 기록하고, 나만의 잣대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셰프가 전달하고 싶은 철학을 내가 고스란히 받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하여 서로 대화가 되고, 나만의 미식 경험은 안정적으로 완성된다. 


다음 글에서는 재료의 밸런스를 집중하는 셰프가 아닌, 음식의 절대적인 맛 외에 '내가 맛있다'라는 경험을 제공해 줄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고민하는 Matt Orlando라는 레전드 셰프와 함께했던 대화를 중심으로,  재료 이외에 우리가 미식을 공부할 때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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