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가 주는 온도
나만의 단단한 기준을 세우기 위해선 스스로 예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 잔의 차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서는 찻자리의 기물들을 예열하는 시간이 차를 마시는 행위의 과정이며 이는 단순히 다구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 뿐만아니라 차의 좋은 성분들이 충분히 우러나올 수 있도록 내어주는 마음이자 차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나는 그 기다림의 시간을 참 좋아한다.
개완에서 숙우로, 숙우에서 찻잔으로, 그리고 다시 퇴수기로 흘려보내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차 앞에서 내 마음을 더욱 단정하게 하고 나만의 작은 리추얼로써 시작된다.
오늘 아침엔 아껴둔 중국 운남성 홍차
전홍을 꺼내며 어제 만들어둔 레몬 티라미수 한 조각을 함께 준비했다.
문득 우리의 삶도 이처럼 예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외부적인 기준에 맞춰
뜨겁게 달궈진 물을 스스로에게 바로 붓고 뜨거운 채 들이키기도 한다.
상대에게 차를 내어줄 때, 팽주는 온 정성을 다해 상대가 어떤 맛과 향을 원하고 지금 어떤 기분인지 헤아리고 그 마음에 맞는 태도와 감정을 차를 통해 전달하는 역할까지 품는다. 비단 그 상대가 나 자신일지라도 더 정성스럽게 들여다보고 오늘 나에게 낮는 온도와 향으로 정성껏 돌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오롯이 나만의 기준을 세운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익숙한 흐름에 몸을 맡기고 편안함에 안주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허나 그 흐름 속에 너무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가끔 쉼표를 찍으며 변곡점마다 스스로 직면해야한다.
차는 나의 언어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차를 마주하는 시간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감각을 다시 선명하게 깨우는 가장 솔직한 대화의 시간이다. 고요하고 섬세한 언어로 사람들과 진심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차뿐만 아니라 각자가 가진 매개체를 통해 자신만의 감각을 깨우고 잠시 멈춰 서서 느리게 걷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너그러이 허락하길 바란다. 그렇게 각자의 소중한 삶을 예열하며 스스로를 온전히 보듬고 지켜낼 힘을 얻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