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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Nov 07. 2022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내 인생의 책

친구들 모임에 빠질 수 없는 대화로 자본주의가 더욱 발달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친구들 목소리가 크고 어깨도 무의식적으로 올라가 있다.

행복은 돈과 반비례한다는 나의 정답을 가지고 있는 나는 그 답이 사실임을 늘 주변에서 확인시켜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경제적 여유도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일명 부동산 거지라고 하는 사람도 많고 연간 임대료 수입이 대기업 임원급 연봉 정도 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도 거의 불면증에 시달리고 몸도 아프고 걱정도 많다.

잠도 잘 자고 건강한 편이고 걱정이야 있겠지만 시간과 노력으로 대부분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 나는 이 멘털에 흔들리는 경우가 생기면 다시 읽거나 생각을 끌어오는 멘토 같은 책이 있다. 톨스토이의 '사람에겐 얼마 큼의 땅이 필요한가'이다. 이 소설은 짧지만 긴 인생에서 흔히 경험하는 욕심의 순간들, 즉 당연한 행동이 욕심인지도 모르고 생활하는, 어쩌면 우리는 소설에서 등장하는 악마의 덫에 걸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농부인 바흠은 아내와 도시에 사는 그녀의 언니가 각자 자신의 환경에 만족하며 상대방 생활의 단점으로 자기 삶의 질을 높이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바흠은 평생 땅을 파먹고 살았으니 어리석은 생각은 할 수 없다며 땅만 여유가 생긴다면 악마도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바흠의 말을 듣고 있던 악마는 땅으로 너를 사로잡고 말겠다고 했다.


바흠의 지주가 땅을 팔고자 했으므로 형편이 어려운 그는 어떻게든 자신의 땅을 사기 위해 의견을 모았다.

망아지 한 마리와 벌꿀을 팔았다. 아들은 머슴살이 보내고 동서에게 빛을 내고 매매 금액의 반만 선지급하고 나머지는 이 년 안에 지불하는 조건으로 지주가 되었다.

농사도 잘되었고 즐거운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바흠의 목초지에 소나 말을 풀어놓아 목초지가 망가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때마다 그는 가축 주인에게 부탁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재판소에 고발했고 피해자들에게 벌금을 받았다.

그 후부터 동네 사람들은 바흠을 원망하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그의 밭과 목초를 짓밟고 보리수나무까지 베어버렸다. 바흠은 심증만 가지고 이웃을 고발했다. 증거가 없었으므로 무죄판결을 받자 그는 재판관과 싸우고 마을 사람들과도 싸움이 벌어졌다. 땅은 넓게 가졌으나 점점 좁은 세상에서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농민들이 새로운 고장으로 이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바흠.

마을 조합에 가입만 해도 개인당 넓고 비옥한 땅을 준다는 새로운 고장이었다.

바흠은 그 소식을 듣고 흥분하며 이주를 결정했다.

5명의 가족이 받은 땅은 엄청났고 집도 짓고 가축도 키우며 생활 수준이 전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좋아졌다.

만족감은 컸지만, 땅 욕심이 생겼다. 좀 더 많은 농사를 짓고 싶었던 그는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지어 풍작이 되었다. 농장과 집의 거리로 인한 불편함을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에 별장을 가질 수 있다면 더 만족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렇게 3년 농사를 지어 돈을 많이 모았다. 빌린 땅이 내 땅이라면 하는 생각을 하던 바흠은 지주 중에 파산해서 땅을 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저렴한 가격에 그의 땅을 샀다. 더 넓은 땅의 지주가 된 바흠, 그러나 욕심은 끝이 없었다.



한 상인이 밥을 얻어먹기 위해 바흠집에 들렀다. 그는 바시키르라는 마을에서 왔고 그곳은 대지주의 비위만 잘 맞추면 땅을 헐값으로 살 수 있음은 물론 얼마나 넓은지 일 년을 걸어도 다 돌지 못할 거라고 했다.

바흠은 지주에게 선물할 차 한 상자와 술을 사서 일주일 만에 바시키르에 도착했다.

상인의 말대로 비옥하고 넓디넓은 땅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모두 사실이었다.

바흠은 준비한 선물을 촌장에게 주었다. 그는 땅이 얼마든지 있으니 필요한 만큼 가지라고 했다.

땅의 가격은 하루치가 1,000루블(이만 오천 원 정도). 하루를 걸어서 필요한 경계에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나무나 풀을 꽂아 두라고 했다. 단 해가 떨어지기 전에 출발점까지 돌아오면 바흠이 거쳐 온 땅은 모두 그의 소유가 된다고 했다. 자신이 살던 지역보다 10배 이상 저렴한 매매 가격에 놀란 바흠이었다.


다음날 바흠과 하인은 바시키르인들과 촌장이 있는 초원의 언덕에 도착하자 날이 밝았다.

촌장은 이 넓은 땅이 모두 자신들의 소유이니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라고 했다.

바흠의 눈은 이글거렸고 촌장은 자신의 여우가죽 모자를 벗어서 땅에 놓았다.

그곳을 출발점으로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면 바흠의 땅이 되는 거래가 시작되었다.

바흠은 돈을 촌장의 모자 속에 넣고 장화를 단단히 신은 다음 괭이를 들고 출발했다.

어디를 보아도 비옥한 땅이었으므로 동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걸음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1km쯤 가다가 첫 번째 구덩이를 파서 잔디를 묻었다.


걸음이 절로 빨라지는 바흠. 해를 보니 벌써 아침이었다. 아직은 왼쪽으로 구부러지기 이르다고 생각한 그는 더운 날씨에 장화를 벗어 허리에 차고 또 걷기 시작했다. 여기서 5km쯤 더 걷고 왼쪽으로 구부러지려고 했는데 땅이 가면 갈수록 더 좋아서 계속 똑바로 걸었다. 이미 출발점 언덕은 개미처럼 작게 보였다.

갈수록 풀의 키가 높고 날씨는 뜨거워서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 바흠. 하늘을 보니 한낮이었다. 거기서 빵과 물만 마시고 또 걸었다. 더위는 점점 심해지고 졸음도 쏟아졌다. 그래도 꾹 참으며 한 시간의 인내가 일생의 득이 되는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왼쪽으로 구부러지려고 하는데 가까이 촉촉한 분지가 보였다. 그 땅을 버리기엔 아깝고 거기에 아마를 심으면 잘될 거라는 생각에 분지까지 차지하고 두 번째 구덩이를 파고 잔디를 심었다.




세 번째로 접어들자 그는 걸음에 속도를 냈다. 해를 보니 오후도 한나절이 지나 있었다. 겨우 2km쯤 왔을 때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에 구덩이를 파고 곧장 언덕 쪽을 향해 걸었다.

점점 힘들고 몸은 땀투성이에 장화를 벗은 발은 찢기고 배어 상처가 심해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쉬고 싶었지만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걷고 또 걸었다.

욕심을 낸 건 아닐까? 만약 늦으면 어떡하지? 언덕과 해를 번갈아 쳐다보며 출발점까지는 아직도 멀었는데 해는 지려 하고 있었다.

그는 몹시 괴로웠지만 쉴 새 없이 걸었다. 그러나 가도 가도 출발점은 멀었다. 마침내 그는 뛰기 시작했다 장화도 물통도 다 버리고 괭이만 들고뛰었다.

내가 욕심이 지나쳐서 이제 다 끝났다. 해 떨어지기 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숨이 막혀왔다. 바흠은 무작정 달렸다. 땀에 젖은 옷은 몸에 딱 달라붙었고 입은 바싹 말라버렸다. 심장은 터질 듯 망치질했고 다리는 남의 다리처럼 휘청거렸다. 이러다 죽지는 않을까 무서웠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이렇게 힘들게 뛰어왔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만둔다면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듣겠지'




그가 달리고 달려서 언덕 가까이 왔을 때 해의 한쪽은 땅에 닿았고 다른 한쪽 끝이 아치형으로 남아 있었다.

바흠은 마지막 힘을 다해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발을 이끌며 겨우 몸을 지탱했다. 그는 가까스로 언덕 밑까지 오자 주위가 어두워졌다. 서쪽을 보니 해가 지고 말았다. 

실망한 바흠은 발을 멈추려고 하는데 바시키르인과 촌장이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순간 바흠은 언덕 위에는 아직 해가 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흠은 용기를 내서 언덕으로 달려 올라갔다. 언덕 위는 아직 밝았다. 그는 언덕 위의 모자가 보였으나 다리가 떨어지지 않아 쓰러지고 말았다. 그래도 두 손으로 모자를 움켜쥐었다.

'장하구려 땅을 완전히 잡으셨소'라고 촌장이 소리쳤다. 바흠의 머슴이 달려가서 그를 부축해 일으키려고 했으나 그의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바흠은 쓰러져 죽고 말았다.

하인은 괭이를 집어 들고 바흠의 무덤으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약 2m가량을 팠다. 그것이 그가 차지할 수 있었던 땅의 전부였다.



연간 억대 임대료 수입을 자랑하는 한 선배가 나에게 물었다. 임대 수입이 전혀 없는데 불안하지 않아?

'응' 나의 대답은 심플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표정에 의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의 눈은 늘 나를 향해 있다. '저 선배는 얼마나 행복할까?'라고 나를 표현했던 한 후배의 말에 나의 행복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누군가 색다른 책을 읽고 근사한 옷을 입었어도 나는 상대방에게 달려가지 않는다. 늘 달려가서 너무나 힘들게 살았기에 멈출 수 있다. 나에게 필요한 건 다른 것일 수도 있으니까! 나의 상태를 둘러보고 필요할 때 선택해도 늦지 않으니까!! 선택하지 않고 돌아서는 순간이 정말 넉넉하니까!!


커피향이 코끝에서 나 사랑해? 라고 묻는다.

응 하늘 땅보다 더 크게 사랑해~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줄 요약: 행복을 사는데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이미 가지고 있는 행복을 알아차리면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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