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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Jan 09. 2023

갱년기야 너 뭐니(마지막)

갱년기 안녕!

'여보 나 얼어 죽을 것 같아.'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쓴 남편이 새벽에 말했다.

'방을 따로 쓰면 서로 편할 텐데 왜 같은 방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네!!'


불덩어리의 출몰로 에어컨 리모컨을 손에 들고 자다가 더워서 깨면 틀고 추우면 끄기를 반복하다가

아침이 오곤 했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으니 문제는 낮에 운전할 때 졸음이 쏟아졌다.

한 번은 갓길 쪽 차선을 벗어났는데 졸음 방지용으로 처리해놓은 부분까지 바퀴가 넘어가자 핸드폰 진동 소리보다 백배 정도 큰 소리와 울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했다고 하자 가족들은 호르몬 복용 문제를 의사와 상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산부인과 진료 및 상담을 했다. 의사는 먹는 호르몬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피부에 파스처럼 붙이는

오백 원짜리 동전처럼 생긴 패치를 주면서 일주일에 두 개를 사용해보라고 했다.

의사가 덧붙이기를 이 패치를 처방한 모든 환자의 상태가 좋아져서 자신이 인기가 많아졌다고 했다.

패치를 사용하고 한 달이 지나자 다시 생리를 시작했다. 완벽하게 갱년기 전 상태로 돌아왔다.

야호~~ 다시 백조가 되었다.




두 번째 의사를 만났다. 상태를 체크하더니 2개월을 사용해보고 다시 만나자고 했다.

2달 후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갱년기를 시집보낸 나는 그날 오후 수영장에 갔다. 백조로 돌아온 기념식을 제대로 하고 싶었다. 우아하게 천천히 물을 가르며 다리는 열나게 차면서 열 바퀴를 돌고 하얀 원피스를 입고 집으로 돌아왔다.


세 번째 만난 의사는 나의 상태를 보더니 삼 개월 분량의 패치를 처방해 주었다.

꿈만 같은 나날이었고 가족들도 행복하다고 했다. 까마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백조가 다시 집안을 이리저리 날아다녔으니 그럴 만도 했다.




4월의 어느 날 벚꽃이 눈에 아른거리고 엄마도 보고 싶고 말만 들어도 정겨운 대한항공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국으로 출발했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천국으로 가는 길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데!!!

10시간의 비행으로 몸에 이상 신호가 발생.

사춘기 이후부터 코피를 흘리는 연약한 언니가 주변 남자들에게 보호받는 것을 보고 나도 그 코피 좀 흘려보고 싶은 것이 소원 중의 하나일 정도로 건강한 나는 아파본 적이 없다. 좌석에서 일어나도 된다는 기내 방송을 듣고 의자에서 일어났는데 무릎 밑으로 다리가 많이 부어서 바지가 꽉 끼었다. 마치 깁스를 한 것처럼. 통증도 없었는데 너무 놀라서 아들과 통화했더니 의사한테 알아보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여러 차례 장시간 비행기를 탔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의사는 큰 문제 아니고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럴 수 있다며 발끝을 자주 올렸다 내렸다 하라고 했다. 운동을 반복했더니 금방 좋아지긴 했지만 건강 염려증이 있던 나는 패치를 계속 사용할지 말지를 고민했다.




동생과 일본온천에 일주일 갔는데 매일 아침저녁으로 온천을 하니 패치가 불편했다.

울고 싶은데 온천물이 나를 때렸다.

입욕해도 패치가 떨어지진 않았지만, 테두리 부분이 피부에 붙지 않아서 옷에 걸리고 불편했다. 무릎 밑으로 퉁퉁 부었던, 남의 다리 같았던 그 모습이 자주 생각났고 '그래 부종이 생긴다는 것은 부작용의 일종이다. 패치 사용을 중단하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부터 패치 사용을 하지 않았고 나의 갱년기 증상은 다시 시작되었다.


자연스럽게 변하는 몸을 억지로 바꾸는 일이 맞지 않았다. 부작용을 겪으면서 편리함을 곁에 두기에는 마음이 불편했고 몸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확실할 때는 중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나의 결정을 들은 가족들은 한국에 더 있다가 오라고 했다. 나 쫓겨난 건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열이 자주 오르지 않고 올랐다가도 금방 정상으로 돌아왔다.

까마귀의 마음을 위로하고 심리 공부와 마음공부를 통해 나와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갱년기가 조용히 백기를 들었다.

지금도 잠깐씩 열이 오르긴 하지만 나를 위로한 충분한 시간 탓인지 우아한 백조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갱년기 전에는 아들 키우듯 다 받아주다가 갑자기 돌변한 까마귀를 돌보느라 고생한 남편이 고맙다.


남자들 갱년기 증상은 어떻게 시작되려나!!



한 줄 요약: 갱년기도 나의 일부분, 위로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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