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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Jan 02. 2023

갱년기야 너 뭐니(2)

인내심을 엿 바꿔 먹었다

사춘기는 청춘이라는 아우라를 거느리고 폼나게 다니지만, 갱년기 옆에는 온통 낯선 감정들이 춤을 추었다.

평생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경우를 처음 겪어보니 방법도 모르겠고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호르몬제 복용을 권했지만 약을 선호하지 않는 나는 답답하기만 했다.




어느 날 남편과 짐에 갔다. 호주 사람들은 대부분 타고나기를 등치도 크고 몸도 좋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사람들이 운동하는 것을 보면 믿기 어려울 만큼의 무게로 근력운동을 했다. 그룹트레이닝 받는 사람들은 운동량도 많고 스피드도 빠르고 쉬는 시간도 짧고 보기만 해도 심장마비가 올 것처럼 숨이 찼다.




꾸준히 운동하는 편인 나는 덤벨 5kg을 양손에 들고 팔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평소 운동도 잘하지 않던 사람이 주변 분위기를 보더니 6kg을 집어 들었다.

처음부터 무리하면 근육이 다칠 수 있으니 가벼운 무게부터 하라고 했다.

더 무겁게 들 수도 있지만 이걸로 하는 거라며 고집을 피웠다.

단계가 필요하니 3kg부터 하라고 했는데 계속 우기며 6kg을 들고 했다.

남편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덤벨 무게를 바꾸지 않았다.

남자의 자존심이 무게로 채워지는 줄 아는 건 아닌지. 몸이라도 흔들지 말던가!!

세 번째 세트부터 남편의 근육에 손상이 왔음이 보였다. 무게 중심이 흐트러지고 팔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목에 힘을 주며 온 상체의 힘을 동원해서 이를 악물고 덤벨을 들어 올리는 남편.




평상시 백조라면 그래 미운 일곱 살(남편의 정신연령)이 고분고분 말을 듣는다면 일곱 살이 아니지!

눈웃음과 비웃음을 반반씩 섞어서 남편에게 보냈을 텐데 이래 봬도 지금은 까마귀가 아닌가!

남편을 보고 있자니 또 열이 등으로 모였다.

까마귀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 여기는 공공장소이므로 최대한 백조답게 말을 해야지.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당신 의견을 무시한 적이 있어? 운동만큼은 내가 당신보다는 전문가이니 내 말을 들으라고!

점점 목소리가 커지면서 깍 깍 깍깍깍 소리를 지르듯 뱉어버린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어! 집에서만 새는 바가지가 아니었네!!



참지 못하는 갱년기, 인내심은 엿 바꿔 먹은 갱년기, 두뇌보다 말이 빠른 갱년기.


짐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남편은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기억할 거라며 다시는 짐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날 저녁 어깨가 아프다며 파스를 찾았다.

통증은 계속되었고 웬만한 상처에도 통증을 잘 느끼지 않던 남편인데 이번에는 심한 상태임이 분명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창피한지 선뜻 병원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남편.

아들에게 조용히 상황을 설명했더니 다음 날 연락이 왔다

아들 교수님이었던 분이 실력 있는 의사를 소개해서 예약했으니 진료받아보라고 했다.

병원에서 사진도 찍고 몇 가지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보러 갔다.

예상대로 어깨 근육이 찢어졌다.

물리치료와 마사지, 스스로 해야 할 스트레칭을 배우며 치료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더 답답한 것은 위로가 필요한 상황에서 화를 내는 어처구니없는 낯선 나를 어찌해야 좋을지. 미안하다는 말을 가장 아끼는 남편은 점점 백조 코스프레를 했다. 무슨 조합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백조가 사라지면 왠지 허전할 것 같은 집에 누구라도 백조 역활을 하니 다행이었다.




왜 무리하게 운동했는지 남편에게 물었더니 '여자보다는 더 무겁게 들고 해야 남자지'라는 어이없는 대답에 언제나 철이 들지 미워할 수도 예뻐할 수도 없었다.

멋진 남자의 메너를 가르치는 학교는 없을까요?



한 줄 요약: 나도 어찌할 수 없는 나를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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