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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May 28. 2021

영어가 뭐길래?

부부만의 여행


결혼기념일에 퀸즐랜드에 있는 골드코스트로 여행을 갔다. 3박 4일 일정에 아이들도 없이 퀸즐랜드에서 제일 높은 건물인 Q1 호텔이었다. 바다가 한눈에 펼쳐 보이고 모처럼 우리만의 시간이 좋았다.

체크인을 하고 저녁은 일식 레스토랑으로 가기로 하며 점심은 간단히 서브웨이에 가서 먹자고 했다. 평소에는 아이들이 사 왔기 때문에 우리 둘이 서브웨이를 가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의 롯데리아나 비슷하겠지 생각했다. 그래서 정면에 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저거 달라고 했다.

직원이 뭔가를 말하는데 우리는 다시 정면 사진의 제품을 가리키며 저 빵을 달라고 했다. ok 하더니 다시 뭐라 뭐라 하는데 빵 종류가 몇 가지 있는데 어떤 것을 원하는지 묻는 것 같았다. 우리는 밀빵을 선택했다.

그런데 쇼케이스를 가리키며 고기 종류 고르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담백한 터키햄으로 정했다. 다음 순서는  치즈, 종류가 많았지만 아는 건 모째렐라 치즈 밖에 없었으므로 선택, 뭔가 빠르게 지나가는 말이었는데 그냥' Yes'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치즈와 빵을 레인지에 돌려주는 것을 토스트 해주냐고 묻는 바람에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야채가 문제였다. 휙 둘러보아도 토마토, 올리브, 나머지는 한국말만 입에서 맴돌았다. 토마토만 이야기하고 가만히 있었더니 다른 야채는 싫어하는 줄 알고 통과되었고  소스들이 여러 종류가 있었다. 만만한 것이 허니 머스터드였다.  매운 소스 유무를 물었더니 있다며 넣어주었다. 끝이구나 했는데 이어지는 질문은 소금, 후추 다음은 음료수 선택, 결재 여부를 거쳐서 빵을 받았다. 테이블에 앉았는데 배가 고픈 줄도 모르겠고 입맛도 없었다. 한숨만 나왔다. 벙어리와 조금도 다를 것 없는 현실에 뭔가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 후 집에 돌아온 나는 서브웨이에서 주문할 때 알아야 할 문장과 단어들을 모두 메모해서 암기했다. 

연습 겸 일부러 서브웨이 가서 주문해서 식사를 자주 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루하루 1년 2년 지나 15년 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지금은 호주 사람을 만나면 더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도 나눈다. 쇼핑을 가면 흥정도 해서 추가 할인도 받는다. 

코로나가 사라지면 한국에 가서 우리나라 말과 우리나라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운 내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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