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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Jun 26. 2023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뭐가 그렇게 좋아?

나: 너는 언제가 제일 행복해?

나: 운동을 마치고 차를 향해 걷는 순간 등에는 날개가 달려 있을 것 같고 구름 위는 아니어도 스펀지 위를 걷듯 부드럽고 살짝 뛰면 날 것도 같다.


행복한 느낌은 운동 끝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담소를 나눌 때도 계속 유지된다. 책을 읽고 다른 작가의 글을 읽고 댓글로 나의 마음을 보낼 때도 행복이는 옆에 앉아있다. 접어 두었던 글도 이어서 쓰다 보면 행복이가 졸린다고 눈꺼풀 위로 올라간다.

그래그래 자자, 우리 행복이가 졸리는구나! 어느덧 행복이와 나는 꿀잠 속으로 풍덩 빠진다.


옆에 붙어서 자는 고양이가 유난히 움직임이 많은 날은 나의 뒤척임도 비슷하게 숫자가 올라간다.

한밤중의 시간은 달빛으로 어림잡는다.

블라인드 사이로 장독대의 항아리들이 보이면 한밤중이라는 표시다. 상현달로 가고 있는 달의 밝음은 꿀잠 자는 새들이나 꽃들을 귀찮게 한다. 그럴 때면 나의 밤도 뒤척인다. 달빛이 노니는 마당을 보며 어릴 적 그 밝음 아래 숨바꼭질했던 동심을 잠깐 가져오기도 한다.


고양이가 다시 뒤척인다.

몇 시일까! 밖을 보니 완벽한 검은색이다. 새벽 4시 정도 되었다고 예상. 달이 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겠지.

복식호흡으로 정신을 다듬고 초롱초롱해진 상태가 되면 침대와 나를 분리한다.


이 녀석 어디 갔지? 어젯밤 행복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는데 밤새 어디로 도망갔네! 뺀질이 녀석.

책 읽고 글 쓰고 다른 작가의 글도 읽다 보면 알람이 울린다. 아침 식사 준비를 위해 주변을 정리하고 주방으로 나온다. 도망간 행복 대신 생각이 졸졸 따라다닌다.                               

우리의 타고난 본성이 행복이라고 대부분의 위대한 철학자들이 말했지만, 여전히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같다.

행복은 어디로 숨은 것일까! 요놈의 기분이 요술을 부린 것이 분명하다. 이 기분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과거 아니면 미래! 사람에 따라 현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기분이 어디서 오는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나의 기분은 늘 과거에서 꼬리를 잡고 흔들며 요술을 부린다. 그래도 몇 시간은 행복이와 잘 지내도록 배려해 주기도 한다.


아침을 준비하며 짬짬이 점심 도시락도 챙겨서 가방에 넣는다.

팥죽을 데우고 요플레와 과일을 접시에 담고 커피를 내리며 티를 위한 물은 보글보글 컵으로 옮겨달라고 종알종알. 아침 먹자는 소리를 두 번씩이나 보냈음에도 남편과 딸은 핸드폰 소리만 보낸다.

그럴 때 생각이 시동을 건다. 아침 먹자는 소리를 보내지만, 여전한 기계 소리. 시동을 건 생각이 기어를 넣고 달리기 시작한다.

"아침을 준비하라는 것도 아니고 제시간에 나와서 함께 먹기만 하라는 건데 그것도 어려운가! 직접 준비해서 먹어야 알 수 있는 일이지."라고 중얼중얼. 슬슬 분노가 기분을 망치려고 할 때 목소리가 올라간다. 아침 먹자고! 드디어 하나둘 나온다. 휴~~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 윌리엄 제임스


윌리엄 제임스의 말에 의하면 생각이 나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그래 그 말이 정말 맞는지 해보자.

수많은 아침을 이렇게 시작했으니 한 번 바꿔볼까? 생각이 나를 멋지게 만들도록 해보자.

아침을 먹자는 말 대신 직접 남편에게 갔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내가 아침 만들 때 당신이 커피와 티를 만들어 주면 좋겠어.라고 했더니 그래 알았어!하며 바로 침대에서 내려온다.

아침마다 고양이 알레르기로 시작하는 딸에게 찜질팩을 전자레인지에 2분 돌려서 그녀의 얼굴 위에 올려준다. 알레르기가 사리진 얼굴이 하얗게 빛난다. 엄마가 아침 준비 다 했는데 같이 맛있게 먹자. 응 엄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생각으로 얼마나 많은 아침이 나를 불쾌하게 했을까?

거기에 그 불쾌한 기분이 남편과 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큰 오해였던지.

내 생각으로 더 이상 나를 비롯한 가족을 오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줄 요약: 나 하나 달라지면 내 주변 모두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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