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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Mar 06. 2023

아니요!

뭐가 그렇게 좋아!

망설임도 없이 거절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거절하는 힘은 내가 나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생겼다.


어느 토요일 친구와 선약이 있었다.

한 선배가 그날을 가리키며 몇 명이 정기적인 모임 중인데 나를 초대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참석 여부를 물었다.

순간 '갈 수 있지 선배' 하며 머릿속으로 친구의 약속을 저녁으로 미뤘다. 선배와 헤어지고 친구에게 사정을 이야기한 후 약속을 저녁으로 변경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했다.

만일의 경우 친구가 저녁에 약속이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거절 못하는 환자인 나는 자주 고단했다.


약속 당일 오전부터 준비하고 만남 장소에 가서 점심 먹고 차 마시며 이야기가 길어졌다.

겨우 모임을 마치고 친구와의 약속 장소로 갔다.

다시 저녁을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로 식탁은 분주했다. 찻집으로 옮겨서 가족 이야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들이 어디에 숨어 있었던지 커피 속에 빠졌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나오기도 했고, 창밖으로 던지는 시선 따라 노란 우산에 떨어지기도, 신호에 잡혀 정지해 있는 택시 앞에 서 있기도 했다. 신호가 바뀌면 부서짐을 기다리며.

긴 하루를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발목에는 모래주머니가 달려있었다.

선배의 제안에 '선약이 있어요. 다음 기회에 불러주세요.' 이 한마디를 꺼내지 못한 무게가 집을 향하는 걸음걸음에 누군가의 입에서 버려졌을 껌딱지가 붙어 있는 질척거렸다.

상대방에 맞추는 결정만 하다 보니 결국에는 상대방이 불편해지고 피하고 싶었다.




거절을 못 하는 사람의 성향

1. 이타적인 사람

2. 책임감이 강한 사람

3. 지나치게 낙천적인 사람

4. 타인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

5. 나는 좋은 사람 이어야 하고, 나를 사람들이 좋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

6. 애정욕구와 인정욕구가 비교적 강한 사람.

심리학적으로 대략 정리하면 위와 같다.


왜 거절해야 할까?

첫 단계는 심리적 치료로 가능하지만, 자신의 욕구가 반복적으로 충족되지 못하면 스스로 지치고 보호받지 못한다는 느낌의 단계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호르몬의 변화를 일으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된다.

신체에 일어난 사고들을 해결하기에 지친 면역체계는 혼란을 겪으며 자가면역 질환(자신의 면역체계를 공격함)과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경우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정신과 의사들이 말한다.




이론으로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를 배웠다 하더라도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기적인 사람보다 당연히 이타적인 사람이 좋고, 책임감이 있고 낙천적인 사람이 그 반대인 사람보다 당연히 좋은데 이론과 나의 문제점을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했다.

피곤한 날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을 배려하지 못하면서 타인을 배려한다고 거절하지 못 한다면 진정한 배려일까?

거절한다고 상대방이 불편할까?

어느 조직이나 모임에서든 50% 정도만 나를 좋아해도 성공한 인생이다. 모두 나를 좋아한다는 일은 불가능하다.

결핍된 애정욕구와 인정욕구의 시작점을 찾아야 했다. 대부분 자신의 어린 시절일 확률이 99%이므로 욕구의 꼬리를 잡고 물고 늘어지다 보면 아주 작고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손을 잡고 다독이고 괜찮다고 위로하고 토닥임이 선행되어야 거절할 수 있는 작은 힘이 생긴다.




여러 단계를 지나오며 현재의 나는 -

*나와 식사하자는 제안은 고마운데 이번 주는 내가 좀 피곤해. 다음 기회에 하자.

*선약이 있어. 2주 후에 가능한데 그날은 어때?

*난 오늘 메뉴가 나랑 맞지 않은데 다른 걸로 먹으면 어떨까?

*제 일도 많이 쌓여 있어서 현재는 도와드릴 수가 없어요.

*저도 도와드리고 싶은데 중요한 선약이 있어요.

*제 능력으로는 불가능해요.

-이렇게 가벼워졌다. 멋있어졌다.


거절을 통해 상대방과 나는 서로를 배려하는 관계가 되었다.

거절은 상대방과 나를 보호하는 일이다.



한 줄 요약: 거절은 내 등에 날개를 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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