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옥수수를 먹을 때마다 우리나라에 꼭 가져가고 싶다는 말을 20년 가까이하고 있는 남편.
옥수수를 끓는 물에 한 2~3분만 데치듯 넣었다가 먹으면 그야말로 둘이 먹다가 한 명이 기절해도 모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물과 옥수수만의 환상궁합이다. 단맛과 톡톡 터지는 듯한 식감 때문에 한 번에 2~3개씩 먹곤 한다.
오늘 점심은 옥수수로 먹자는 남편.
살살 뱃속에서 음식 사냥을 준비하는 신호가 꼼지락거린다. 옥수수를 데쳐서 남편을 부른다.
옥수수만 보면 행복해지는 남편이 식탁에 앉아서 호호 불어가며 맛있게먹기 시작한다. 얼마나 맛있게 진심으로 집중하며 먹는지 토끼가 당근을 먹는 모습과 비슷해서 귀엽다.
3개 중에 각자 한 개씩 먹고 한 개가 접시에 외롭게 남았다. 옥수수에 고정된 남편의 뜨거운 시선을 보고 당신이 하나 더 먹으라고 했더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것을 덥석 잡는다. 반 잘라줄까? 라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건네는 그는 얼른 입술에 침을 바른다. 아니야 난 배불러 당신 많이 먹어라고 하자 눈에 힘이 빠지면서 신난 듯 싱글벙글.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추구하는 나라서 가능한 이 순간이 감사하기만 하다.
과거에 발목을 잡히면 지금 남편의 모습이 토끼가 아니라 어떤 모습이었을지는 모두의 상상에 양보한다.
옥수수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오물오물 신나게 먹는 남편이 아니라 아이들 키울 때처럼 조건 없이 사랑스럽기만 한 딱 그런 순간 같아서 "당신 아기같이 귀여워! 그렇게 맛있어?"라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바라보는 눈 속에 청개구리가 산다.
그렇게 하루의 한낮이 지나가고 있는데 브런치 이웃인 이주현 작가님이 유*브 세이럽tv를 하는 중인데 이번 주제가 이웃 작가님들의 사랑이란 어떤 모습일지 들어보고 싶다는 메일이 왔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나의 사랑은 지금 내 앞에 보이는 모습을 자신의 취향이나 성격을 다 버리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더함과 뺌도 없이 상대방에게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즉 현재에 백퍼센트 머물며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그 순간 1분도 되지 않는 현재의 모습을 녹음해서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 완성된 영상을 보내왔다. 즉흥적으로 녹음해서 보낸 나의 사랑에 영상까지 편집해서 더 멋있는 사랑으로 돌아왔다. 수고하신 세이럽 tv 시인과 아나운서, 이주현 작가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