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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Jun 14. 2023

출근할 때는 간을 놓고 오세요

뭐가 그렇게 좋아!

출근길에 앞으로 차가 끼어든다.

남편의 운전 스타일은 "내 앞으로 다 들어오시오"이다.

급한 성격 같기도 하지만 나이에 맞게 방어 운전은 이렇게 하는 거라며 자주 하는 말이 잔소리처럼 들려서 귀를 막기도 했지만, 요즘은 편안해서 좋다.


앞으로 들어온 차에 강아지 한 마리가 보인다. 어머나 귀여워라! 하며 강아지를 구경하며 가고 있는데 신호에 걸려 차가 정지하자 옆에 앉아있던 또 다른 한 마리 강아지가 일어난다. 두 마리는 주변 차들도 보고 주인도 쳐다보며 앉았다 서기를 반복하며 출근하고 있다.

호주 사람들은 출근하면서 강아지들을 데리고 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주로 고객의 집으로 방문하는 자영업자들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강아지를 풀어놓기도 하고 나무 그늘에 어 두기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저 운전자는 반려견을 두 마리나 데리고 출근하니 얼마나 좋을까!


문득 회사에 입사해서 연수받을 때 초청된 한 강사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직장생활을 지혜롭게 하는 방법을 설명했던 것 같은데 기억나는 한 마디가 "출근할 때는 간을 집에 두고 오세요."였다.

그 강사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과 말투, 행동에 나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운 완전 신입 시절, 입사 후 3~4개월이 지날 때쯤 한 고객을 서비스하는 중이었다.

그가 건넨 금액과 내가 확인한 금액이 일치하지 않았다. 순간에 일어난 착오였고 아무리 설명해도 그 고객은 막무가내였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모든 직원과 다른 고객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책임자가 그를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고 나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냥 있으라고 했다. 순간 억울했고 화도 났다. 고객의 이야기보다 직원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얼굴은 보나 마나 벌겋게 노을빛이 들었는지 열감이 느껴졌다.

그 순간 연수원에서 강의했던 강사가 생각났다. 아! 간을 가지고 출근했네! 그리고 선배가 차 한잔 마시자며 탕비실로 데리고 갈 때 나의 간을 빼서 주머니에 넣었던 기억이 났다. 얼마 후 그 고객의 아내가 수표 한 장을 집에 빠뜨리고 다며 가지고 와서 마무리되었다.


오늘은 출근하는 길에 무엇을 가지고 왔을까?

나의 간은 내 배 속에  당연히 잘  있다. 대신 느낌표를 늘 가지고 다닌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잘못 인식하고 있습니다. 종종 우리는 감정이 우리를 붙잡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는 항상 감정을 통제할 수 있으며 단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자신의 가장 깊은 감정조차도 표면에 있는 것임에 불과합니다.

내면의 가장 깊은 핵심에서 당신은 비어 있고, 고요하며 평화롭습니다. 우리 대다수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고통도 없고 어둠도 없습니다. - 레스터 레븐슨


나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

나의 내면은 고요하며 평화롭다. 이 두 문장을 눈이 없는 뇌를 위해 소리로 뇌에게 전달한다.


약사가 약을 준비할 때 가끔 한두 가지 빠뜨리는 경우가 있다. 약을 확인한 고객이 자신의 약이 부족하다며 가끔 짜증을 낸다. 갑자기 어딘가에 숨어있던 분노의 감정이 올라온다. 

*약사가 왜 약을 빠뜨렸지? 하루 이틀 하는 일도 아니고 짜증 나네. 내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 왜 나한테 짜증이야?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실수할 수도 있지 그렇다고 이렇게 화를 낼까? 

일어난 나의 감정을 알아차렸고 통제한다. 왜! 나의 내면은 고요하며 평화롭기 때문에.

느낌표를 앞세워서 그렇군요! 정말 미안한데 확인하고 내가 다시 오든지 다른 직원이 가져다주든지 하겠다며 사과한다.


느낌표 앞에서 사람들은 관대하다. 나 또한 나에게 너그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출근길에 나의 앞을 주행하던 차주도 두 마리의 강아지가 어쩌면 느낌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한 줄 요약: 나는 오늘 느낌표를 가지고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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