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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Feb 23. 2023

들으면 가장 행복한 말

뭐가 그렇게 좋아!

경주마 같았던 나의 삶.

왜 달려야만 했을까?


아들로 태어났다면 푸른 초원의 얼룩말처럼 먹다가 쉬다가 놀다가 생존을 위한 지킴을 부모로부터 배웠겠지. 딸 셋을 낳고 결국 쫓겨난 큰엄마는 병으로 돌아가셨고 엄마가 첫딸을 낳고 둘째인 내가 태어났다.

나의 불안과 존재감은 엄마의 임신초기부터 시작되었다.

할아버지께서 엄마에게 건넨 그 한마디 '아들 태몽 꿈을 꾸었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아가야 이번에는 아들이야' 이 말에 모두 행복한 나날이었겠지만 태아인 나는 자신을 부정하는 법을 가장 먼저 배웠다.

내가 태어나고 아빠의 외도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기 전부터 그들은 분위기와 눈빛으로 딸로 태어난 안타까움을 동정하듯 내게 보냈다.

어쩌면 엄마 아빠라는 말보다 '고추 좀 달고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어'라는 말을 가장 먼저 이해했을 수도 있다.

밥만 먹으면 밖에서 놀았다. 점심때가 돼서 누군가 밥 먹으라고 데리러 올 때까지. 점심 먹고 또 밖에서 놀았다. 해가 질 때까지, 친구들이 하나둘 집으로 가고 나와 동생만 빈 골목에 남을 때까지.




성인이 되어서도 '잘한다, 대단하다, 상위권이야, 일등이야, 어떻게 그렇게 잘해?' 이런 말들이 나를 수식하는 대표 문장이었다.

집에서는 존재를 부정한다고 인식하는 나의 내면 아이는 늦은 밤까지 나의 수식어를 더 빛나게 하기 위해 온 에너지를 쏟아내고 충전해야만 사용이 가능한 핸드폰처럼 액정화면이 점점 흐려질 때쯤 집에 도착. 내일 또 빛나게 달려야 할 충전기를 내 마음에 꽂고 잠이 들었다.


결혼과 출산 후, 집에서조차 충전할 수 없었다.  온전한 나의 둥지에는 나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없는 장소이므로 다시 달려야 했다.'

당신 정말 대단해,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당신이야.'라고 남편은 자주 말했고 '엄마는 친구 엄마들하고 달라, 엄마 최고, '라고 아이들이 말할 때 가장 행복했다.

그러나 그 행복감은 사탕 같았고 탄산음료 같았다. 더 심한 갈증에 뭔가가 필요했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

나의 마음을 공부했다. 수많은 지식이 쏟아져 나에게 왔지만, 처음에는 바윗돌처럼 단단한 나의 마음에 부딪혀 떨어져 나갔다. 그래도 지구력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강한 나는 바윗돌을 계속 두드렸고 어느 날 그 단단한 돌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틈을 점점 넓히면서 나에게 맞는 이론을 적용했더니 단단한 바윗돌이 알갱이로 그 알갱이가 모래알이 되었다. 어쩌면 골드코스트 해변에 있는 가장 고운 모래가 되었을 수도 있다.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 내가 죽는 날까지 들을 수 있는 말을 찾았고 만들었고 들려준다.

제인 잘 잤어?

제인 안녕!

제인 괜찮아?

제인 수고했어.

제인 잘 자.

나에게 안부를 묻는 일이야말로 내가 가장 듣고 싶고 행복해지는 말이다.



한 줄 요약: 제인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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