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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Jul 11. 2022

이(lice)가 있다니!

호주에서 놀란 일

 코로나가 나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준 샘이다.

여기 시스템은 환자에 따라 의사가 주는 처방전 한 장으로 5회에서 그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보통 5회 재사용을 하는데 그 처방전을 보관하기 불편하거나 분실이 우려되면 약국에 처방전을 맡긴다. 그러면 약국에서는 약이 떨어지기 전에 일별로 약을 포장해서 환자에게 연락한다. 환자는 약국을 방문해서 준비되어 있는 자신들의 약을 가지고 간다.


코로나로 인해서 환자들이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적게 하려는 배려 차원에서 정부는 약국에서 환자에게 약을 배달하면 배달비 명목으로 비용을 지급하게 되었다.

시간상 풀타임이나 파트타임을 고용하기에는 부족한 일이라서 직원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길어야 하루에 3시간을 초과하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나누어 배달을 하곤 했다.

배달 환자가 점점 늘어나서 고민하고 있던 아들에게 남편은 엄마가 그 배달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호주는 노동법이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잘 만들어져 있는 편이라서 직원의 근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쉽게 고용해지를 할 수 없다. 고용해지를 원할 경우 구체적인 이유와 개선을 위한 오너의 노력 등이 증명되어야 하고 그 후에도 개선이 안 될 경우에 한해 고용해지가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일이 있을 때만 근무하는 조건에 딱 맞는 내가 약국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건강한 편인 나는 약국에 갈 일이 별로 없었다.

약국을 쭉 둘러보았지만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아들은 모두 바쁠 때 가끔 계산 정도는 할 수도 있을 거라며 그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누구든 약국에 들어오면 How can we help?

Good morning! How is it going? 등등 모든 직원들이 습관적으로 인사한다.

모두 환자를 서빙하고 있었을 때 또 고객이 들어왔다.

How can we help?라고 내가 말했더니 “Can I get a ~~~ and water please.”라고 고객이 말했다.

워터는 뒤에 냉장고에 있으니 꺼내오라고 했는데 나를 빤히 쳐다보는 고객.

그 순간 아들이 다가오며 “Jane I can do that for you.”라고 말했다.


성당이나 친구들 집에 가면 아주 어린 호주 아이들이 나를 제인이라고 부른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들었는데 아들이 엄마가 아닌 제인이라고 이름을 부르는 순간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알아듣지 못했던 단어와 나를 빤히 쳐다보았던 고객의 눈초리가 궁금했다.

그 단어는 일회용 주사기(sharps kit)였다. 그리고 water는 마시는 물이 아니라 작은 튜브에 들어있는 주사기용 물이었다.      

마약이 가루라서 주사기에 가루를 넣고 튜브에 있는 물을 주사기 바늘을 이용해서 사용하는 것 같다고 아들이 말했다. sharps kit과 물을 찾는 고객은 모두 주사기용 물을 원한다는 걸 알았다. 그 상황에서 냉장고 물을 가져오라고 했으니 놀라서 쳐다볼 만했다.


그 주사기는 정부에서 $3 바코드를 붙여서 약국에 보내는 품목이다.

마약환자들은 주사기가 비싸니까 재사용하거나 여러 사람이 한 개로 함께 사용하다 보니 간염 환자수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의료비도 증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에서 약국에 무료로 지급하는 주사기였다.

마약 사용이 불법인 나라지만 실제로 이렇게 주사기를 공급한 후 간염 환자가 엄청 줄었고 국가의 의료비 지출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마약을 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알면서도 주사기를 무료로 공급하는 국가도 더 놀랍다.



두 번째 놀란 일은 상품에 KILLS라고 쓰인 제품과 머리빗 모양이 특이하게 만들어진 제품이 꽤 잘 팔린다.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지 알아보니 이를 잡는 약과 빗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1960-70년대 사이에 흔했고 현재는 소멸된 지 오래된 걸로 알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 여기에는 아주 흔한 일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물 부족이 심한 나라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에 이가 있다는 것은 잘 씻지 않는다는 뜻인데 날씨도 더운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지 정말 놀랍다.



처음 호주에 와서 집을 구하는데 주인들이 아시아 세입자들을 꺼려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유는 물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현지인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매일 샤워하고 빨래도 자주 하는 편이고 특히 설거지할 때 우리는 보통 물을 틀어놓고 그릇을 헹구지만 여기 사람들은 세제를 풀은 물에 그릇을 담갔다가 건져바로 마른행주로 닦기 때문에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곳의 대부분 지역은 수도요금을 주인이 납부한다.

월평균 십만 원이 넘는 요금을 삼 개월에 한 번씩 납부하는 이곳은 한 번에 삼사십만 원 정도의 수도요금을 납부한다면, 물 사용이 많은 아시아 사람들을 꺼려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값도 비싸고 가뭄이 심한 나라여서 그런지 물 절약을 넘어서 사용을 심하게 제한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몇 달 전 장마로 인해 향후 몇 년간은 물 걱정 없다는 뉴스를 들은 적 있다. 절약도 좋지만 생활개선으로 이(lice)가 사라지는 호주가 되기를 바라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을 좀 더 절약하는 방법과 실천이 필요하고 호주 사람들은 좀 더 깔끔한 생활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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