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조심
대형 슈퍼마켓인 울월스 전단지가 우체통에 들어있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를 50% 할인한다는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고양이들 우유도 거의 떨어져 가고 50% 이익을 생각하니 당장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슈퍼를 돌며 1/2 가격 진열대에서 몇 가지 쇼핑카트에 담고 식료품 등을 사서 계산대로 갔다.
현미를 계산하던 직원이 이걸 어떻게 요리하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라이스 쿠커가 있어서 그걸 사용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먹기 힘들 거라고 했다. 자신도 건강에 좋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먹기 불편하다며 라이스 쿠커를 사야 하나 물었다. 현미밥을 계속 먹을 거면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슈퍼마켓에서 출발해서 집으로 오는 길은 좀 한적하기도 하고 그 주변은 속도제한이 80km이다. 첫 번째 사거리를 지나 한 500m쯤 가면 제한속도 100km 지점이 시작된다. 사거리 신호등이 내리막이고 파란 신호등이었으므로 내 차의 속도는 가속이 붙었지만 조금만 가면 100km 구간 이므로 그냥 달렸다.
앞에는 차가 없었고 뒤를 보니 작은 트럭이 따라오고 있었으므로 경찰은 아닐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얼마쯤 달리고 있었을까! 반대편 차선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분명히 나를 지나쳐서 갔는데 룸미러로 보니 한참 뒤에서 불법유턴을 해서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혹시 경찰일까? 그렇다 해도 반대편 차선에 있던 오토바이였기 때문에 설마 아니겠지 생각했다. 잔뜩 긴장한 나는 100km 구간인데도 80km로 여유 있게 운전했다.
우리 집을 가려면 좌회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좌측 방향제시등을 켰다. 그리고 좌회전을 해서 얼마 지났을까 갑자기 뒤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소리에 당황한 나는 급 브레이크를 밟으며 갓길에 차을 세웠다. 뒤 오토바이에서 한 남자가 걸어오는데 가까이 보니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쓰고 그 안에 경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손에는 작은 모니터가 들려 있었고 나에게 내밀면서 80km 구역에서 99km의 속도로 주행했다는 내 차 사진을 보여주었다. 순간 반대편 차선에서도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면허증을 달라고 해서 지갑을 열었는데 여러 카드 중 면허증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속으로 면허증을 휴대하지 않아서 벌금을 몇 백 불 냈다는 친구 이야기가 생각났다. 경찰은 '저기 있네' 하면서 손가락으로 내 면허증을 가리켰다. 경찰은 내 면허증을 가지고 가더니 한참을 뭔가 입력했고 그렇게 과속을 할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물었다.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면제 이유들이 머리를 스쳤다. 설사나 소변이 급하거나 복통이 있거나 등의 급한 상황이면 범칙금을 면제해 준다는 친구들 이야기가 바로 이런 상황이구나 생각하며 순간 설사가 급해서 라고 할까 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호주 사람들은 거짓말을 가장 싫어하고 혹 그 거짓이 드러나기라도 하면 리스트에 기록될 수도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영어를 못하는 경우도 가끔 면제를 받았다는 경우도 있어서 그렇게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경찰은 위반 속도가 20km 이하여서 다행이라며 $266(한국돈 23만 원 정도) 벌금 고지서를 주었다.
그리고 의문사항이 있으면 28일 이내에 정정할 수 있고 안전운전 하라며 Have a good day!!라고 말했다. 좋은 날 되기는 이미 물 건너갔고 커피값 $12 절약하려고 나선 이 아침에 20배가 넘는 배꼽을 달고 돌아왔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을 큰 사고를 미리 막는 비용일 수도 있고 나의 운전습관을 고치는 수업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감사하리'라는 생각까지는 좀 멀지만 수업료를 아까워하면 무엇을 배우겠는가! 비싼 커피 한잔 만들어서 마당으로 나왔다. 바람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커피 향이 좋다고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