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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Sep 18. 2022

걸레 도둑

헉 새가!

호주 집들 구조는 바닥이 카펫이나 타일이다.

우리 집은 방과 작은 거실은 카펫이고 나머지는 타일이다.

먼지도 많고 가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딸을 위해 모든 방과 작은 거실을 마루로 바꿨다.

전체를 바꿔달라고 했지만 여름에 40도까지 올라가는 날이 많다 보니 거실은 남편이 양보하지 않았다. 시원한 타일에 앉거나 누워 낮잠을 자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며 그 시원함 만큼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바닥은 대걸레 비슷한 물걸레로 닦고 걸래를 말리기 위해 뒤뜰 의자에 널어놓는다.

얼마 전부터 걸래의 올이 자꾸 풀리고 보플이 생겨 새로 바꿨는데 다시 보풀이 일어났다. 고양이들 소행일 수도 있어서 냥이들이 쉽게 발이 닿지 않는 장소에 널어두었다.



안방으로 걸어가며 낮잠 좀 자야겠다던 남편이 '걸레 도둑 왔다'라고 외쳤다.

뛰어가서 보니 앵무새가 집을 지을 때 부드러운 이불이 필요했는지 열심히 쪼아대고 있었다.

하는 짓이 귀엽고 예뻐서 내 카메라 속 모델이 된 앵무새는 날갯짓을 하며 열심히 걸래 올을 뜯고 입이 하얗게 부풀어 오른 것처럼 모아지면 날아갔다가 5분 정도 지나면 다시 오기를 반복했다.


마당 목화나무에 솜이 주렁주렁 달렸는데 그 솜이 훨씬 따뜻하고 푹신할 텐데 왜 굳이 저 뜯기도 어렵고 솜보다는 거친 털실 비슷한 재료를 선택했을까?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이웃집에 새를 키워서 분양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친구는 신기한 새들은 거기 다 모여 있다며 구경 가자고 했다. 마침 마당에 옆집 남자가 나와 있었다. 친구는 '내 친구가 너네 새들이 보고 싶다는데 구경해도 돼지?'라고 묻자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했다.

혹시 언제라도 글감으로 연결하려는 마음으로 찍어두었던 사진을 찾아보았다.

태어난 지 1-2일 된 아기새들이었다. 눈도 못 뜨고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목화솜 위에 있으면 숨이 막힐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들도 자식을 지키고 보호하는 본능적인 지혜가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날이었다.

걸레는 또 바꿀 테니 얼마든지 뜯어가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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