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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Jul 18. 2022

결핍을 채우면

뭐가 그렇게 좋아!

딸을 가진 엄마라면 흔한 일 중에 하나가 예쁜 물건이나 소품, 인형 등을 보면 미소가 먼저 만들어지고

딸이 기뻐할 표정을 상상하며 망설임 없이  대가를 지불하고 가지고 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특히 곰돌이 인형만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자주 사 오곤 한다.

얼마 전 귀엽게 생긴 곰돌이 인형을 보고 사진을 찍어서 딸에게 보내면서 사다 주겠다고 했더니 " 엄마 나 인형 가지고 놀 나이가 한참 지났어 이제 그만 사 오세요"라고 했다.

이 번 거는 너무 귀여우니까 마지막으로 사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쇼핑백에 담아서 들고 오면서 딸이 일찍 퇴근하면 좋겠다고 혼잣말까지 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 딸은 나에게 어릴 적 어떤 물건을 제일 좋아했는지, 주로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언니는 첫딸이라서 그런지 장난감이나 옷도 공주처럼 입었지만 아들인 줄 알고 기다렸던 기대감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린 딸인 나는 잘 기억나진 않지만 언니보다는 심하게  평범하게 자랐던 것 같다.

그 과정이 나 스스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는지 난 내 어릴 적 기억을 스스로 지워버린 것 같다.

어릴 적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도 나는 나인데 라는 강한 울부짖음이 내 안에서 늘 끓어 넘쳤던 것으로 기억된다.

남자들하고 주로 놀았고 남자들이 하는 놀이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자처럼 행동하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의 인식에 부모에게는 관심과 보호를 받으며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의존적 욕구가 있다. 그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경우 마음속 결핍이 생겨 삶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딸 셋 중 가운데인 나는 상담을 받기 전 까지는 아주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소통하며 공감 속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마음을 나눠보지 못한 나로서는 타인이 겉으로 보기에는 독립적인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내적으로는 허구의 독립이었다. 나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리더십도 필요하고 어느 공간에서든 주가 돼어야 하고 모두에게 공감을 받도록 말하고 행동했다.

나 스스로가 독립적인 사람이 아닌 결핍을 채우기 위한 독립으로 상대방이 있는 공간에서만 독립적인 허구.



 

이 작은 곰인형들에게서 조차도 내가 채워야 할 결핍이 있다는 걸 꿈속에서도 알지 못했다.

어느 날 딸에게 "밖에 나가면 택배가 왔을 건데 엄마 선물이야"라고 문자가 왔다.

선물이라는 말에 주는 것에 익숙했던 나는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기대감으로 가득 차서 밖으로 나가보니 상자 하나가 보였다. 서둘러서 풀어보니 JANE라고 쓰인 하얀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는 곰인형이 들어있었다.

평생 처음 받아보는 인형 선물이었다.

이유도 모를 눈물이 흐르기 시작해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멈출 줄도 모르고 계속 흘렀다.

마침 혼자 집에 있다가 얼마나 울었는지 갑자기 가슴이 시원해지면서 곰인형을 가슴에 꼭 안았다.

어쩌면 딸에게 사줬던 그 수많은 인형들이 나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행동은 아니었을까!

그 인형이 부모의 관심과 사랑의 형체는 아니었을까!



며칠 전 딸이 나에게 어릴 적 좋아했던 물건이나 장난감을 물어본 이유가 이거였구나 생각하니 어느덧 어른이 되어버린 딸이 크게 다가왔다.

인형을 가지고 놀고 안고 다니고 잘 때도 같이 잤다.

놀이도 함께하고 예쁜 옷도 입혀주고 곰돌이를 업어주고 싶었지만 왠지 너무 요란한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 놀이가 부모에게 받고 싶었던 채워지지 못했던 의존적 욕구는 아니었을까!

충분히 사랑하고 소통하며 교감했고 보호했다.

몇 달을 그렇게 했더니 어느 순간부터 인형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되었다.

침대 머리맡에 끼어서 누워있던 곰돌이를 보더니 "곰돌이 이제 엄마한테 버림받았네!"라고 딸이 말했다.

"엄마도 애들한테 장난감 사주면 며칠 흥미롭게 가지고 노는 거랑 똑같네" 라며 웃었다.





신기하게도 그 일이 지난 후로는 인형가게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사람의 관심이라는 것이 이렇게 차이가 남에 다시 한번 놀랐다. 예전과 같은 상가들을 다니곤 하는데  인형을 파는 상점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결핍은 나의 눈과 귀도 모두 통제하나 보다.

어릴 적 기억은 알 수 없지만 감정으로 자리 잡고 이미지로 자리 잡아서 무의식에 들어있는 일들로 삶에 불편한 점들이 있다면 그런 것 들과 먼저 마주하자. 그리고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자.

 그만큼 가벼워지는 무게감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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