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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인 Aug 20. 2021

차마 기도는 할 수 없었다

23주 2일생을 낳았다

2021년 1월 16일  재태주수 24주 생후 7일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온 후에 생각보다 바빴다. 한 달 전에 미리 예약해놨던 산후조리원은 코로나로 면회가 전면 금지였기 때문에 혼자 유축하면서 다른 아기들과 함께 지낼 자신이 없었다. 다른 가족들 모두 일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출산 휴가를 2주 동안 받은 남편과 온전히 둘이서 지내보기로 했다. 2분 거리에 사는 친정엄마가 매일 반찬과 미역국을 해서 우리 집 현관 앞에 두고 가셨다. 양가 어른들 모두 계속 걱정하고 계셔서 보고 싶기도 했지만 다들 일하시느라 접촉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만나지 않기로 했다.


집에 온 첫날, 친정엄마가 날 보러 왔다. 그동안 보러 오고 싶어도 면회가 안돼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엄마는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 집 거실에 있던 성모상과 십자가를 들고 오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라고. 아주 어릴 때부터 다녀서 그런지 머리가 좀 큰 다음엔 성당에 잘 나가지 않았어도 정말 힘든 순간이 오면 나도 모르게 신에게 기도하는 나 자신을 종종 보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기도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아기를 응급으로 낳게 되자 정말 인생이 나를 발로 차서 버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생의 길에서 열심히 걷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길에서 튕겨나가 적막만 감싸는 빈 공간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신에게 기도해볼까 했지만 너무 열심히 기도했는데 아기가 잘못되면.. 나는 신에게 마저 버려진 이 삶을 계속 살아갈 자신이 없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기도는 하지 않기로 했다. 최악의 경우 '간절하게 기도를 안 해서 그랬을까?' 하는 핑곗거리마저 남겨두지 않으면 정말 그 이후에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차마 기도는 할 수 없었다. 설령 밤샘근무에 지친 의료진이 실수로 확인 못해서 아기가 결국 잘못되더라도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에 완벽이라는 건 없으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다짐했다.


남편은 달랐다. 남편은 출근하기 전에 꼭 명상하는 시간을 보내는 불자인데,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성호 긋는 법도 모르지만 그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 기도하기 시작했다. 나도 성모님에게 애기를 살려달라고 기도는 안 하지만 헌화는 해야 할 것 같아서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나았다. 어떤 꽃병을 살지 고민하고 이번에 어떤 꽃이 오게 될지 궁금한 것만으로도 십분 이십 분 시간이 흐르는 게 도움이 되었다.


고비라고 했던 일주일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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