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주 2일생을 낳았다
2021년 1월 25일 재태주수 25주 생후 17일
수술 후유증인지 아니면 발견 못한 괴사성 장염이 진행되고 있는 건지 혈압이 매우 낮아서 걱정인 상태라고 전화를 받았다. 속으로 자꾸 안 좋은 생각만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억지로 살려서 괜히 아기를 고생만 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한 선택이 정말 괜찮은 거였을까? 그냥 자연스럽게 죽을 아이를 억지로 살려서 찢고 꿰매면서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닐까
피곤한데 잠이 오질 않는다 아가야 너는 잘 자고 있니
2021년 1월 26일 재태주수 25주 생후 18일
아침에 꿈을 꿨다. 변기에 똥을 싸는 꿈이었는데 엄청 양이 많아서 이러다 엉덩이에 묻을 것 같았다. 그래도 묻는 느낌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묻어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눈 뜨자마자 이건 길몽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야 하는데 어안이 벙벙했다. 길한 기운이 제발 우리 아기에게 닿기를..
몇 달 전에도 태몽으로 돈벼락을 맞는 꿈을 꿨었는데 이상하게 평생 한번 꿀까 말까 한 좋은 꿈을 연달아 꾼다. 너무 길하고 좋아서 고작 이 정도인가? 퍽이나 길한 운세라 애가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건가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너무 슬펐다.
이상하게 머리가 빙빙 돈다. 기립성 빈혈이라고 산후 증세 중 하나라고 한다. 밥 먹은 것도 얹혀서 구토도 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전문가한테 가서 산후조리받을걸 그랬나 싶다.
2021년 1월 31일 재태주수 26주 생후 23일
일주일 전에 장 수술한 부위가 실밥이 터져서 그 사이로 장이 삐져나왔다고 한다. 다시 봉합수술을 들어갔다고 연락을 받았다. 피부가 약하니 별일이 다 생긴다. 다행히 수술 중에 아기는 안정적이었다고 한다.
이른둥이 카페에 가입했다. 거기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들을 보았다. 너무 희망적인 이야기부터 절망의 끝까지.. 자주 들어가서 보진 않기로 했다. 어차피 내 아이의 인생은 새롭게 쓰이고 있고, 다른 사람 얘길 듣는다 한들 내가 어찌할 방법도 없다. 아기는 내 손을 떠나 의료진들에게 맡겨져 있고, 나 역시 그냥 남들처럼 밖에서 응원만 할 뿐이다.
병원에서는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져서 그런지 한 달에 한번 정도 면회를 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 내 생일날 생일선물로 아기 얼굴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