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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인 Sep 28. 2021

꿈인지 뭔지 모르겠는 정신으로 몇 번을 달려가야 할까

23주 2일생을 낳았다

2021년 1월 24일  생후 14일


남편의 출산휴가가 끝났다. 내일부터 출근이다. 다행히 재택근무라 나 혼자 집에서 울고 있을 일은 없을 테지


몸은 아직 아기를 낳은 게 실감이 안 나는지 계속 입덧으로 헛구역질을 해댄다. 애기를 갑자기 낳았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의 연락과 위로와 축하를 받았다. 모두들 나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 다 끄집어내서 이른둥이로 낳았지만 결국 아기가 잘 살고 있다는 희망적인 말을 해주려고 노력했으나 그들의 그런 노력이 감사할 뿐이지 내용적으로 와닿진 않았다. 남의 애가 열심히 살아남은 건 대단하고 축하하나 내 애가 못살면 끝이다. 어쩌면 더 좌절할 수도 있겠다. 이 애 저 애 살았다는데 우리 애는 왜..


모유 유축한 걸 냉동으로 얼리기 싫어서 남편이 하루에 두 번씩 가져다줬다. 저녁에도 갖다 주려고 하는데 8시 반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기가 큰 수술을 해야 하니 동의서 사인을 하러 병원에 오라는 전화였다. 아직 배 사진만 찍어봐서 확실하지 않지만 괴사성 장염 혹은 드물게 자발성 장천공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일단 배를 갈라서 봐야 정확하게 어떤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소아외과와 마취과와 수술 시간을 조율하고 있으니 우선 오라는 말에 황급하게 병원으로 출발했다. 도로 위에 부서지는 조명이 현실감없이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앞으로 이런 응급상황이 몇 번이나 생길까 나는 이렇게 꿈인지 뭔지 모르겠는 정신으로 몇 번을 달려가야 할까


빠르게 시간 조율이 되어 9시 반에 바로 수술이 들어갔다.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아기를 봤다. 애기가 아파서 그런지 몸이 까매 보였다. 아기가 너무 어려서 수술방에 들어가지도 못해 본인 인큐베이터 침대에서 그냥 수술을 하게 된다. 응급콜을 받고 오셨는지 급하게 마취과 의사 선생님과 소아외과 의사 선생님이 들어가셨고, 우리 소아과 주치의 선생님이 해주신 수술 설명을 외과 교수님이 다시 해주셨다. 가입한 이른둥이 카페에서 종종 보이던 수술이었다. 미숙아들에게 흔히 생길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루 종일 이른둥이 관련 글만 보면서 정보를 (어쩌면 너무 많이) 수집하는 나와 다르게 남편은 잘 모르다가 갑자기 수술을 해서 그런지 많이 힘들어 보였다.


수술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소아외과 교수님께서 수술이 잘 끝났고, 소장이 썩어있어서 많은 부분을 잘라내야 하는 괴사성 장염이 아닌 장이 너무 얇아서 일부분이 단순하게 찢어지는 자발성장천공이었다고 말하셨다. 소장이 깨끗하니까 괴사성 장염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하셨는데, 왜 자꾸 이렇게 안 일어나도 되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걸까


이 작은 인간은 독립하여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생길에 돌을 발 앞에 하나 두고 한 발자국 또 하나 두고 한 발자국 걸어가고 있었다


이미 우리보다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 엄마 아빠는 그냥 우리 선에서 최선을 다해볼게. 너의 성에 차지 않아도 '그래도 사랑은 많이 줬잖아' 정도로라도 기억되는 부모가 되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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