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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Jul 06. 2024

인사이드 아웃2 처럼, 한국을 압도하는 감정도 "불안"

인사이드 아웃 2의 라일리의 시대를 겪는 한국 


고등학생인 첫째의 기말고사를 마치고 아이와 함께 "Inside Out 2"를 관람했다. 

"Inside Out “ 첫 번째 영화가 나왔을 때 라일리처럼 우리 아이들도 어렸는데 이제 라일리와 같이 자라 아이들도 청소년이 되었다. 

라일리에게 불안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너무 잘 보여주는 장면들을 보면서, 첫째는 시험 기간 내내 자기를 보는 것 같다고 공감했다. 매일밤 자기 전에 라일리처럼 불안해하며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시험기간을 떠올리며 극공감하는 아이를 보니, 내가 읽어 주지 못한 아이의 감정을 영화가 공감해 주고 있었다. 


사춘기가 되면 불확실한 미래를 불안해하며 자신의 기대나 부모님, 선생님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라일리의 대사처럼 "I am not good enough 나는 아직 부족해"라고 자기를 몰아붙이게 된다.

학교의 내신은 상대평가로 운영되어 이러한 감정을 강화시킬 수밖에 없다. 높은 점수를 받은 과목이 있어도, 동급 친구들과 비교해 평가되어 등급이 매겨지니, 100점을 맞았다고 해도 다른 친구들의 점수를 알지 못하면 안심할 수 없다.   

이는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는 상황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친구처럼 잘 지내던 동료가 승진이라는 성장 앞에서는 경쟁적인 분위기로 변하는 경우는 흔하다. 그렇게 승진한 동료는 한국적 위계식 조직 문화와 수직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기존의 친분을 보여주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지속적인 경쟁 속에서 성장해 왔다.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일본이라는 이웃은 경제 발전에 있어 언제나 강력한 경쟁자들로 존재했었다. 내부적으로는 어떤 때 남보다 못한 친척인 북한이 우리를 긴장 속에 살도록 했다. 


사춘기 라일리를 지배하는 감정처럼, 한국을 지배하는 감정 또한 바로 이 “불안(anxiety)”이다. 

호프스테드의 문화 차원에 따르면, 한국은 불확실성 회피 지수는 85로 상당히 높다.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다른 국가 보다 더 큰 불안의 감정을 일으킨다는 말이다. "Inside Out 2"에서 불안은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며 세심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한국인은 언제나 많은 경우를 대비해 준비한다. 

클로테르 라파이유의 책 " 컬처 코드"에서 미국을 사춘기로 비유하며, 미국의 역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사회를 묘사했다. 비슷하게, 한국도 불안의 에너지에 압도되어 지속적인 성장을 꿈꾸는 사춘기와 유사하다.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와 사회 속에서 한국인들은 쉴 시간이 없었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더 나은 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에너지 원으로 작동해 왔다. 하지만 불안이라는 감정은 라일리의 대사처럼 "I am not good enough 나는 아직 부족해"라며 높은 잣대에 맞춰가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감정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에 내가 처한 집안일은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견뎌 온 일상들은 사실 당연하지 않다. 개근상은 당연히 타야 하는 기본 상인 듯, 아파도 학교에 갔던 우리 시대의 일상은 지금 생각해 보면, 누구를 위한 개근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의 MZ 세대는 변하지 않는 이러한 부모들의 교육관 속에서 어려움을 견뎌내고 이 사회에 나온 지금까지 세대 중 가장 똑똑한 세대이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가 살아온 방식 보다 더 나은 자기 관리 방법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의 부모 세대가 그러하듯, 우리도 다음의 세대가 더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 방법이 교육이라고 간주하고 더 공부하라고 강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도 힘들었지만 견디며 바꾸지 못했던 그 문화를 그들은 바꾸어 나가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의 리플리가 성장하며 불안의 감정은 성숙할 것이고 한국 사회도 지금의 감정적 성장을 이루어 갈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MZ 세대가 반항스럽다 여겨지며 바꾸어 가는 이 세상은 다음 세대가 또 당연하듯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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