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10KM 마라톤
올해 두 번째 10KM 마라톤에 도전했다. 시각 장애인과 함께 하는 어울림 마라톤 대회, 시각 장애인들이 함께하는 마라톤이다. 사실 난 한쪽 눈이 망막 박리로 수술을 했다. 완전히 시력을 잃을 뻔하다 수술로 빛을 구분하는 정도로 시력이 남아있다. 하지만 나머지 한 눈으로 살아가는데 큰 지장 없이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운전도 잘한다. 그럼에도 장애인 6급이라는 시각 장애인이라 이번 대회에 참여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다. 나를 움직이는 건 언제나 열정보다는 질러 놓고 보는 책임감과 하지 않았을 때 후회할 수 있는 나 자신이다.
2025년 나의 첫 번째 10킬로 마라톤 도전은 타인에 이끌려 함께 했다면 이번에는 나 혼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보고 싶었다.
지난번 처음 여성 마라톤 날 10KM를 도전할 때에는 비 때문에 뛰기에 어렵다고 생각했다. 날씨가 화창한 9월 초의 아침은 뛰기에 비 오는 날 보다 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마라톤으로 내 생에 최대의 육수를 발산한 날이다.
달리는 내내 뭔가 뭉클해지는 순간을 수도 없이 마주했다.
이번 마라톤은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마라톤이다. 앞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뛰는 걸까 라는 의문은 그곳에 도착하며 바로 사라진다.
시각 장애인과 팔목에 Trust string (신뢰의 끈)을 연결한 러닝 가이드들이 함께 한다.
느림보 러너 인 나는 가이드와 함께 뛰는 그들이 나를 앞서갈 때마다 그들을 뛰는 모습을 보며 뭉클해졌다. 내가 3KM 정도 뛰었을 때 10KM를 뛰는 러너가 5킬로의 반환점을 지나 반대편에 벌써 돌아오는 팀들도 있었다.
시각 장애인 분들은 꾸준히 연습을 해온 게 분명하다. 러닝 가이드를 절대 신뢰하고, 두려움 없이 달린다.
팔목에 묶인 작은 끈하나로 서로를 신뢰하며 달리지만, 서로를 돕지 않는다. 스스로 달리고, 스스로 도전하고 스스로 극복한다.
어떤 팀은 시각장애인이 힘들어하는 가이드 러너를 응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이드 러너가 언제나 돕는 입장이라는 건 나의 고정관념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참여한 두 명의 러너도 있었다. 두 휠체어 러너는 올림픽 공원의 흙길을 힘들어하며 온 팔의 힘으로 휠을 열심히 밀고 있었다.
흙길에서 다시 시멘트 바닥의 약간의 턱도 휠체어를 타는 이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턱을 오르기 위해 힘겨워하는 휠체어 러너 분을 약간 밀어 드려도 되나 여쭤 볼까 잠시 고민했다. 다행히 이내 힘겹게 시멘트 바닥으로 올라갔다. 그들을 보면서 나도 힘이 났다. 다가가서 “너무 멋집니다, 덕분에 저도 힘을 내게 됩니다.”라고 응원했다.
앞서 가는 휠체어 러너는 뒤에 오는 친구러너에게 빨리 오라는 응원을 하며 앞서가고 있었다.
내리막길을 편하게 내려가는 앞선 휠체어 러너,
‘와! 정말 편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막길에 다시 시작되는 오르막길을 오르는 모습을 보며, ‘와! 힘들겠다.’로 바뀌었다.
자기 몸무게 플러스, 휠체어 무게까지 팔의 힘으로만 가야 하는 오르막길은 분명 잠시 누렸던 내리막길의 편안함을 훨씬 넘어설 것이다.
뒤에 가는 휠체어 러너 분은 등산의 내리막길 가듯, 연신 바퀴에 브레이크를 잡고 내리막길을 좀 더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다른 친구들 없이 두 명만 참가한 듯한 휠체어 러너 두 분의 사진을 찍어 드리고 싶었다. 사진을 찍어드리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뒤에 가는 휠체어 러너분은 사실 휠체어를 타는 회사 동료를 따라 함께 참여한 비장애인이었다. 동료와 똑같이 달리기 위해 비장애인임에도 휠체어를 타고 참가를 한 것이었다.
“뛴다면 훨씬 잘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쉽지 않네요.” 팔의 힘으로 휠을 굴려서 가야 하는 휠체어는 다리의 힘보다 팔의 힘이 더 중요했다.
장애인이 동료와 함께 참가하기 위해서 휠체어로 한 달간 연습했다고 했다.
이번 마라톤으로 나의 두 번째 10Km를 완주하며 언젠가는 더 잘 달려 완주 시간도 줄이고, 하프 마라톤도 하고 싶다는 생각 했었다.
나의 기록과 나의 성취를 떠나 그 의미를 타인과 나누려는 사람들,
가이드 러너, 시각 장애인을 도우는 사람들,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을 받으며 러닝 하는 사람들, 휠체어를 탄 동료와 함께 휠체어를 탄 비장애인 동료.
내 안의 성취감을 넘어, 타인과의 경쟁을 넘어, 타인과 나누며 의미를 찾는 이들을 보며 이번 마라톤은 나의 또 다른 목표를 꿈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