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영어인 줄 몰랐습니다.

비영어권 사람들의 영어 발음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by 김지혜

통역을 하다 보면 80% 이상이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의 영어를 통역하게 된다.

그만큼 비즈니스의 공용어는 영어가 우세하며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는 상대가 비영어권의 국가와 고객이 많다는 것이다.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방문을 해도 영어가 가능하다면 영어로 소통하기 위해 영어 통역사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영어를 꾸준히 배웠다. 지금의 아이들처럼 말하는 speaking을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문법과 쓰기와 읽기는 정말 중요한 영어 학습이었다.

이러하다 보니 말이 안 될 뿐이지 통역사를 채용하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알아듣는다.

좀 더 정확한 소통을 위해서 통역사를 채용하는 것이다. 영어로 소통이 오고 간다면 통역사가 중간에서 그 역할을 한다고 할지라도 고객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통역 중 혹시나 전문 용어가 나오는 경우나 오역하는 경우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해줄 수도 있다.

영어 통역사는 용어가 맞는지 틀린 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 항상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에는 그러한 상황이 큰 스트레스였다.

외국에서 학교를 나오고 토익이 만점이 사람들이 근무를 하는 회사에서도 통역사를 채용하기도 한다.

통역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누군가 영어를 잘하시는 분이 있다는 건 든든하다.

분명 처음 간 회사나 어쩌다가 가끔 간 고객사의 업무 내용을 내가 다 알 수가 없는 것이고 전문 용어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통역하면서 그 단어가 들어가야 하는 경우 영어를 잘하는 담당자만 쳐다보면 바로 알려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분들이 계신다.

필요할 때 적절한 전문 용어를 알려주거나, 축약어의 풀이 메모해서 넘겨주기도 한다.

어떤 용어를 내가 헷갈려할지 정확하기 알고 있는 분들은 정확한 소통을 위해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다.


유럽인들은 영어를 잘 하지만 그들도 모국어가 아니다. 우리와 똑 같이 배워서 하는 영어다.

슬랭이나 아주 어려운 영어 표현을 쓰지 않고 우리와 같이 사전을 바탕으로 공부한 용어들을 구사한다.

그래서 차라리 비 영어권의 영어가 더 알아듣기 쉬울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어려움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발음!!
영어를 하지만 그 나라 언어의 악센트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일본인의 영어를 들으면 어떤 경우에는 한참이나 일어인 줄 알만큼 따박따박 한 단어 한 단어 끊어서 일어처럼 영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있다.

한참이나 듣고 나서야 '아 영어였구나!'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영어 중간에 “아노”나 “에~또”라는 단어도 들어간다.

마치 우리가 하는 “아~ 어”처럼 중간에 필요하지 않은 말(filler word)을 일어 모국어의 습관대로 나오는 경우다.

외국어를 잘한다 해도 모국어 습관이나 형식을 뛰어넘기 힘들다.


여러 영어 발음을 통역하면서 사실 가장 어려운 발음은 인도인과 하는 전화 통화 통역이다.

인도인은 영어를 상당히 빠르고 문장이 흘러가고 중간에 쉬는 구간이 적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지만 약간 특이한 발음이다.

지역이 넓어서 한 인도인의 발음을 잘 알아듣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온 인도인의 발음은 또다시 낯설다.

전화로 듣는 인도인의 영어는 약간 마스크를 쓰고 하는 영어 같은 느낌이다.

내가 어느 회사에서 인도인과의 전화 회의를 통역했을 때의 일이다.

copper rate라고 듣고 구리 비율이라고 통역했다. 한참을 통역하고 나니 한국 고객이 아무래도 비율이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혹시 무게가 아닌지 다시 한번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copper rate 인가 copper weight 인지 다시 물었다.

근데 내게는 계속 copper rate로 들렸다. 비율이라고 다시 통역을 했다. 고객이 계속 고개를 갸우뚱한다.

다시 한번 weight 인지 rate 인지 물었지만 내겐 고객의 발음이 계속 똑같이 들린다.

결국 질문을 바꿔서 여쭤 봤다. 혹시 % 인지 아님 kg 인지로 물었다.

Kg이라고 했다. 고객이 맞았다. Weight(무게)였다.


프랑스인의 영어 발음도 약간 프랑스어 느낌이다. 물론 아주 유창한 사람도 많지만 프랑스어와 비슷한 경우는 마치 커다란 사탕을 물고 영어를 하는 느낌이다. 입안에 공기를 머금고 하는 영어 같은 느낌이다.


이탈리아 인의 영어도 약간 이탈리아스럽다.

기계를 설치하러 온 한 이탈리아 고객의 영어는 ‘므’ 나 ‘느”가 문장마다 들어갔다.

디스 머 신느 이즈 무빙 그 (this machine is moving)

순간적으로 머리에서는 빨리 그 ‘므’나 ‘느’를 없애고 이해해야 한다.


나는 결혼 전 싱가포르 업체에서 3년간 근무했다. 말레이시아 지사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통역과 무역 업무를 하며 알게 된 고객의 제안을 받아서 해외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 난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한 상태로 말레이시아에 갔다.

해외에 비즈니스를 하러 온 그 사장님의 영어는 알아듣는데 문제가 없었는데 말레이시아로 날아가 현지에서 초기 한 달 정도는 현지 영어를 이해하느라 고생했다.

동네 식당이나 수위 아저씨, 이웃들의 영어를 쉽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들은 내가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인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의 영어는 R과 L의 발음에 차이가 없다. 문맥으로 파악해야 한다.

화교계 싱가포르 회사였던 그 회사의 동료들은 대부분 화교계 싱가포르인 혹은 말레이시아 인이었다.

그들의 영어는 마치 중국어 같은 느낌이다. 중간중간에 중국어를 섞어서 쓰기도 했다.

말의 끝에 ‘라~, 마~’라는 말이 자주 들어간다. 중국에 성조가 있듯이 영어에도 성조가 있는 느낌이었다.

‘오케이라~ (OK) ‘유고라(you go 네가 가). ‘You go 마! (네가 가면 되잖아)’

완벽하게 그 영어를 알아듣는데 약 한 달이 걸렸다.

물론 3년을 그 회사에서 일을 하고 영어도 완벽하게 바뀌었다.

싱가포르 영어 싱글리시로 완벽히 변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통역 일을 하기 위해서 영어 면접을 보는 기회가 있었다.

그날 자기소개를 영어로 하고 나서 면접관이 질문했다.


“영어 어디서 배우셨어요?”

그때까지 난 왜 그 질문을 하는지 몰랐다. 한참 뒤에야 알게 된 것은 내 발음이 싱글리시로 완전히 변해 있어서 면접관에게는 너무나 낯선 발음의 영어였던 것이다.


미국식 영어 발음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이 싱가포르 식 영어를 구사한다는 건 아주 낯설다.

아직 미국식 영국식 발음을 들을 때 영어를 더 잘한다고 느끼는 우리나라에서 싱가포르 식 영어 발음은 영어를 잘 못하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그 면접에서 당연히 떨어졌다.


우리는 미국식 영국식 영어 발음으로 영어로 공부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외국인의 80%는 비영어권 사람들이다.

비즈니스에서는 비영어권 외국인과 영어로 소통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영어권의 발음을 알아듣는 것도 시험을 위해서 중요하지만 사실 실제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비영어권의 영어를 알아듣는 것이 더 큰 실력이다.

여러 국가의 사람들과 함께 회의를 진행하면 특히나 한국인은 낯선 영어 발음에 힘들어한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고객인 경우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신기한 점은 우리가 알아차리기 힘든 영어 발음을 미국인은 너무나 잘 알아듣는다.

여러 이민족이 함께 거주하고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에 경험이 많은 미국인들은 우리가 어려워하는 영어 발음을 참으로 잘 이해한다.


글로벌 비즈니스는 미국이나 영국식 영어뿐만 아니라 그 어느 나라와도 영어로 대화할 경우가 발생한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도 상대의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큰 단점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 회의는 상대에게 영어를 말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소통을 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발음에 익숙해 지기 위해서는 미국식이나 영국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영어를 지속적으로 접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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