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영어능력일 것이다.
외국인과의 거래에서 소통은 당연히 필요하며 그 언어가 영어라면 중요한 능력일 것이다.
내가 영어가 부족하다면 해외 담당 업무가 꺼려지거나 어렵다고 누구나 느낀다.
나의 고객 중에는 10여 년 동안 미국 브랜드의 대리점으로 거래하며 큰 문제없이 미국과, 혹은 유럽과 비즈니스를 잘하고 있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어떤 고객은 영어가 하나도 안되고 또 어떤 고객은 아주 약간의 영어가 가능하고, 어떤 고객은 구글 번역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글로벌 비즈니스에 영어가 중요하지만 꼭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통역을 지원하는 많은 고객들은 영어 실력이 부족하거나 영어가 어느 정도 되지만 그래도 좀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통역사를 채용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외부에서 업무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고 영어라는 기능을 구사할 수 있는 통역사나 번역사를 고용함으로써 그들의 비즈니스를 지속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쩌다 외국인을 만나서 답답한 마음이 생기거나, 외국에 다녀올 일이 있으면 영어를 앞으로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어느새 한국에 돌아와 생활하다 보면 그런 목표는 희미해져 간다.
대부분의 고객은 스스로의 영어 실력에 아쉬움은 있지만 영어를 당장에 해야겠다고 생각하거나 영어 공부를 정말 노력해서 잘하게 되는 고객은 아주 드물었다.
욕구와 필요를 느꼈음에도 왜 그들의 열정은 그렇게 빨리 식어버리는 걸까?
내가 함께한 고객은 게으르다거나 힘들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영어에 투자할 시간보다 다른 것에 투자하는 시간이 더 큰 부가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 영어의 필요성은 느끼고 가끔은 답답하지만 그들이 해야 할 to do list의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린다. 그들에게는 항상 더 종요한 일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외국 파트너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통역사라는 효율적이고 간편한 대안을 활용한다.
영어를 한다는 것은 한국에서 큰 이점을 가질 수 있는 역량이지만 사실 비즈니스에 있어서 영어는 tool에 불과하다.
나의 영업력, 나의 판매 고객, 나의 기획력, 전략 등을 제대로 이루어 내서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 영어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 보다 더욱 비즈니스 생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5인 이하로 해외 제품의 한국 대리점을 운영하는 업체도 많다. 이런 업체의 경우 해외 거래처에서 제품을 수입하고 있지만 인력은 대부분 한국 판매 영업 사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외 파트너와의 업무가 매일 반복되는 것이 아닌 이상 해외 담당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이런 경우, 통역뿐만 아니라 해외 담당 업무도 함께 지원해 준다.
메일을 직접 받아서 답변도 하고 상황도 알려주고, 커뮤니케이션도 지원하고, 해외에서 긴급 사항이 발생하면 나에게 직접 전화가 온다.
해외 파트너에게는 내가 해외 업무 담당자인 것이다.
출장이나 담당자의 한국 방문 시에도 함께 동행하고 업무를 지원한다.
제안서나, 프레젠테이션 등 비즈니스 미팅의 전반적인 해외 업무를 지원한다.
이런 경우 나에게는 고객인 한국 측 업체 대표님은 굳이 영어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그 시간에 판매에 주력하며 매출을 늘리는 것이 더 효율 적이다.
내가 회사 대표이거나 영업과 판매에 주력한다면 단기든, 장기든 통역이나 언어적 부분을 담당할 누군가의 지원을 받으면 된다.
만약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높은 직책도 아니므로 직접 통역사를 고용할 수도 없거나, 번역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 어떡할까? 하지만 해외 관련 일을 하거나 업무를 담당한다면 말이다.
영어의 수준은 직무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맡은 일이 어떠한 업무인가를 먼저 생각해보자.
내가 처음 싱가포르 업체에 입사할 당시 나는 커뮤니케이션이 아주 중요한 직무를 담당했다.
구매, 코디네이팅, 영업, 무역, 등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커뮤니케이션의 정확도가 업무에 큰 영향을 주는 포지션이다.
내가 근무한 싱가포르 업체에서 근무하는 동안 그 업체는 프로젝트의 완성도와 연구소 팀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6개월 단기 차장급 한국인 엔지니어를 고용했다.
설비 개발 팀장으로 계약직 채용된 한국인은 현지 엔지니어 직원들의 설계와 개발을 지원했다.
하지만 그 한국인은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이 불가했다.
간단한 단어를 붙여서 쓰는 영어 정도로 구사했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회의를 참여해 통역 없이 대화를 원활하게 하기는 힘든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연구소 내에서 팀원과의 업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연구소 내에서는 다른 설계 엔지니어와의 업무는 문제없이 업무를 진행하였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소통 방법은 언어라는 툴이 아니라 다른 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면을 확인하고 또 다른 방식의 설계 법을 스케치로 다시 조언하고 관련 제품의 모델명과 제품명을 적어 주며 충분히 소통하고 있었다.
기술적 역량 강화에서 많은 부분을 설계라는 엔지니어링 도구와 스케치를 통해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내가 영어라는 도구로 소통을 돕기 위해 한참을 영어로 설명해야 하는 사양과 특성도 화면에 그린 스케치 하나로 현지 엔지니어들은 빠르게 이해했다.
관련 업무에 있어서는 문제없이 6개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였다. 단지 퇴근 후 현지에서 생활에 필요한 약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지원만 필요할 뿐이었다. 그것마저도 대략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사항이 해결되고 나면 혼자서 모든 것이 가능하였다.
이렇듯 내가 맡은 직무에 따라 영어라는 산은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내가 싱가포르 회사 근무하며 중국 지사 영업직으로 옮겨 갈 당시 나는 중국어를 한마디도 못했다.
중국에서 중국어가 하나도 안 되는 한국인 영업 사원이었다. 2년간 중국에서 일하며 나는 서바이벌 중국어로 영업을 지속했다. 나의 고객은 중국 내 외국계 회사, 한국 회사, 일본 회사, 유럽 회사가 대부분이었고 내게 중요한 것은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나의 고객 또한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은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내가 반가울 것이다.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은 문제가 없었지만 설비를 판매하는 데 있어서 고객사에 있는 현지인 엔지니어와의 소통은 어려웠다.
개괄적인 설비 의뢰는 받아 올 수 있었지만 엔지니어링 역량도, 현지어도 부족했던 난 영업 시 중국인 엔지니어와 동행했다. 그 중국인 엔지니어의 어설픈 영어와 나의 어설픈 중국어로도 우리는 2년간 충분히 매출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있어서 영어는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은 바로 내가 어떤 직무를 하고자 하는가, 또한 어떠한 직책인가를 생각한다면 무엇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