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중국어를 못해도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관찰을 통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요소의 이해

by 김지혜

만약 현지어가 안 되는 국가에서 한동안 살아야 한다면 무엇이 가장 걱정일까? 어떤 점이 가장 불편할까?

매일의 일상에서 기본적 소통이 필요한 곳은 주로 먹고, 자고, 어딘가로 이동할 때이다. 그중에 가장 많이 겪어야 하는 도전 과제는 바로 먹는 것, 하루에 세끼를 먹는다면 세 번은 아주 작은 커뮤니케이션이라도 필요하게 된다. 요리를 해 먹기 위해서는 무언가 사야 하고, 식당에 가서 먹으려면 주문을 해야 한다.

싱가포르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처음 중국 지사로 파견 갈 당시, 난 중국어를 한마디도 못했다. 중국 지사에서 6개월 정도 작은 호텔에서 지냈다. 회사를 퇴근하고 나면 매일 저녁을 먹어야 하고 주말이면 종일 밥을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중국 식당의 메뉴를 본 적 있다면 알 것이다. 큰 식당이나 외국인이 많이 가는 식당이 아니면 영어나 사진은 아예 없다. 사자성어 같은 한자들만 가득하다.

중국어를 좀 하는 사람도 중국 식당 메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메뉴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건 중국에서 1년 넘게 생활하고 난 뒤였다. 그나마 어떤 종류의 고기와 어떤 요리법, 볶았는지, 튀겼는지, 삶았는지 아는 정도와 내가 좋은 하는 메뉴 몇 가지뿐이었다.

하지만 중국어를 한마디도 못한 그 시절에도 난 동네의 허름한 식당에서 조차 가장 맛있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었다. 메뉴를 이해할 수 없는 내가, 중국어도 못하는데 어떻게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을까?

첫 번째 방법은 바로 나의 관찰이다.

그 동네 사람이 많이 가는 식당이 어딘지 관찰한다. 그리고 그 식당에 들어가서 한 바퀴 돌면서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리고 그 메뉴를 먹는 손님과 가장 가까운 좌석에 앉는다. 그리고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면 그냥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한 개 달라고 손가락으로 알려준다. 그럼 미션 클리어. 먹을 일만 남는다.

먹고 나서 맛있으면 노트를 종업원에게 내민다. 메뉴 이름을 적어 달라고 한다. 그것도 모두 손으로 표현 가능하다. 그리고 다음에 그 식당에 가면 그 음식명을 보여준다. 나만의 메뉴 수첩이다.

두 번째 방법은 바로 타인의 관찰이다.

평일 날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이 되면 회사 앞 테이크 아웃처럼 밥을 포장해 주는 식당을 많이 애용했다. 도시락에 밥을 퍼주고 6가지 정도 반찬 중에 내가 선택한 3가지를 담아 저렴하게 파는 서민 노동자를 위한 식당이었다. 그 식당의 음식도 맛있었지만 유난히 내가 좋아하던 반찬이 있었다. 가끔 나오는 고추 부침개! 음식을 담고 포장해 주는 아주머니에게 나는 이 음식이 너무 맛있다고 표현하기 위해 손으로 최고라며 엄지 척을 보여주곤 했다.

아주머니는 내가 반찬을 선택할 때면 언제나 할 수 있는 모든 바디 랭귀지로 내가 점심을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거? 저거? 많이? 조금? 같은 그녀의 손과 말투로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줄을 서서 내 밥을 주문할 순서를 기다렸다. 내가 좋아하는 부침개가 몇 개 안 남은 것이다. '아! 맛있는 부침개, 앞에 있는 사람들이 다 가져가 버리고 나는 못 먹겠네'라는 생각에 조금만 더 일찍 올 걸 후회했다.

음식을 담아 주는 식당 아주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몇 개 남지 않는 고추 부침개를 슬쩍 옆으로 밀어 놓았다. 다른 사람이 선택하지 못하게 말이다. 그리고는 내 순서가 되자, 묻지도 않고 그걸 밥 위에 놓고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관찰한 주인아주머니는 몇 개 남지 않은 고추 부침개를 내가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내가 중국어가 유창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메뉴를 척척 읽어 내고, 맛있는 식당을 찾을 때도 누군가에게 물어보거나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잘 찾아갔을 것이다. 언어는 나를 더 독립적으로 만들어 주고 나를 덜 불편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사람들이 무얼 먹나 관찰하지 않아도 되고, 어떻게 먹는 것인가 행동과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언어는 소통의 여러 가지 방법 중 편리한 한 가지 방법이다.

하지만 언어가 되지 않아도, 관찰과 눈빛, 마음으로 우리는 소통할 수 있고 그 따뜻한 배려를 전할 수 있다.

중국의 동네 어귀 작은 식당 아주머니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중국어 한마디도 못했던 나였지만 나는 언제나 가장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https://youtu.be/9neAuHOb-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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