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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Lee Dec 29. 2016

QR코드는 어떻게 결제를 만났는가?

광고, 쿠폰 및 App의 다운로드, 이벤트 추첨, 웹사이트와의 연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던 QR 코드는 어떻게 ‘결제’를 만나게 된 걸까요?


한국이 전(前) QR 코드 강국?    

우선 한때 QR 코드 강국이라 불리던 한국부터 살펴보기로 하죠. 왜 뜬금없이 우리나라가 전(前) QR 코드 강국이냐고요? 저도 이 점이 조금은 의문이었답니다. 왜 당시의 중국 매체들은 하나같이 한국을 일본과 같은 QR 코드 강국이라 표현하는 것일까? 그런데 정말이더군요.


한국은 QR 코드 강국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당시에 이미 QR 코드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대 H 몰과 롯데 홈쇼핑, 인터파크와 같은 대형 플랫폼들은 말할 것도 없었죠.


현대 H몰에서는 2010년 7월 29일 하루 동안 아이폰 고객 선착순 500명을 대상으로 ‘QR 코드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QR 코드를 스캔할 수 있는 App(H search)을 다운받아 QR 코드를 촬영하면 스마트폰 화면에 상품 상세 페이지가 나타나고 즉시 결제가 가능합니다.


롯데 홈쇼핑도 같은 해 ‘QR 코드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왜 우리는 아직도 2010년에?


한국이 QR 코드 강국이었다고 하면 아마 이런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많을 겁니다. “그래 예전에 들어본 적은 있고 본 적도 있는 거 같은데 도대체 얘 어떻게 쓰는 거지?” 이렇듯 우리는 여전히 2010년에 머물러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한국은 중국과는 다르게 ‘공통의 친한 친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이 역할을 Wechat(微信)이라는 메신저가 해줬습니다.


우리는 다음(Daum)과 네이버(Naver)가 있었다고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2010년부터 다음과 네이버는 QR 코드 스캔 기능을 App에서 지원하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두 검색엔진 모두 그 이상의 어떤 역할을 해주지는 못했죠.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자꾸 만나게 해 주고, 같이 놀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지 않고 연락처 하나 던져주고는 “이거 쟤 연락처인데 궁금하면 연락해봐”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 다음과 네이버는 App을 통해 스캔 기능을 제공했다는 것만 해도 큰 의미를 갖습니다. 어쨌든 다음과 네이버는 한국 검색 엔진의 양대 산맥이고, 이런 곳에서 QR 코드 스캔 기능을 지원한 거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시장이 너무 좁았던 거죠. QR 코드가 확산되는 순간 기존 시장을 점유하고 있던 다양한 업체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됩니다. 굳이 많은 돈 들여가며 광고하지 않아도, 기존의 결제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더라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게 가능해지니까요. 그러니 기존 시장을 점유하던 업체들이 QR 코드 기술의 도입을 반길 리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사용률은 떨어지게 되었고 서서히 잊혀 간 것입니다.


결국 한국 시장도 너무 좁았고 ‘걔랑도 친하고 나랑도 친한 친구’가 없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이런 이상 QR 코드는 그저 ‘동네에서 몇 번 본 적은 있는데, 나랑은 별로 상관없는 애’가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중국, QR 코드와 결제가 만나다.


중국에서의 QR 코드와 결제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IT 기술의 발전과 스마트폰 사용의 보편화, 그리고 전자 상거래의 부흥으로 인해 QR 코드는 자연스럽게 결제로 이어진 것입니다. 더군다나 QR 코드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던걸요.


중국의 거대한 쌍두마차, 알리바바와 텐센트. 많은 분야에서 선두를 다투는 이 두 기업 중 어느 쪽이 QR 코드 결제를 먼저 도입했을까요?    


QR 코드 결제는 알리바바가 조금 더 빨랐습니다. 알리바바의 금융 - 결제 자회사인 즈푸바오(支付宝)는 2012년 12월에 QR 코드 스캔 결제(自定义二维码收款服务)를 도입합니다. 그전까지는 개인 간 돈을 주고받으려면 즈푸바오 계좌번호나 연동된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야만 했는데, 각 개인의 QR 코드를 생성함으로써 번거로운 입력 작업 필요 없이 스캔 한 번으로 송금이 가능하게 된 것이죠.


같은 해 7월, 즈푸바오는 QR 코드 결제를 이용하여 광고 미디어인 Focus Media(分众传媒)와 알리바바의 인터넷 전자 상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쥐화솬(聚划算)과 함께 새로운 O2O 서비스의 시작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즈푸바오의 스캔 기능을 이용하여 포커스 미디어의 스크린에 있는 QR 코드를 스캔한 뒤 쥐화산의 상품을 구매하는 겁니다.


텐센트의 위챗(Wechat/微信) 은 2013년에 오픈한 위챗 5.0 버전에 결제 기능을 추가합니다. 위챗에 결제 기능이 추가되며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결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을 시작하게 되죠. 두 회사는 여전히 경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쪽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한쪽은 상대편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죠.


QR 코드, 더 이상 단순한 정보 전달의 매개체가 아니다.


2013년, 위챗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그 해의 제 3자 지불 결제 플랫폼의 거래량은 전년도 동기 대비 35%의 증가율을 보이며 17억 위안을 넘어서게 됩니다.


제 3자 지불 결제 플랫폼의 규모가 무서운 속도로 커지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4년 3월 13일, 한 건의 긴급 문서를 통해 3자 지불 결제 방식에 대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즈푸바오와 텐센트의 가상 신용카드 상품을 통한 결제를 잠시 중단하고 오프라인 바코드(QR 코드) 결제 서비스 또한 잠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당행은 즈푸바오와 차이푸통(财付通) 양사에 관련 상품의 상세 소개 자료와 관리 제도, 전체 프로세스 등의 보고를 요청하는 바이다. — 《中国人民银行支付结算司关于暂停支付宝公司线下条码(二维码)支付等业务意见的函》

중앙은행의 이러한 우려에 QR 코드 결제와 관련된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내놓습니다.


즈푸바오 역시 2014년 4월 9일 중국 베이징에서 다자 간 공동으로 안전 기금을 설립할 것이라 공포하며 이와 동시에 8.1 버전에 설비 관리와 SMS 보호 등의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 발표합니다.


은행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결제 시장은 계속 커져 나갔습니다. 2015년 중국 국내의 QR 코드 결제 금액은 9조 위안(1천496조 7천900억 원)에 달했으니까요. 시장의 확장과 커져만 가는 소비자의 수요에 방법이 없던 걸까요? 중국정산협회(中国清算协会)는 2016년 8월 3일 《바코드 결제 규범(条码支付业务规范)》을 발표하며 2014년 인민은행에 의해 서비스가 잠시 중단된 후 처음으로 QR 코드 결제의 지위를 인정하게 됩니다.


관련 기사 : “中, 이달 말 QR 코드 결제 전면 합법화할 듯"


한때 QR 코드 강국이라 불리던 한국은 중국에 그 자리를 내어줬습니다. 중국은 새로운 QR 코드 강국이 되어 핀테크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있죠.


누군가는 이런 중국을 보며 한국 핀테크(Fin-tech)의 미래를 말합니다. 세계의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도록 우리도 하루빨리 한국형 즈푸바오와 위챗 페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의 결제 문화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결제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중국의 결제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 상품화한다면 큰 문턱에 부딪혀 좌절하게 될 것입니다.


무분별한 수용은 항상 독이 됩니다. 무언가를 받아들였다면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다양한 기술을 우리 시장에 맞게 바꿔 적용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 한국 핀테크의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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